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브랜드가 없던 회사들은 대부분 쥬리아,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같은 원청 기업에서 처방과 공정을 받아다가 단순 제조만 해왔다. 따라서 기술적 측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콜마는 연구인력, 기술 및 품질관리 등의 능력을 갖췄으며, 부족한 점은 있지만 임직원 모두 열정과 의지가 충만했다. 그래서 못 만드는 제품이 없고 도전해서 이루지 못할 일도 없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당연히 한국콜마에 대한 인식은 좋아졌고, 제품 신뢰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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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가 마음만 먹으면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서 성공해내는 건 일도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기획력, 기술력, 제조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으니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콜마는 지나온 30년은 물론이요 앞으로도 자체 브랜드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 왜 콜마는 자체 브랜드에 대해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갖는 걸까? 정말로 브랜드에 대한 욕심이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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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에 저도 그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이렇게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니 브랜드를 가지면 더 좋겠다 싶었지요. 그러나 회장님은 ODM에 대한 확실한 경영철학을 갖고 계셔서 단박에 거절하셨어요. ‘우리가 브랜드를 갖고 있다면 고객사와 일단 경쟁 관계가 된다. 그러면서 ODM을 한다고 하면 누가 우리에게 제품을 믿고 맡기겠냐’는 요지였죠. 타당성과 장기적 비전을 보고 우리 회사는 ODM의 외길을 걸어왔고, 그 결과 지금의 한국콜마를 이뤄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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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공장장화장품 세종공장은, 한국콜마의 성장동력은 화장품, 제약, 건강기능식품을 합친 융합기술의 통합이라고 말한다. 이때의 융합기술이란 피부 치료제에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등 화장품에 활용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과 같이 영역 구분 없이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고를 발랐을 때를 생각해 보자. 연고가 쉽게 흡수가 안 돼서 하얗게 묻어나 계속 문질러 줬던 기억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콜마는 연고에 피부 흡수가 잘 되게 하는 화장품 기술을 도입했다. 이러한 융합의 결과 콜마에서 생산하는 연고제뿐만 아니라 국내 연고제는 현재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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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콜마는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캐나다에서 도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6년 9월 미국 웜저사와 손잡고 미국 화장품 ODM 기업 ‘프로세스 테크놀로지스 앤드 패키징PTP’을 공동 인수했으며, 11월엔 캐나다콜마 후신인 CRS도 인수했다. 윤 회장은 95% 이상 OEM 방식으로 화장품을 생산하는 북미와 남미에서도 한국콜마가 ODM 비즈니스를 선도해 외형 성장을 계속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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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공장장화장품 세종공장은, 한국콜마는 다른 화장품 기업에 비해 계측 실험 장비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연구 장비에 들어간 투자비를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대당 가격이 1억 원이 넘는 기계들이 수두룩하다. 고가 장비들은 특히 미생물 실험실에 집중된다. 왜냐하면 화장품은 어떤 온도, 어떤 환경에서도 변질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도, 빛, 습도 등 여러 조건 하에서 제품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더 정밀하게 실험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하므로 투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또한 화장품 원료에 유해물질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므로 마찬가지로 최고급 장비를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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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장 앞에 기술력 확보’라는 대전제를 앞세웠다. 창업 초기부터 직원의 30% 이상을 연구원으로 채용하려고 노력했으며, 연 매출의 6% 이상을 신소재, 신기술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창립 이후 30년 동안 매년 20%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R&D 중심의 경영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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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는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이 셋을 ‘STAR 산업’이라고 부른다. STAR 산업을 위해 한국콜마는 끊임없이 연구개발과 상품화를 진행해 왔다.(중략) 왜 이 세 가지 분야를 ‘STAR 산업’이라고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윤동한 회장은 인간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세 가지가 ‘의衣·식食·주住’라면 이 세 가지를 역으로 엮는 게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보았다. 의식주를 하나의 삼각형으로 그리고 그 위에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의미하는 역삼각형을 얹으면 별 모양이 된다. 윤 회장은 이를 ‘인간이 생활하는 동안 영원히 빛날 산업’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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