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작업기억에 주목해야 하는가
작업기억이 학업수행에서 개인차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이 지난 20여 년 동안 심리학의 수많은 연구결과들(Gathercole, Lamont & Alloway, 2006; Swanson, Cochran & Ewers, 1990)에 의해 증명됐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란 이해, 학습, 추론에 이르는 포괄적인 인지과제를 수행할 때 정보가 일시적으로 저장되고 조작되는(Baddeley, 1986) 머릿속 작업판과 같은데, 정보의 저장과 조작은 거의 모든 학습상황의 기본 기제이므로, 작업기억을 요구하지 않는 학습상황이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업기억의 용량과 발달양상을 알면, 아동의 현재 학업수행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학습 어려움을 예측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부모나 교사를 당황하게 하는 난독증, 수학장애, ADHD, 통합운동장애, 자폐증 등의 학생들의 학습 어려움을 해결하는 열쇠 또한 작업기억이다. 학습장애의 원인은 다양해서 한 가지 처방으로 모든 학습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는 없다. 그런데 이들이 보이는 장애의 원인은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작업기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작업기억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진짜’ 있을까
영국에서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실제 영국 학생들 중 10% 정도는 작업기억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대다수(80%)는 읽기, 수학과 같은 주요 학업기술이 손상되었다고 한다(Gathercole & Alloway, 2008). 작업기억은 10대까지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고 25세 정도에 이르면 절정에 달한다. 그후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가 30대 중반에 이르면 줄어들기 시작한다. 작업기억은 연령에 따라 증가하지만 또래 그룹 내의 상대적인 위치는 그대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즉 또래 그룹 가운데 하위 10%에 속하는 학생은 평생 그 수준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작업기억 용량이 격변하는 ‘10대’라는 시기에 이를 관리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업성취도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작업기억’임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작업기억, IQ, 3R(읽기, 쓰기, 산수) 중에서 학생의 향후 학업성취도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무엇인지를 연구했다. 놀랍게도 작업기억이 가장 정확한 지표인 것으로 밝혀졌다. IQ와 3R 점수는 배운 지식을 측정하는 면이 커서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것은 교사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작업기억은 다르다. 학교의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으로 개선될 수 있고 연령에 맞는 수준을 목표로 하여 작업기억 향상을 돕는다면 아이의 학습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작업기억은 아이의 ‘학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아이의 학업기술 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활동들도 작업기억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학생이 교사의 말을 청취하면서 필기를 하고, 일련의 복잡한 지시를 잘 따르기 위해서는 정보의 저장과 처리과정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작업기억 용량이 작은 아동은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때 자신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놓치거나, 교사에게 지시문을 반복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 이런 아동은 점점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자체에 어려움을 겪거나 흥미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Alloway, 등, 2005).
작업기억 용량은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면 학습능력에 놀라운 변화가 뒤따른다
그렇다면 타고난 능력인 작업기억을 늘리는 것이 가능한가? 오랫동안 심리학자들은 작업기억의 크기는 고정된 것이어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최신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뇌를 훈련시켜서 작업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이 밝혀졌다. 작업기억이 부족한 학생에게 기초학력 능력을 심어주기 위해 단순 반복해서 가르치는 일은 펑크난 타이어에 바람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 학습 피라미드의 하단부를 떠받치는 작업기억 능력의 개선 없이 학습장애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헛된 노력이다. 이 책에는 여름방학 동안 훈련을 받은 뒤, 학습장애아에서 상위 10퍼센트의 학생으로 변신한 재스민의 사례가 등장한다. 이처럼 훈련을 통해 작업기억과 학업성적이 놀랍게 향상된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다시 한번, 다양한 학습 어려움의 이해와 극복이 ‘작업기억’에 달렸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