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한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을 유혹한다
세상사 모든 것의 가치는 결국 인기라는 척도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인기가 있으면 값이 올라가고 인기가 떨어지면 값은 한없이 추락하게 된다. 아이디어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이디어는 최초에 한사람을 현혹시켜서 함정에 빠뜨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럴 듯한 생각의 골짜기에 빠지게 되면 보통 머리 좋은 사람은 쉽게 그 생각을 떨쳐버리지만, 그렇지 못한 바보들은 끝없이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연결하게 된다. 바둑을 배울 때 천정에 바둑판이 보이는 것처럼, 당구를 배울 때 천정에 당구공이 굴러가는 것처럼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사람을 유혹하는 사례 중 한 가지 참 재미있는 일이 있다. 아이디어가 사람을 꾀어서 빠져들게 하고 사람이 다시 아이디어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과정에서 사람의 지능에 따라서 아이디어를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머리 좋은 사람은 여간해선 유혹에 빠지지 않으며 머리 나쁜 사람은 그럴 듯한 설명 한 번에 충분히 빠져들게 된다는 점이 이채롭다.
머리 좋은 사람은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아이디어에 발을 담근다. 그리곤 재빨리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다된 밥에 코 빠뜨린다고 머리 나쁜 사람은 죽 쑤어서 남 주는 꼴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는 가치에 따라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돈 되는 아이디어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해서 연구하고 있으며 그 경쟁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여간해선 좋은 먹이를 얻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아이디어라는 것은 묘하게도 발견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남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 전문영역 외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소풍이론’이라고 한다. 남들이 들여다보지 않은 곳은 다름 아닌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분야를 말한다. 이런 곳에 가야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아이디어가 그 분야의 근처에 있던 것은 이미 앞사람이 다 먹어치웠고 나보다 발 빠른 누군가가 먹어치웠을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하기 때문에 그렇다.
아이디어라는 것은 창조적 접근의 산물이지만 그 바탕에는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과정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성숙시키는 과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문가만이 그것이 진짜 아이디어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혁신을 추진하는 방법론은 수없이 많지만, 크게는 분석적 접근과 창조적 접근으로 나눌 수 있다. <br/>분석적 접근은 6시그마, TPS, TOC 등 프로세스의 연장선상에서 기존의 질서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br/>창조적 접근은 인간의 두뇌 활동이 갖는 특징인 창의성을 활용하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실체를 한마디로 설명하기 대단히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창조적 접근의 특징이다. <br/>최근 애플(Apple)의 창조적 혁신이 기폭제가 되어 창조적 접근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인간의 능력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은 기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br/>이 책은 삼성 애니콜의 한글입력 시스템인 천지인한글을 발명한 저자가 창조적 접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사고가 가능해지는 비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창조적 접근의 싹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해 저자의 체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적절한 설명과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br/><br/><b>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창조적 혁신</b><br/><br/>어떤 사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분석이란 장님 문고리 잡는 식의 분석일 가능성이 높다. 설령 코끼리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고 해도 코끼리의 내부를 이해하지 못하고 코끼리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코끼리 뒷다리를 더듬는 분석과 다를 바 없다.<br/>오늘날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분야를 뛰어넘어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도 경영학, 산업공학, 과학 등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자신의 분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br/>혁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고 설령 이해한다 하더라도 각종 이해관계가 뒤얽혀서 자신이 속한 분야의 이익을 대변하는 아전인수식 혁신에 안주해 있다.<br/>오랫동안 특정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기업의 경우, 사고의 편향이 가져오는 폐해가 혁신으로 이룩한 재무성과보다 커지는 심각한 지경에 이른 곳이 많다. 물론, 선순환을 통해서 혁신의 지존에 오른 일부기업도 있지만, 그런 초일류 기업들의 경우 특정한 방법론에 목매달지 않는 혁신을 추진한다는 특징이 있다. <br/>도요타가 오랫동안 TPS를 추진해 왔지만, 그들은 연구소에서 까지 TPS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영업에서도 풀(Pull) 방식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TPS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적용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런 노력이 바로 낭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br/>혁신의 근본은 결국 기업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서 실질적인 해결을 추구하는 혁신역량을 확보하는데 있다. 방법론이 무엇이든 간에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의 관점에서 노력하는 것이 혁신이다.<br/>초일류 기업은 혁신 프로그램을 통해서 쇼를 하지 않는다. 있지도 않은 일을 있다고 하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 일을 된다고 우기지도 않는다. 오로지 사실(Fact)을 기초로 문제해결을 추구한다. 지극히 평범한 노력이지만 다른 기업과 대비되는 것은 방법론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문제(Problem)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다르다.<br/>초일류 기업이 되고 싶다면 그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아니면 쇼를 하고 있는지 현장을 살펴서 혁신을 조절하면 되는 것이다. 실질적 혁신을 이룬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혁신은 제대로 굴러가게 된다.<br/><br/><b>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인간중심의 혁신</b><br/><br/>이 책은 혁신의 위기를 지적하고 여러 문제점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정 방법론에 얽매여서 혁신을 그르치는 어리석음을 어떻게 방지해야 하는지와 인간중심의 혁신만이 기업을 초일류로 이끈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자 지향점이다.<br/>과거에는 국내기업 어디서나 미래에 대해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대비가 가능했지만, 21세기에는 기존 방식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많은 기업들이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사회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이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자유를 얻은 이후 다양한 사고를 가진 다양한 집단이 생겨나게 되어 럭비공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만큼 사회의 다양성이 복원되고 있다는 증거로 한국사회의 건강성이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다는 의미이다.<br/>혁신의 의미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의미이고,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독점을 확보한다는 기업적 의미를 가진다. 기업혁신의 지향점은 결국 시장이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든 노력이 혁신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혁신은 상대적인 것이다.<br/>기업이 당면한 시장상황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혁신의 궁극적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혁신 방법론에 취해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되면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한번 잃어버린 경쟁력은 회복하는 데는 많은 사람의 인내와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다.<br/>이 책은 천지인한글을 발명한 저자가 혁신에 대해 바른 시각을 정립하고 혁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하고 있다. 작게는 혁신의 올바른 길을 찾는 나침판이 되길 희망하며, 아울러서 제대로 된 혁신을 통해 한국기업이 몽롱한 꿈에서 깨어나길 기대한다. <br/>그리고 쉬운 혁신과 성과를 내는 혁신을 위해 ‘생쇼’ 혁신을 과감히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열정을 불러일으키며 올바른 혁신의 길을 제대로 깨닫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