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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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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

: 문명 발달에 가려진 한 인간의 생존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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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23g | 148*210*25mm
ISBN13 9791188248858
ISBN10 1188248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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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상의 뜻은 안다. 생존. 우리는 가능한 한 살아남고, 싸우고, 피를 이어야 한다. 머리 위로 태양이 떠오른다. 사냥을 준비할 시간이다. 우리는 이마를 맞대고 간절히 염원한다. 풍족한 식량을 가져올 수 있기를. 조상의 가호가 있기를. 오늘도 살아남을 수 있기를. --- p.16

공연은 느닷없이 시작된다. 가면을 쓰고, 거리 한가운데를 어슬렁거린다. 꽹과리와 장구를 치며, 나 이제 시작하오! 하는 것은 신출내기나 하는 짓이다. 진정한 광대는 단번에 좌중을 불러 모을 수 있다. 단 한마디의 쾌청한 소리만으로 귓속을 휘어잡고 발걸음을 돌려놓는 것이다. 그래,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내 잘 알지. 이리 오너라, 신명나게 놀아보자. “백성들은 굶어 죽는데, 위에서는 굿판이로구나!" --- p.71

1792년 8월 10일 프랑스 혁명 당시, 궁전에 갇힌 루이 16세를 지키기 위해 조직된 스위스 용병단 786명 모두는 끝까지 남아 싸우다 전사했다. 당시 루이 16세조차 철수를 명령했고, 혁명군 또한 항복을 권했지만 단 한 명도 응하지 않았다. 죽은 병사의 유서에는 ‘만약 신의를 저버리고 도망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용병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 p.84

시간이 지나고, 토실토실 살찐 귀부인들이 하나둘 나오면 큰 소리로 외친다. “이 양동이와 외투를 보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고풍스런 변소 왔소이다!” 나의 히든카드는 황금빛 양동이와 고급스런 무늬의 외투로, 지난밤 섬세하게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들었다. 귀족들은 무엇보다 허세가 가득하니 이 정도는 돼야 오는 것이다. 고객의 마음을 잘 알아야 변소도 성공하는 법이다. --- p.98

하루의 첫 촛불을 켠다. 시간이 흐르고 심지가 길어져 그을음이 피어오르면 빠르게 검은 심지를 잘라 낸다. 촛불은 꺼지지 않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소리 없이 되살아난다. 좋다. 오늘의 운세는 이것으로 점쳐졌다. 정성스레 닦은 심지가위와 집게를 가방에 넣고 극장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의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어두운 곳을 환하게 밝히는 일, 나는 촛불관리인이다. --- p.115

생이 끝나는 과정은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젠가 오리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그 선명도가 다르다. 온갖 감정이 홍수처럼 밀려와 질식시킨다. 그러면 나는 그 속에 들어가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는다. 가까이 다가가 당신은 아직 살아 있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죽음의 심해 속에서 마지막까지 함께한다. 그것이 나의 일이다. --- p.246

나는 ‘REAL C-7 구역’을 만드는 팀에서 가상의 숲을 새롭게 구성하는 일을 한다. 손짓 한 번이면 10억 개의 복셀(픽셀을 3차원의 형태로 구현한 것)이 형성된다. 최대한의 현실을 반영하고, 소리를 조정하며, 감촉을 체크한다. 뇌를 완벽하게 속이는 것이 나의 임무이자 역할이다. 그렇게 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잡힌다. 몸은 실제보다 더 생생한 오감을 느낀다. --- p. 307

어릴 적에는 우주비행사가 꿈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현실에 타협하여 엉뚱하게 부동산 중개인으로 살았다. 하루하루를 생존하기 위해 무의미하게 살았던 나에게 행성중개인이란 직업은 절호의 기회였다. 달 숙박 패키지부터 토성 고리 패키지, 목성 돌 던지기 패키지까지. 초창기엔 중개업으로 단련한 현란한 혀 놀림으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없어졌다. 너무도 많은 이들이 우주를 향한 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이렇게 큰 사업은 없었다. 수익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길이 남을 순간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나는 마음 속 깊은 충족감을 느낀다.
--- p.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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