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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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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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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02g | 133*203*30mm
ISBN13 9791188200313
ISBN10 1188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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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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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던 손님이 손을 척 들었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103동이요.”
술에 눅지근해진 목소리로 남자가 말한다. 순간 손창환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놈이다.
머리털마저 곤두서버린 손창환과는 반대로 남자는 뒷좌석에 몸을 파묻었다. 가볍게 코까지 곤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룸미러로 남자를 보았다. 태평함에 빠져 완전히 무방비한 남자, 살기 편해졌다는 뜻일까. 살이 붙고 주름이 늘었다. 이전보다 배가 더 나왔지만 분명 그놈이었다. 박상준.
상투적이었던 긴 밤도 지랄 맞게 없던 손님도 단번에 불식시킬, 아니 손창환에게는 원수와도 같은 박상준이 첫 손님이라니!
--- p.15

너 죽고 나 산다. 진화하고 퇴화하듯 무시로 단어가 바뀐다. 박상준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상준이 네가 죽어야 내가 살 것 같다. 죽어라, 제발.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
죽여버릴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스쳤다. 박상준을 죽여버린다?
그래, 죽여버리자. 어차피 막장에 다다른 인생이다. 자고 일어나도 할 일이란 운전대를 쥐고 서울 거리를 내달리는 것 말고는 없다. 내일도, 또 모레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볼 것 없는 인생, 하나쯤 ‘진창에 처박고 칼자루로 담그고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 p.32~33

“납치하세요. 나를 납치하라고요! 딱 세 문장만 말하세요. 네 딸을 납치했다. 거래 조건은 두 시간 후에 말하겠다. 경찰에 연락할 시에는 딸의 목숨은 없다.”
“딱 세 문장? 네 딸을 납치했다. 거래 조건은 두 시간 후에 말하겠다. 경찰에 연락할 시에는 딸의 목숨은 없다?”
스마트폰을 건네던 엠제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사랑하는 엄마’라고 검색한 번호를 재빨리 눌렀다. 귓속말로 속삭였다.
“떨어도 괜찮으니 그냥 말하세요, 속 시원히.”
--- p.65~66

결심은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말았다. 마천역 주변에 세워두었던 차에는 39억 원이라는 현금이 실려 있었다. 저 돈만 가지고 혼자 도망친다면 사는 격은 높아질지 모른다. 박상준에게 응어리졌던 원한을 깨달은 지금, 산다는 것이 평탄한 마무리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아니다. 돈은 필요 없다.
엠제이를 납치하는 자자극도 박상준을 골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수락했다. 겉으로는 순탄했다. 다만 기저에 도사린 음모를 너무나도 쉽게 눈치챘다. 너무나도 쉽게! 어째서일까? 박상준이 쉬운 상대여서? 아니다. 이것도 그럴 리 없다.
목적. 목적이라!
손창환이 목적한 것은 납치가 아니었다. 만약 박상준이 계획한 것도 납치가 아니었다면?
--- p.242

불현듯 망각으로 새어 나갔던 추측 하나가 손에 잡히는 느낌이었다. 목적과 목적의 대치. 그 가운데 숨어 있는 진짜 목적. 39억, 아니 50억 원 납치 사건은 그저 발판에 지나지 않을까, 라는.
“박상준 아저씨가 술에 떡이 된 날이 있었어요. 그때 제게 말했거든요. 사람을 죽이려면 말이다…….”
“사람을 죽이려면?”
--- p.245

“잘 들어. 나와 박상준이 이 모든 계획을 짰어. 그런데 박상준이 킬러를 고용해서 모든 돈을 먹으려고 든 거야. 킬러는 죽었어. 주차장에 중상자가 두 명 있다. 이 사건과는 관계없으니까 살려. 그리고 박상준은!”
잠시 호흡을 골랐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를 먼저 쏘아야 할까? 설핏 엠제이의 눈빛이 스쳐 갔다. 울고 있었다. 두 손을 바닥에 짚고서. 그래, 마지막에 마지막인데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손창환은 박상준의 관자놀이를 향한 방아쇠에 힘을 주었다.
탕!
총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박상준이 넝마처럼 바닥에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총구를 경찰에게 향했다.
“내가, 먼저!”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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