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병원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쓰자, 생각했을 때 가장 고민이었던 것이 있습니다.
어떤 목표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조금이라도 다른 것이 나올까, 이 부분입니다.
그런 제 눈을 끈 것이 의료 민영화란 워딩으로 포장되고 있는 이익 추구의 사조였습니다.
그러나 영리 추구 실태로 방향을 정하고 나서도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병원도 사람들이 일하고 이를 기반으로 먹고사는 곳인데
병원에선 돈 벌 생각 말고 봉사만 해주시오,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병원 장사에 마냥 찬동할 수도 없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러던 중, 문장 하나를 봤습니다.
극 중 주경문 교수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의료원 폐쇄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지방의료원의 폐쇄 원인인 수십억 적자가 그해 해당 지역 전체 예산의 0.025%였다는 문장.
그리고 폐쇄 후 2년 내 60명이 넘는 환자가 사망했다는 문장도 함께요.
이래선 안 된다고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장을 본 후부터 단순히 뭔가 다른 게 없을까 해서 골랐던 드라마의 방향성이
제 안에서도 의미를 갖고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도 한 명 한 명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조남형 大 화정그룹 회장님
먼저, 새로운 발령과 임무에 감사드립니다.
병원 경영은 생각지도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만, 새롭지 않으면 도전이 아니죠.
회장님께서 대학재단 인수를 결정하실 때만 해도
그게 제 인생과 관련될 줄은 몰랐던 저 구승효,
4년간 몸담았던 화정로지스를 떠나 이제 병원으로 향합니다.
현재까지 이곳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상국대학병원은 서울 동북부에서 가장 큰 상급 종합병원이며,
주변 상주 인구뿐 아니라 전국에서 흡수되는 일일 방문자수가
8, 9천 명에 달하는 메가 마켓인 건 맞는데, 문제는 수익률입니다.
형편없습니다. 장사로 치면 팔수록 손해.
시스템도 체계가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지금껏 버텨왔나, 싶을 정도로.
일반 회사였다면 잘릴 인간, 없어질 부서 천지고요,
효율성은 나 몰라라, 여기 사람들은 그저 매일 병원 문만 열면 되나 봅니다.
개원 후 60년 동안 경영 상태를 한 번도 진단 평가한 적 없다니
상태가 짐작 가시죠? 병원은 공장이 아니라면서
공장 노조에서나 할 말들을 그대로 주장하기나 하고.
_16쪽 등장인물 소개 중 구승효
상급 병원은 공공재입니다. 의국 옮기는 게 문제가 아녜요.
응급 소아 산부 이 3과에 하루 내원 환자만 얼만지 아세요?
평균 500명입니다. 한 달이면 만 5천 명의 사람들이 여기서 병을
고치고 상처를 꿰매고 있어요.
예, 저희 말고도 서울에 종합병원 많습니다. 하지만 저도 여쭙죠,
이 많은 사람을, 만 5천 명의 사람을 맘대로 해체시키고 더 멀리
분산시킬 권리는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_ 2회 경문의 대사
생명의 중심은 뇌일까 심장일까, 2천 년도 더 된 논란거리라 하셨죠.
저는 피라고 답하고 싶었습니다. 뇌와 심장을 잇고 우리 몸 구석구석을
순환하는 피가 생명의 꽃이다. .. 피가 쏟아지는 게 보였습니다.
뇌와 심장을 챙기겠다고 팔다리를 자르는 게 나의 모교라뇨,
잘린 자리에서 쏟아질 피로 우리들 집이 물들게 할 순 없었어요.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장님.. 제가 잘한 걸까요?
_ 3회 진우의 내레이션
저는, 흉부외과장 주경문입니다. 김해 토박입니다.
김해에서 나고 자라고 공부했습니다.
2013년에 그곳을 떴습니다. 환자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 160명.
전원을 잃었습니다. 제가 파견 나가던 의료원이 폐쇄 조치됐을 때에.
... 저는, 의료기관이, 파괴되는 걸 봤습니다. 수많은 댓글도 봤습니다.
근무태만, 혈세낭비, 불친절, 어마어마한 적자.
공공의료원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폐쇄에 동조하는 댓글들.
제 동료인 여러분은 누구보다 잘 기억하실 겁니다.
불친절하고 낡았어도 공공의료원에 몸을 누일 수밖에 없던 기초수급자,
시골 노인분들, 이들을 길바닥으로 몰아낸 제1 원인은 재정적자입니다.
당시 의료원은 매년 3, 40억의 적자를 기록 중이었습니다. 3, 40억.
엄청난 돈이죠, 전부 우리 세금이고요. .. 그해 경남도 재정이 얼마였을까요?
12조 원입니다. 민간병원에 밀려서 이젠 10%도 안 남은 이 땅의
공공의료원이 폐쇄된 이유, 적자 30억은, 경남도 1년 재정의 0.025%.
.. 저는 늘 묻고 싶었습니다. 3, 40억이 그렇게 아까웠어요?
그 돈이 그렇게 목말랐어요? .. 진짜 잘못은 폐쇄 자체가 아닙니다.
의료원, 문제 많았어요, 예 인정합니다. 문제점을 봤다는 건 고쳐서,
어떻게든 개선시켜서 다시 쓸 기회였는데, 고민 대신 날려버렸어요.
지방의료를 살릴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냥 없애버렸어요.
구승효 사장님, 저희 흉부는 늘 인력이 부족합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쉽게 말하죠.
요즘 젊은 의사들이 돈 되고 편한 데로만 몰려서라고.
구사장님, 우리 젊은 후배들 전부가 그렇진 않습니다.
그런데 왜 한 해 나오는 흉부 전문의가 전국에 스무 명도 안 될까요
병원이, 흉부에 투자를 안 해서입니다. 적자 수술이 많아서.
병원에서 채용을 안 해섭니다, 일할 데가 없어서.
그래도 우리는 오늘도 수술장에 들어갑니다.
만 분의 일에 사고 위험도로 환자 죽인 의사란 비난을 들어도.
_5회 경문의 대사
오세화 과장, 여기 병원 사람들, 전부!!
합병을 통해서 화정그룹의 직원이 됐습니다. 그럼 이제 일을 해야죠.
직원 하는 일이 뭔데요? 회사에 이익 주고 월급 타가는 겁니다.
여기서 자괴감이 왜 나오는지 난 도통 이해가 안 가네?
영업이 부끄러워요? 뭐가? 왜?
댁들 눈에 영업직들은 죄다 불가촉천민인가?
그 사람들도 다 열심히 일해서 자기 가족 먹여 살리는 사람들이에요.
의사는 밥 안 먹고 똥 안 싸는 신선이라도
되나! 돈 안 받고 일할 거면 영업 안 해도 됩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요!
_6회 승효의 대사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