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으로 가는 도중에 보니 그녀는 이미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나이트클럽까지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냥 잠시 가만히 쉬었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이 말뜻은 무엇인가?

그는 차를 몰고 서울역 근처에 도착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50미터 전방에 한 호텔이 보였다. 그곳에 차를 주차하고 두 사람은 나란히 호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종업원에게 방을 달라고 하니까 종업원이 201호실 열쇠를 주었다. 그가 카운터에 돈을 지불하는 동안 그녀는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가 키를 받아 201호에 들어가 소지품을 탁자에 놓고 나니 그녀는 이미 비스듬히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녀에게 피곤할 텐데 샤워나 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는 피우던 담배를 끄고 그녀 옆에 다가가 손을 잡고 포옹하고 키스와 애무를 했다. 그녀의 옷을 벗기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완전히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녀는 그에게 무척이나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려는 오럴 섹스를 간절히 요구한 것이다. 그는 그녀를 만족시켜 주었다.

그녀가 이렇게 성적인 요구를 많이 했다면 이는 분명히 강간은 아니다. 화간인 것이다. 오히려 이수종 쪽이 당한 듯한 느낌이다. '침묵'은 처음부터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이수종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는 아무런 비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7방 사람들은 그가 이야기를 계속할 때마다 탄성을 올렸다.

역사상 법정의 오판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들은 많다. 그 중에서도 나사렛 예수 재판이 가장 으뜸으로 손꼽힌다. 대제시장이었던 요셉 케이파스는 자신의 지위에 가장 위험했던 존재인 예수를 박해하기 위새서 사형시키기로 결정한다. 이 예정된 결론에 따라열린 종교회의에서는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br/><br/>그러나 요셉 케이파스는 비겁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형을 집행하지 않고 이를 빌라도에게 떠넘긴다. 그것은 자신에게 사형을 집행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빌라도는 예수의 무죄를 확신한다. 그러나 군중들의 압력에 굴복하고 만다. 결국 예수는 십자가에 처형되고 이로서 새로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다.<br/><br/>캐나다의 밀가드 사건에서는 경찰의 진술서와 허위 증언에 의해서 밀가드는 억울하게도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23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었으나 마침내 누명이 벗겨진다. 그러나 이 오판은 그의 청춘을 모두 빼앗아가 버렸다. <br/><br/>챔버린 부부 살인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심원들은 이들 부부가 종교적 광신도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들 부부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한다. 그러나 역시 이 사건도 후일 억울함이 밝혀진다. 그러나 그들이 받았던 온갖 고난이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br/><br/>린드버그 유괴살인사건에서도 피고인이 단독범행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다. 그러나 린드버그가 유명한 인사였기 때문데 법정은 재판을 서둘러 유죄를 선고해 버리고 만다. 캐나다 코핀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 코핀에게는 그가 사냥꾼을 살해할 아무런 동기가 없었다. 알리바이도 충분했다. 검찰 측의 증거도 직접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핀에게 유죄가 선고된다. 코핀은 억울한 나머지 모의 권총을 만들어서 감옥을 탈출하기도 한다. 결국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이는 오판이 남긴 또 하나의 비극이었다.<br/><br/>사형폐지론자들은 묻는다. 무슨 권리로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 갈 수 있느냐고. 범죄학의 아버지 베카리아는 외친다. '사형은 일시적인 구경거리에 불과할 뿐'이라고.<br/><br/>시민들이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배심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다. 그러나 배심제도도 오류가 많다.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힌 배심원들은 증인들이 명백히 허위증언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스캇츠 보로의 흑인 소년들에게 유죄를 선고한다.<br/><br/>일제 식민주의의 유산으로 재판관들은 무죄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어디 그 뿐이가? 구속재판주의를 고수해 버린다. 그러니 국민들은 조그만 죄를 지어도 즉시 구속되고 만다. 그들은 자다가도 불려가서 감방에 들어간다 . 그러니 봉건왕조 시대와 식민시대의 유령이 아직도 우리 사회를 휘젓고 다니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일단 구속되면 풀려나가기 어렵다 . 비록 피고인이 죄를 지었는지 아닌지 애매한데도 말이다. 그러나 무죄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대법원까지 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니 변호사들은 별 죄가 없는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라고 권한다. 아직도 법은 국민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 하루 빨리 이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법은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의 방패가 되어 주어야 한다.<br/><br/>그러나 제도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관념도 함께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과연 인간의 관념이 그렇게 쉽사리 바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