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제강점기 민족해방과 여성해방운동을 이끌었던 여성들의 꿈과 희망의 정치적 서사이다. 일제강점기 복종은 최고의 미덕으로, 불복종은 최고의 악덕으로 간주되었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미래비전의 원칙과 내면적인 양심에 따라 일본제국주의 권위에 불복종을 선택하였다.
간디의 불복종이 인도를 자유롭게 했듯이, 한국여성의 불복종은 민족의 독립과 여성해방의 시작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불복종이 대한민국 탄생을 가져왔다. 일제의 식민주의 담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사람을 깨우고, 여성들을 모아 단체를 조직하였고, 함께 거리로 나가 집단적인 행동을 하고, 함께 일제의 경찰에 끌려갔다. 그들의 목소리는 광야의 울림으로 전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왔고, 얼마후 환희의 민족해방합창이 되었다.
이 모든 과정에 여성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려는 정치적 행위가 녹아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가치를 창조하고, 가치를 표현하고, 집단적인 공유와 의도적인 행위로 공동체 이익을 실현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희망적인 행위’로 개념을 규정한다면, 한국여성의 참정권운동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서 본격화되었다.
--- 「서론」 중에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은 엘리트 여성만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이었다. 또한 공적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의 영역에서도 여성들은 독립운동을 펼쳤다. 독립운동은 공적영역에서의 정치투쟁이었고, 여성에게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도전이었다. 가정의 영역에서도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었다. 이제 가정의 영역은 민족주의 정신의 온상지이며, 일제에 대한 불복종 운동의 터전이었고, 민족독립운동의 학습장이었다. 명망가 집안의 여성들은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가정과 민족의 문제를 동시에 감당하였다. 사람을 동원하여 거리로 나가 만세를 부르거나 무기를 나르며 의병활동에 참여하였다. 여성들은 처음으로 집안 남성의 관리 감독에서 벗어나 스스로 여성들만의 연대와 조직 활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성들은 공사영역을 넘나들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고, 자유와 평등이라는 새로운 삶의 가치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여성들은 결혼으로 가사일과 자녀양육으로 공식적인 항일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가정에 머물면서 생계의 책임자로서 자녀교육의 책임자로 그리고 독립자금 모금에 나섰다. 독립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은 결코 중단한 적이 없었으며 후퇴한 적도 없었다. 독립의식이 높을수록 여성해방 의식도 높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녀출산, 양육의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공적영역에서 정치활동 참여는 어려웠다. 그러나 자녀출산과 양육은 가문의 유지하고 민족의 미래세대를 양성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국립여성전시관 관장을 지낸 저자는 전시관에서의 각종 기획전을 개최하기 위해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와 그들의 후손들을 만났습니다. 서구 여성사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한 저자는 세계 여성사에 대한 깊은 인식을 토대로 19세기말 이후 서구 열강들의 세력 다툼 속에서 누구보다 앞서갔던 우리 여성들의 치열했던 삶을 재인식하게 되었고, 이러한 바탕 하에서 이 책은 저술되었습니다. 수많은 질문과 역사적 성찰을 통해 완성된 이 책을 통해, 앞서간 여성들의 삶과 오늘날 우리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역사적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대답을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