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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는 의심할 바 없이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1858~1924) 의 오페라 중 가장 강렬한 작품이다. 제아무리 줄거리가 잔혹한 오페라라 할지라도 탈옥, 고문, 배임, 협박, 추행, 살인, 사기, 처형, 자살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오페라는 가히 드물다. 더구나 신파적인 서정극에 최고의 재능을 펼친 푸치니가 이와 같은 오페라를 만들었다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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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의 히로인은 왜 그토록 비운의 여인이 되어야 했을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그녀의 연인이 로마의 공화주의자였기 때문이고, 악인 스카르피아 남작이 오래전부터 토스카에게 흑심을 품어온 탓이다. 오랫동안 ‘교황의 영토’였던 로마에서 혁명파 공화주의자가 생겨난 배경에는 나폴레옹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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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2막을 보면 극 도중 마렝고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군에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낮 시간에 진행되는 1막에서는 나폴레옹이 패망했다는 소식이 성당에 전해지고 오스트리아군의 승리를 축하하는 「테데움」이 울려 펴진다. 그런데 불과 같은 날 밤을 배경으로 한 2 막에서 그것이 완전히 뒤집혀버린다. 1800 년6 월 14 일 마렝고 전투의 전세가 그러했다. 프랑스는 마렝고에서 패색이 짙은 전투를 뜻밖에 승리로 이끌었고 마렝고 전투는 나폴레옹이 치른 전투 가운데서도 가장 모험적이었던 위기일발의 전투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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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두 연인은 하늘이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죽음으로 비극을 완성시킨다. 전쟁은 군인뿐 아니라 예술가들에게도 예외 없이 죽음의 낫을 휘두른다. 「별은 빛나건만」의 멜로디가 오케스트라 총주로 압도적으로 울려 퍼지면서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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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르피아
(난폭하게)
나는 두 가지 목표를 두겠어.
반역자의 머리가
가장 값진 것은 아니지.
나는 도도한 눈에 비친 불꽃이
(육욕에 대한 열정으로)
내 품에서 사랑의 고통으로
사그라지는 것을 보고 싶어…
(난폭하게)
한 놈은 교수대로,
그 여자는 내 품으로…
(스카르피아는 허공을 응시하며 꼼짝하지 않는다.)
259-261p
토스카
(극도로 고통스러워하며)
나는 예술로 살았고, 사랑으로 살았네.
나는 살아 있는 영혼에 피해를 준 적이 전혀 없네!
남몰래,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었네…
언제나 진실한 믿음으로 하는
내 기도는
신성한 감실로 올라갔네.
나는 언제나 진실한 믿음으로
재단에 꽃을 바쳤네.
(일어서며)
주님, 왜, 도대체 왜,
내게 이러한 고통의 시간으로
보답하십니까?
성모님의 망토에
보석을 바쳤고.
가장 아름답게 웃는
별과 하늘에 노래를 바쳤습니다.
주님, 왜, 도대체 왜,
아! 내게 이러한 고통의 시간으로
보답하십니까?
289-291p
카바라도시
(카바라도시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고 나서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몇 줄 적다가 추억에 젖어 편지 쓰는 것을 멈춘다.)
(생각에 잠겨)
별은 빛나고 있었고
대지는 향기를 풍기고 있었지…
텃밭 문이 삐거덕 소리를 냈고
발걸음이 모래를 가볍게 스쳤네…
그녀는 향기를 풍기며 들어와
내 품에 쓰러졌지…
오! 달콤한 입맞춤, 오, 부드러운 애무,
나는 전율하며 베일에 싸인
아름다운 몸을 풀어헤쳤지!
내 사랑의 꿈은 영영 사라졌네…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절망 속에서 죽어가네!
나는 이렇게 삶을 사랑해본 적이 없네!
(카바라도시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껴 운다.)
299p
카바라도시
(사랑스럽게 토스카의 두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싸며)
오, 부드럽고 순결한 손이여,
오, 아름답고 헌신적인 일을 위해,
아이들을 쓰다듬고, 장미를 꺾기 위해 선택된 손,
불행한 때에 기도하기 위해 모은 손이여,
정의는 확고한 사랑으로 만들어진 당신에게
성스런 무기를 맡겼던 것이오
죽음을 이겨낸, 오, 승리의 손이여,
오, 부드럽고 순결한 손이여!…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