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스르륵 낫는 것이다. 낫기 전까지는 공존해야 한다. 병이 나에게 몹시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잘 달래고, 내 몸을 지키는 바른 기운을 길러서 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치료다. 통증이 싫다고 진통제를 먹고,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수면제를 먹는 건 치료가 아니다. 그것은 몸을 살리는 방법이 아니다. 몸을 목 조르고 학대해서 마침내 죽이는 방법이다. --- p.17
원한은 물에 적고 은혜는 바위에 새기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 반대가 되기 쉽다. 내가 받은 사랑은 쉽게 잊고 모욕과 멸시는 잘 잊히지 않는다. 생각 없이 말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를 베어 넘기는 모진 말을 삼가고 이해하고 상대방 편을 들어줘야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소통이다. 비판하고 꾸짖어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조금 미뤄두자. 당신이 옳다고 말하고, 네 생각에 일리가 있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의사라면 특히 그렇다. 의사가 환자 편들어주지 않으면 누가 그럴 것인가. 몸과 마음이 아프고, 아파서 서러운 환자가 의사에게까지 혼난다면, 그 사람 마음은 얼마나 외롭고 슬플 것인가. --- p.29
“아닙니다. 원장님께 감사해요. 비록 아내는 죽었지만 아마 웃으면서 갔을 겁니다. 자기 누명을 벗겨줬으니까요. 세상천지에 아무도 우리 지영이 편이 없었는데, 원장님만 지영이 잘못이 아니라고, 병에 걸리게 된 원인은 따로 있다고 말해주셨어요. 저희는 그게 정말 감사해요. 원장님 잘못 없으니까 자책하지 마세요. 제가 억지로라도 양약을 먹여야 했는데, 그게 그렇게 먹기가 싫었나 봐요. 예, 이만 끊을게요. 감사합니다.” --- p.52
환자 편들어주기는 이렇게 진행되어야만 한다. 무슨 일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들어주고, 그게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를 파악한 뒤, 이렇게 말해야 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은 최선을 다하신 겁니다. 자책을 그치고 문제를 다른 쪽에서 바라봅시다. 해결책은 당신 안에 있는 게 분명하지만, 내 책임이라고 책망하고 있으면 해결책은 나오지 않습니다.” --- p.71
친한 형이었던 엄 기사가 조용히 말했다.
“환자에게 열심이네. 너무 정주지 말아. 나중에 힘들어.” --- p.83
이혼이 무슨 형벌은 아니다. 정이나 같이 살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면 차라리 헤어지고 새롭게 출발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아내가 왜 이혼하자고 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다면, 그 인생은 최저다. 무지가 죄인 까닭은 무지해서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책감도, 반성도, 재발 방지 노력도 없기 때문이다. 무지는 몰라서 행하지 않은 선한 것들과, 몰라서 행한 악한 것들 모두에 유죄다. --- p.112쪽
본인의 증상이 만성적이고 퇴행성이며 환자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거라면, 보험 영역에서만 치료해달라고 분명히 말씀하시는 게 좋다. 그런 환자를 주제넘다고 화를 내는 의사는 없다. 원장이 비싼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한다고 우기면 일어나서 나와 버려라.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말하면 모를까, 치료법이 비싼 것만 있겠는가. 나는 “침만 놔주세요, 한약은 부담스럽습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환자가 좋다. --- p.123
몸이 늘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 보약을 먹겠다고 한의사 진찰도 없이 약을 먹다가는 큰일 난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양방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람이 여럿이다. 경험 많은 한의사에게 진맥만 받았어도 막을 수 있는 일인데 그러지 않아서 생기는 안타까운 일이다. --- p.139
자연요법 하시는 분 중에 더러 음식으로 못 고치면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을 믿는 분이 계시는데, 큰일 날 소리다. 약재와 음식 재료는 다르다. --- p.205
폐경기 즈음의 여성이라면(남자도 마찬가지다) 하루 한 시간 꾸준한 운동이 필수적이다. 운동해야 추위도 사라지고, 소화도 잘되고, 하지에 힘이 생겨서 오래 산다. 코어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스쿼트와 플랭크가 좋고, 푸시업과 철봉에 매달리기도 좋다. 걷기나 등산, 수영과 함께 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 p.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