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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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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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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72g | 140*225*20mm
ISBN13 9788960905580
ISBN10 8960905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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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야 두고 봐야지! 내 마누라가 예전에 방을 세줬던 한 작자가 못된 버릇이 있었소. 늘 아무 데나 침을 뱉었는데 꼭 뭔가를 겨냥했지…… 당신네들이나 나마냥 평범하게 침을 뱉는 게 아니라 1, 2미터 거리까지 침을 날려버릴 수 있었으니까…….”
튤립은 입을 오물거리며 침을 모아 첫 번째 경찰의 한 눈을 조준한 뒤 퉤 날렸다. 경찰이 가소로워하며 말했다. “초짜 중의 초짜군! 이건 어떤지?”경찰은 공중에 침을 퉤 뱉더니 혀로 그것을 받아 다시 뱉었고, 그의 동료가 이것을 공중에서 패스하여 혀로 돌려 감아 다시 뱉었다. 그들은 같은 식으로 한두 번 더 침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튤립에게 날렸다. 튤립이 이것을 받아 다시 퉤 뱉자 첫 번째 경찰이 되받아 삼켰다. 그가 으스대며 말했다. “봤지? 이게 우리야. 우리 경찰들!”
튤립이 인정했다. “제법이군! 하지만 내가 말한 그 작자한텐 못 당해! 예컨대 그 작자는 납 구슬 몇 알을 입에 머금었다가 퉤 뱉어 하늘을 나는 비둘기도 가뿐히 때려잡았거든…….” --- p.30

“빌어먹을! 우리가 여기 있는 게 내 잘못이야? 늙다리 얼간이가 가스만 내버려뒀어도 이 고생 안 하잖아!”
한탄 섞인 사내 목소리가 말했다. “들었어, 여보? 맞는 말이야, 그렇지?” 비애가 짙게 밴 사내 목소리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알아, 나도 안다고, 사랑하는 부인! 난 살인자 애비야! 난들우리의 고난이 이렇게 끝도 없이 계속될 줄 알았겠느냐고!”
“빌어먹을! 그놈의 고난 소리 지긋지긋하네! 끝도 없이 계속되는 건 바로 아빠의 멍청이 짓거리야!” --- p.66

“마누라가 죽었을 때 내가 마누라가 누워 있는 침대 둘레 네 개의 양초에 불을 붙이려 하자 별안간 이불을 들치며 벌떡 일어났지. 그러더니 화났을 때 하던 버릇대로 한 눈을 감은 채 날 노려보면서 고래고래 악을 썼어. ‘이 등신 맹추야! 부엌에 있는 쓰다 만 몽당 양초로도 충분한 걸 뭣 때문에 쓸데없이 양초를 새로 네 개나 사서 불을 붙여?’ 마누라가 완전히 죽은 게 아니었거나 아니면 부엌에 있는 쓰다 만 몽당 양초로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내가 새 양초를 네 개나 낭비하는 꼴에 식겁해서 잠시 부활한 것이거나! 마누라가 계속해서 고함쳤어. ‘길바닥에 돈 좀 뿌리지 말란 말이야, 이 등신 맹추야! 그 양초 네 개는 고이 뒀다가 내 곁으로 오는 날 갖고 와. 내가 검사할 거야. 알았어? 이 등신 맹추야! 안 그랬다간…… 각오해!’ 그러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뻣뻣하게 굳었어. 더는 아무 말이 없었지. 심지어 관에 못을 박을 때조차. 하기는 못 박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하던지 아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도 들리지 않았을 거야. 내가 여기 온 날, 마누라가 날 보더니 통통 튀어서 다가와 물었지. ‘양초는, 이 등신 맹추야. 양초 어쨌어? ……보나마나 뻔하지. 안 가져왔겠지!’ 하지만 난 양초를 가져왔어! 내 마누라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 p.83~84

“난 신실한 신자지만 이젠 인내심이 바닥났소! 벼락을 맞든 지옥에 떨어지든 될 대로 되라지! 그분은 한없이 노쇠하고 추레해진 뒤로 할 줄 아는 거라곤 오직 거나해져서 무덤가를 어슬렁거리며 모두에게 닥치는 대로 심술을 떠는 것뿐이라오…… 이런 젠장맞을!” --- p.91~92

튤립은 조심스럽게 그곳을 빠져나오며 노래했다. “아…… 아아아…… 아…… 수음은 해롭기 짝이 없는 건데. 예전에 마누라가 그 짓을 종종 즐기던 작자한테 방을 세준 적이 있어. 외양만 봐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지. 얌전하고 예의 바르고 절대 흥분하는 법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밤 그 작자 방에서 오싹한 비명과 함께 탄식이 들려왔고, 그 바람에 잠을 깬 마누라와 내가 황급히 달려갔지. 우리가 무슨 꼴을 보았게? 글쎄, 그 작자가 셔츠 바람으로 궁둥이를 꽉 조인 채 움쭉달싹 못하고 있지 뭐야. 난방기에 생식기가 끼었던 거지! (…) 암, 그렇고말고…… 수음은 해롭기 짝이 없어!” --- p.130~131

“죄송합니다, 청장님! 공동 구덩이의 하층민들이 또다시 탈출하려고 수작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떡하죠, 청장님?” 나방 떼 인물이 한 손가락을 쳐들며 말했다. “꿱꿱! 간단해! 경찰 하나한테 하층민 옷을 입힌 다음 행렬에 잠입하게 해서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게 해…… 이후엔 우리가 곤봉으로 하층민을 공격하면 그만이지. 박살 내고 조각내고 가루를 만들어서 사방 곳곳에 뿌려버리라고! 만일 신이 한 소리 하거들랑 이렇게 대답해. ‘저희가 먼저 공격당했습니다.’ 그럼 신도 암말 안 할 테니. 꿱꿱! 꿱꿱! 꿱꿱!” --- p.137~138

난 이제 거의 코가 없다오, 선생! 내 코는 그리스 조각상처럼 오뚝하고 위풍당당하고 균형 잡힌 잘생긴 코였어요. 그런데 이놈의 감기 때문에 코를 긁지 않을 수가 없었거든! 내가 죄 없애버리고 말았다오, 선생! 긁어서! 나한테 남은 건 이제 코가 아니라오, 선생! 땅콩이지! (…) 재채기하지 마시오, 선생!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참으시오, 선생! 선생이 바람을 일으키면 내가 졸아든다오! 이건 선생이 내 존재를 갖고 노는 거요. 선생이 날 잡아먹는 격이랄까! 아, 코가 간질간질해…… 아, 아, 코가 간질간질해…… 좋은 생각이 떠올랐소, 선생. 이리 가까이 오시오. 몸을 숙여봐요. 내 코 대신 선생코를 긁겠소. 그래서 선생이 시원해하면 내가 대리만족을 느끼도록!
--- p.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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