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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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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

: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성악가 윤심덕의 뜨거운 삶과 사랑

한소진 | 해냄 | 2018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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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58g | 142*205*19mm
ISBN13 9788965746577
ISBN10 896574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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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꽃, 수선(水仙) 윤심덕 귀국 공연.’
1923년 6월. 종로 YMCA 건물 전체를 뒤덮은 현수막 앞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아침부터 굵은 장맛비가 내렸지만 어느 한 사람, 내리는 비를 탓하지 않았다. 날씨처럼 사소한 것으로 오늘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되었고, 장화 안으로 스며드는 흙탕물에 발바닥이 불어터질지언정 절대 예민해져서도 안 되었다.
“윤심덕이다!”
누군가 짧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은 들고 있던 우산을 황급히 접었다. 그때, 민소매 은색 드레스에 빨간 브로치를 가슴에 단 한 여자가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렸다. 한편 당당하기도, 한편 농염하기도 한 미소로 손을 흔들자 사람들은 호흡까지 멈추고 물고기 떼처럼 파닥거렸다.---「1장 아름답게 꽃 필 적에」중에서

총독부가 주최한 관비 유학생 선발 시험에서 심덕은 단연 일등으로 뽑혔다.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남녀 지원자들 가운데 그녀의 노래는 독보적이었다. 여성으로는 조선 최초였다.

방년 19세 된 평양 여학생 윤심덕. 그 부친은 풋나물 장사로 업을 삼고 그 모친은 평양 광혜녀병원(廣惠女病院)에 사무원으로 있어 가세가 극빈함에도 불구하고 어려서부터 공부를 시켜…….

국내 언론이 윤심덕에 대한 자세한 소개까지 곁들이며 전국에 이 사실을 알렸을 때, 국민들의 놀라움은 컸다. 여자가, 그것도 노래하는 여자가. 그런 재능이라면 기생이 되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 여자가 관비로 유학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2장 어린 봉선화 한 송이」중에서

자신의 단점이기만 한 소심함, 비열함, 이중성, 덜 떨어짐……,
심덕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윤심덕의 내면에는 다른 여자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 인간’이 살고 있었다. 일찍 세상을 떠났던 어머니와 계모들만 떠올리면 가슴이 절로 비어 가는 우진에게 심덕은 ‘생명력’ 그 자체였다.
어떤 알 수 없는 감정이 우진의 가슴으로 흘러 들었다. 탐색의 시간은 짧았으나 점점 그 이상의 무엇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때때로 그녀의 노래에 덧없는 성욕까지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남녀의 합일을 갈망하는 육체적 욕망이 아니라, 예술의 신비에 빙의된 것만 같은 분열적 절정감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감당키 어려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점차 외롭게 흔들렸다. 어쩌면 숱하게 불면의 밤을 치러야 할지 모를, 저 참담한 사랑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눈빛은 단지 추억만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온 생을 던지고 싶은 광기였다.---「5장 슬픈 광기의 날들」중에서

인생을 믿으며 사랑을 갈구했지만 내일이 되어도 모레가 되어도 희망 따위는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매서운 바람에 석고처럼 얼어 있는 연못 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영원히 빛으로 나오지 못 하고 숨어 있기만 한, 저 끝 없는 심연……. 그 심연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곳에 몸을 누이면 마음이 고요해질까.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어쨌든 살아야 했다. 살고자 하는 힘으로 발 길을 돌려 심덕의 집 앞까지 걸어가고는 했다. 외진 방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그녀의 체취를 느끼려 애썼다. 그러나 두 팔로 부둥켜 안지 않는 한, 어느 곳에서도 그녀의 체취를 확인 할 방법은 없었다. 홀로 심덕을 사랑 하는 일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
---「6장 사랑……변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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