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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3쪽 | 302g | 140*205*11mm
ISBN13 9791156751625
ISBN10 115675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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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획 위 원
강혜원 : 이화여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 상암고등학교 국어 교사
전종옥 :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현재 서울 마곡중학교 국어 교사
송수진 :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현재 경기 예봉중학교 국어 교사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대로 살아, 아니면 죽어 없어져, 그게 문제야. 어떤 게 더 고결한 일일까?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받으면서 그냥 참고 견디는 것, 아니면 세상의 고통과 맞싸워 이겨서 그것들을 끝장내 버리는 것. 죽는 건 잠드는 것. 그뿐이겠지. 잠이 들어서 마음의 괴로움과 몸의 만 가지 고통을 끝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죽는 건 잠드는 거야. 잠들면 꿈을 꾸겠지. 아, 그런데 문제가 있어. 우리가 이 몸뚱이의 굴레를 벗어나 죽음이라는 잠이 들면 어떤 꿈을 꾸게 될지 모르니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단 말이야. 그 때문에 긴긴 세월 동안 불행을 견디고 사는 것 같아.
그렇지 않다면 누가 애써 견디겠어? 세상의 채찍과 조롱, 압제자의 횡포, 세도가의 멸시, 사랑에 버림받은 고통, 질질 끄는 재판, 관리들의 오만, 덕을 가진 이가 하찮은 자들로부터 받는 모욕을 단도 한 자루면 다 끝장낼 수 있는데. 누가 이 지겨운 인생의 짐을 지고 땀을 흘리겠냐고. 그런데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저 미지의 나라, 죽음의 나라에 가면 무엇이 있을지 두려워 마음이 흔들리지. 알지도 못하는 고생에 무작정 뛰어드느니, 차라리 현재의 고생을 견디고 만단 말이야. --- p.86~87

어머니는 늘 아버지에게 매달렸지. 사랑은 받을수록 더 받으려는 마음이 강해지는 것인가. 그런데 한 달도 채 못 되어……. 아니, 생각을 말자. 정말이지 약해 빠졌어, 여자란! 고작 한 달, 가엾은 아버지의 시신을 니오베처럼 울며불며 따라갈 때 신었던 신발이 채 닳기도 전에. 아, 하느님!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짐승이라 하더라도 더 오래 슬퍼했으련만.
거기다 아버지의 동생인 삼촌과 결혼을 하다니. 나를 헤라클레스에 비할 수 없듯이, 그는 아버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인간인데. 그것도 한 달도 안 되어서! 울어서 빨개진 눈에서 거짓 눈물의 소금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결혼을 해 버리다니. 아, 사악할 정도로 빠르다. 친척 간인 두 사람이 그처럼 잽싸게 한 이부자리에 뛰어들다니! 이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어. 결과도 좋을 리 없지. 그런데도 입을 다물고 있자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구나.
--- p.116~117

제가 미쳤다고요? 제 맥박은 어머니 맥박처럼 박자에 맞춰 차분하고 건강하게 잘 뛰고 있어요. 제가 미쳐서 한 말이 아니라고요. 정말로 미쳤는지 한번 시험해 보세요. 무슨 말이든 따라서 해 볼 테니. 미쳤다면 어떤 말이든 빠뜨릴 겁니다.
어머니, 제발! 양심의 상처에 마음을 달래는 약 같은 걸 바르려고 하지 마세요. 어머니 죄는 덮어 두고 제 광기가 문제라고 하지 마시라고요. 약이 헌데를 살짝 덮어 주기는 하겠죠. 하지만 곪은 부위는 안으로 파고들어 보이지 않게 퍼진다는 걸 아셔야죠.
어서 하늘에 고백하세요. 지난 일을 뉘우치고, 앞으로는 삼가세요. 잡초에 거름을 주어 더 무성하게 만들지 마시고요. 제가 이처럼 설교하는 걸 용서하세요. 도덕이 땅에 떨어진 천박한 시절엔 미덕이 오히려 악덕에게 용서를 구하며 도와줘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하지요. --- p.125

아냐, 조금도 그렇지 않네. 그냥 보통의 상상력만 동원해 봐도 거기까지 갈 수 있어. 그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이렇게 말이야. 알렉산더가 죽었다, 알렉산더가 묻혔다. 알렉산더가 티끌로 돌아간다. 티끌이란 흙이지. 흙으로 찰흙을 만든다. 이 찰흙으로, 그러니까 알렉산더의 티끌이었던 찰흙으로 왜 맥주통 구멍을 막지 못한단 말인가? 카이사르 황제, 그도 죽어 진흙이 되면 벽에 난 구멍을 메워 바람을 막아 줄 수도 있지. 아, 세상을 떨게 했던 그 흙덩이가 겨울 외풍을 막기 위해 벽 구멍을 메우게 되다니! 그런데 가만, 가만! 저리 피하세. 왕이 오고 있어. (햄릿과 호레이쇼, 옆으로 피한다.)
--- p.175~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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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비틀즈’가 해체된 지 사십 해가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들의 노래에서 기쁨과 위로를 얻는다. 우리가 수백 년이 지난 ‘고전’을 다시 읽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일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그런 위로 같은 노래가 되길 바란다.
- 전종옥 (서울 마곡중학교 국어 교사)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었다고 하면 어려운 부분을 무조건 생략하거나 의미를 소홀히 다루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은 명작의 이름에 값하는 의미와 거기서 느껴지는 감동까지 고스란히 전해 주어, ‘명작이 명작다운’ 이유를 절로 깨닫게 한다.
- 이해정 (서울 북악중학교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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