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이 하려는 말은 “창업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니, 수성의 시대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진력하자”는 요지다. 태종이 “창업과 수성, 어느 쪽이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던진 이유는 바로 이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창업에서 수성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의 비즈니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회사를 창업했거나 임원으로 승진했을 때, 그 리더는 매우 기세등등한 상태이다. 사내에서는 물론, 세상도 그를 크게 주목하고 높이 평가할 것이다. 언론이 ‘시대의 영웅’이라며 추켜세울지도 모른다. 또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과 실력이 엇비슷한 자들과 경쟁하여, 끝내 승리를 거머쥔 과정을 되돌아보고는 자아도취에 빠져버릴 우려도 있다. “나는 정말 열심히 했다. 이 성공은 내 노력의 대가이다. 좋아, 더 힘차게 달려 나가자!”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럴 때 싹트기 쉬운 것이 바로 자만심이다. 창업으로 얻은 권력을 믿고 독선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부하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며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도 있는데, 오늘날에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 창업주를 흔히 볼 수 있다. 마치 자기로 말할 것 같으면 사업 초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니, 모두 자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듯, 직원들을 혹사시킨 끝에 조직을 악덕 기업으로 만들어버린다. 혹은 회사의 이익으로 자기 배를 채우는 일은 물론이고 마치 실적이 계속 느는 것처럼 보이게끔 부정 출납이나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점은 태종처럼 “창업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며 스스로 확실하게 선을 긋는 일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모든 활동의 초점을 ‘수성’에 맞추고 조직을 견고히 다지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일이 많은 창업기를 벗어났다면, 일단 저돌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기세를 늦추고, 전체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서 조직을 안정시키고 계속 유지해 나가는 쪽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 pp. 26-27
정관 3년, 기근으로 어수선했던 세상이 조금 안정되었다. 태종은 또다시 신하들에게 ‘군주란 참으로 어려운 자리’라고 토로한다. 죽을 힘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하여 정치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던 중, 새삼스럽게 ‘배움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일이란 본래 이런 법이다. 같은 일을 3년이나 계속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지만, 앞으로 더욱 성장할지, 그 자리에서 멈출지는 본인의 자기 평가에 달려 있다. ‘이미 어엿한 리더’라며 만족해버리면 성장은 멈춘다. 아니, 오히려 퇴보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한다면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때때로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자신의 부족함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곤 한다. 업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훗날 위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태종처럼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태종은 대체 무엇을 어렵다고 느꼈을까?
--- p. 36
이때 태종은 《주역(周易)》과 《서경》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다. 앞부분은 ‘渙汗其大號(환한기대호)’라는 부분으로, 몸에서 나온 땀을 다시 흡수할 수 없듯이 조서나 법률도 일단 발포(渙)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같은 뜻으로는 《예기(禮記)》에 나오는 ‘綸言如汗(윤언여한)’이란 말도 있다. 뒷부분은 愼乃出令, 令出惟行, 弗爲反(신노출령, 영출유행, 불위반), 즉 “명령을 내릴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 일단 명령을 내렸으면 이를 실행해야 하며 번복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모두 태종이 하려는 말을 짧은 문장 속에 명확히 드러내고 있는데,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것은 태종이 얼마나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 p. 74
재능이 특출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고 그대는 말하지만 무엇보다 짐은 그런 인재를 원하지 않소. 그릇에도 제각각 용도가 있듯이, 인재 역시 ‘이 사람의 이런 능력은 이러이러한 일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찾으면 되지 않소? 요즘 시대에 훌륭한 인재가 없다 해서 다른 시대에서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오. 역대 어느 정권이나 당대의 인물을 채용했을 뿐, 다른 시대 인물을 채용한 것이 아니지 않소. 은나라 고종(무정武丁)의 측근 중 한 사람은 고종이 꿈에서 봤다는 인물의 얼굴 생김새를 가슴에 깊이 새기고 전국으로 찾으러 다녔소. 그리고 어느 공사 현장의 인부가 이 자와 매우 흡사하다는 말을 듣고 그를 천거했다고 하오. 그렇게 찾아낸 인물이 훗날 실제로 2인자가 되었소. 또 주나라 문왕은 사냥을 나갔을 때, 낚시를 하는 여상(呂尙)을 보고는 비범한 인물이라 생각하고 말을 걸었소. 그 여상이 후에 뛰어난 재상이 되었다는 전설까지 있소. 어느 시대나 인재가 없는 게 아니오. 짐은 실제로 뛰어난 인재가 있는데도 이쪽에서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오.
--- p. 98
군주에게 교만함이 싹트기 시작하면 신하는 물론, 핏줄조차 정이 뚝 떨어질 것입니다. 백성의 마음도 멀어져 가겠지요. 그러면 생각대로 아랫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혹독한 형벌을 내리거나 권세를 휘두르게 되니, 민심은 더욱 멀어집니다. 겉으로는 공경을 표하는 듯 보여도 진심으로 군주를 따르지 않습니다. 이런 원망이 점점 쌓이면 백성은 몹시 두려운 존재가 됩니다. 모두 군주를 쓰러뜨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지요. 백성이 있어야만 군주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디 명심하셔야 합니다.
--- p.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