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가 우리 근대사를 대하는 시각에 존재하는 심리적 갭을 조금이나마 메우고, 그 시대가 어떤 방식으로 굴러갔는지에 대한 서사의 씨실 한 줄을 새로이 제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동아시아 근대사에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역사가 진행되는 방식이 가지는 귀납적 서사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즐거움을 통해 우리의 역사 우주를 확장시켜 외우주 세계사에 더 많은 연결 고리를 걸 수 있다면, 세상에 대한 우리의 논리 토대가 가지는 무게에 벽돌 한 장 정도는 더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기대하는 바입니다. --- p. 5〈머리말〉
국사 공부만으로도 빡센 거, 뭘 굳이 중국사·일본사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나 싶지만, ‘한국사’라는 나무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멀리서 ‘동양사’라는 숲을 봐야 하는 부분이 있는 법입니다. So, 한중일 근대사 ㄱㄱ!! --- p.20 〈제1장_프롤로그, 짬뽕의 기원〉
견고하게 짜인 폐쇄적인 봉건사회에 서양물이 살짝 스쳐 몇몇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들, 난학은 그저 밥 먹는데 스친 다른 음식 냄새뿐이었으니. 서양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수박 겉핥기 수준을 넘지 못했습니다. 서양 문명의 거대한 총체, 과학적 방법론과 근대철학, 자연과학과 각종 공학, 시민혁명, 인본주의, 자본주의 등 서양이들 스스로 문명이라 일컫는 모든 것. 난학이라는 작은 구멍으로는 도저히 그 크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다른 우주였습니다. --- p.222~223 〈제9장_히키코모리의 숨구멍〉
외계인 강습 레벨인 영국의 침공이었지만, 저 외계인들은 자금성에 들어와 정복왕조를 연다든가, 조공을 요구한다든가, 장강 이남 전체를 요구한다든가 하는 익숙한 이민족thing을 하지 않는다. 서구 자본주의·제국주의로 중화의 문을 두드린다. So, 영국놈들이 싸가지 없는 마약상 양아치일지언정, 청조의 존망을 위태롭게 할 우환은 아닌 것.
--- p.366~367〈제14장_아편전쟁 5, 아편 숙취로 맞이한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