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성에 이르기까지는 30리 정도가 된다 옷이 흠뻑 젖고 길가는 사람들의 수염에는 이슬이 맺혀 마치 볏모에 구슬을 꿰어놓은 것 같다.
서쪽 하늘에 짙은 안개가 문득 트이며 한 조각 파란 하늘이 살며서 나타난다. 영롱하게 구멍으로 비치는 것이 마치 작은 창ㅇ에 끼어놓은 유리알 같다. 잠깐 동아에 안개는 모두 아롱진 구름으로 변하여 그 무한한 광경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머리를 돌려 동쪽을 바라보니, 이글이글 타는 듯한 한 덩이 붉은 해가 벌써 세 발쯤이나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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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닌 탁자 위에 벌여놓은 술잔이 한 냥에서 열 냥까지 제각기 그릇이 다르다. 모두 놋쇠와 주석으로 만들었는데, 빛깔을 내어서 마치 은빛처럼 번쩍번쩍한다. 넉 냥 술을 청하면 넉 냥들이 잔으로 부어주니, 술을 사는 이가 그 많고 적음을 따질 필요가 없다. 그 간편하기가 이와 같다. 술은 모두 백소로인데, 맛이 그리 좋지 못하고 취하자마자 금방 깬다.
그 주위의 진열해 놓은 것을 둘러보니 모든것이 고르고 단정하여, 한 가지 일이라도 구차스럽게 미봉해 놓은 법이 없고 물건 한 가지라도 어지럽게 늘어놓은 거이 없었다. 심지어는 외양간이나 돼지우리까지도 모두 법도 있게 제 곳에 위치해 있으며, 나뭇더미나 거름무더기까지도 보기 좋게 해 놓은 품이 마치 그림같았다.
아, 이러한 연후에 비로소 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이용이 있는 연후에 후생이 돌 것이요, 후생이 된 연후에야 정덕이 될 것이다. 이용이 되지 않고서 후생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것이다. 생활이 제각기 넉넉하지 못한데, 어찌 그 마음을 바로 지닐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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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보슬비가 온종일 뿌리다 말다하다. 오후에 압록강을 건너 30리를 가 구련성에서 하룻밤 지내다. 밤에 소나기가 퍼붓더니 이내 개다. 앞서 의주에서 묵은 지 열흘만에 방물도 다 들어왔고 떠날 날짜가 매우 촉박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장마가 저 강물이 불어나 물살은 더욱 거세어 나무와 돌이 함께 굴러 내리고, 탁한 물결이 하늘과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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