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菊花)에 취하여
세상에는 국화(菊花)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북경(北京)에서 사는 마자재(馬子才)만큼 유난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그는 어디엔가 훌륭한 국화가 있다는 소문이라도 듣게 되면, 불원 천리라도 그 곳으로 찾아가 기어이 그 종자를 얻어 와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어느 날 그의 집에 남경(南京)에서 손님이 왔는데, 그가 말하기를,
“우리 사촌형님 집에는 이 곳 같은 북쪽 지방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귀한 국화들이 한두 종류 있지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한 번 가 보지 않을 수 없군요.”
마자재는 크게 기뻐하면서, 그 사람을 따라 일부러 남경까지 갔다.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진귀한 국화 두 그루를 입수하여 그것을 소중하게 지니고 북경으로 도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한 청년과 마주쳤다. 그 청년은 나귀에 타고 있었고 한 대의 마차가 뒤따르고 있었는데, 풍채가 매우 멋져서 마자재는 동행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윽고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는데, 청년의 성은 도씨(陶氏)라고 하였으며, 말하는 것이나 웃는 것이 모두 고상하고 우아했다.
“그래, 남경엔 무슨 용무로 다녀오셨습니까?”
하고 도씨 청년이 물었다. 국화 두 그루 얻으려고 북경에서 남경까지 갔었다고 말하기는 어쩐지 겸연쩍었으나, 원래부터 거짓말이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할 줄도 모르는 마자재였는지라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청년은 별로 비웃는 빛도 없이 담담하게,
“국화란, 어느 종류를 막론하고 올바르게 자라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마자재가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예, 누님이 남경에서 사는 데 싫증이 나셨다기에 북쪽 지방으로 살림을 옮기는 중이올시다.”
“그럼 확실한 목적지도 없이 무턱대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입니까?”
“그런 셈이지요.”
그 대답을 듣고 마자재는 기쁨을 못 이겨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난한 사람입니다만, 누추한 집이라도 상관없으시다면, 저의 집 한쪽을 빌려 드리지요.”
“마차 안에 계신 누님과 의논을 해 보지요.”
하고 대꾸한 도씨 청년은 곧 마차 앞으로 가서 마자재의 말을 전했다.
마차에 드리워진 발이 걷히고, 스무 살이 채 못되어 보이는 절세의 미녀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는 청년과 몇 마디 주고받더니,
“사는 집은 아무래도 좋지만, 뜰은 좀 넓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말했다.
“뜰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법 넓으니까요.”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