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에서 ‘진짜’ 중국 음식을 맛보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화상들이 오랜 세월 토착화한 짜장면, 짬뽕, 탕수육은 거의 한국 음식에 가깝고, 오향장육이나 라조기 같은 ‘요리’ 메뉴도 한국인에게 낯선 향신료들을 제거한 ‘순한 맛’이 대부분이다. 진짜배기 도삭면을 맛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건대 입구의 양꼬치 거리로 향했다. (중략)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중국인 손님 두어 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메뉴판을 건성으로 훑고 일단 도삭면을 주문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방 안쪽에서 내가 마주했던 그 놀라운 몸놀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도삭면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 「도삭면의 선구자, 송화산시도삭면」 중에서
라오삐약의 대표 메뉴이기도 한 까오삐약은 라오스식 쌀국수다. 우리에게 익숙한 쌀국수인 베트남식 퍼pho가 찰기 없는 쌀면으로 이뤄진 데 비해, 까오삐약의 면은 쫄면처럼 탱글탱글하고 우동처럼 통통하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로 푹 우려낸 육수는 또 얼마나 구수한지. 두 젊은이는 이 맛에 푹 빠져 라오스 현지의 식당을 전전했고, 비법을 전수 받아 끝내 식당까지 열었다. 라오삐약의 까오삐약은 본래 건면이었다. 하지만 친히 이곳을 방문한 라오스 대사 부인이 자신만의 특별 레시피를 귀띔했고, 덕분에 지금의 완성도 높은 생면이 탄생하게 됐다. 비 오는 날이면 조건반사적으로 이곳의 시원한 닭고기 육수와 토실토실한 살코기 건더기, 쫄깃한 쌀면의 촉감이 떠오르곤 한다. 돼지고기 국수인 까오소이khao soi의 감칠맛 또한….
--- 「라오스에는 까오삐약이 있다, 라오삐약」 중에서
파올로 데 마리아Paolo de Maria 셰프는 한국에서 이탈리아인으로는 최초로 파스타 전문 서적을 썼고, 이 책은 여러 이탈리아 요리 수업에서 교본으로 쓰이며 널리 읽히고 있다. 그런 만큼, 이곳에 왔다면 파스타는 반드시 맛봐야 한다. 메뉴판을 펼치면 유독 맛이 궁금해지는 파스타의 이름이 눈에 띄는데, 바로 캔디 파스타다. 오징어 먹물을 넣은 반죽으로 빚어낸 캔디 모양 파스타를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피스타치오의 향내와 생선 살의 부드러움이 입안 가득 흐드러진다.
--- 「파스타의 모든 것, 파올로데마리아」 중에서
흥미로운 레스토랑을 따라가보면 “한국에 없으니, 내가 직접 한다!”는 결심으로 출발한 공간이 꽤 많다. 한국에 사는 영국인 미식가, 마크 고메즈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2019년, 고양시 일산동구에 문을 연 진저앤트리클Ginger & Treacle은 영국식 소시지와 햄을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의 유러피언 캐주얼 다이닝을 선보인다. 관찰레, 살라미, 소시지, 베이컨, 풀드포크 등 샤퀴테리는 물론이고 모차렐라 치즈와 파스타 소스, 과일 청과 잼, 디저트까지 모두 그의 손으로 직접 만든다.
---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의 진수, 진저앤트리클」 중에서
한국에서 그리스 전통 치즈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노스티모 말고 또 있을까? 페타치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염장 치즈로, 양질의 페타치즈를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스티모는 목장에서 직송해 신선한 무항생제 우유만을 사용해 정성껏 수제 페타치즈를 만드는 국내 유일의 그리스 레스토랑이다. (중략) 페타치즈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겨낸 후 레몬을 함께 내는 치즈 사가나키cheese saganaki도 한 번쯤 경험할 만한 맛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서 레몬 스프리츠나 화이트 또는 스파클링 와인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 「싱그러운 그리스의 식탁, 노스티모」 중에서
케이준Cajun. 한 번쯤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파는 ‘케이준 치킨 버거’나 패밀리 레스토랑의 ‘케이준 치킨 샐러드’를 먹어봤을 테지만, 대체 그 ‘케이준’이란 무엇인지 아는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케이준은 아카디아에서 살던 프랑스계 사람을 뜻하는 북미 인디언 언어다. 아카디아가 어디인고 하니, 캐나다의 노바스코샤와 뉴브런즈윅, 그리고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주를 묶어 이르는 지역이다. 캐나다까지 와서 영국의 지배를 당하게 된 프랑스계 이민자 케이준들은 영국에 대한 충성을 거부했고, 그 결과 미국의 스페인령 루이지애나주로 강제 이주 당했다. 그들이 새로운 땅 루이지애나에서 꽃피운 음식문화가 바로 케이준이다.
--- 「들어는 보았나, 케이준」 중에서
페루비안 음식을 한 번쯤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경기 평택시로 짧은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평택의 세비체210 은 페루 출신 주인장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오너 셰프 후안 다비드 하코메Juan-David Jacome는 주한 페루 대사관의 헤드 셰프 출신으로, 페루 전통 요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내다. 참고로 이곳의 상호이기도 한 세비체ceviche는 페루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날생선이나 해산물을 라임 주스와 매운 고추에 절여 먹는 샐러드의 일종이다. 세비체가 애피타이저에 가까운 음식이라면, 소고기 조림과 쌀밥에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는 로모 살타도lomo saltado는 든든한 메인 요리다. 로모 살타도는 페루의 중국계 이민자들이 이룬 치파Chifa* 전통에 놓여 있는 요리로, 간장 소스 등 중식의 뉘앙스가 짙은 것이 특징이다.
--- 「페루비안 퀴진이란 이런 것, 세비제 210」 중에서
좋은 샌드위치는 좋은 빵 없인 만들 수 없다. 카사블랑카의 모든 샌드위치는 날마다 새로이 구워내는 신선한 빵으로 조리되어 최상급의 맛을 낸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치킨 샌드위치인데, 밤새 올리브오일, 레몬주스, 마늘, 그리고 ‘라스 엘 하누트ras el hanout’라 불리는 향신료 믹스로 마리네이드해 남다른 풍미를 지닌다. 라스 엘 하누트는 카다멈, 정향, 그리고 계피 등의 이국적인 향으로 이뤄진다. 샌드위치와 곁들이로 제공되는 모로코식 감자튀김 마아쿠다maakouda도 발군이다. 으깬 감자와 향긋한 허브를 뭉쳐 바삭하게 튀겨낸 요리인데, 샌드위치와 함께 먹으면 한 끼로 충분한 포만감을 준다.
--- 「다채로운 향신료의 풍미, 카사블랑카 샌드위치 & 모로코코 카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