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는 일찍이 예술이 사물성을 기초로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정시야말로 대표적인 예술이거니와, 사물성을 기초로 하는 것은 서정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서정시에서 사물성은 말할 것도 없이 개연성이 있는 이미지사유, 곧 체험을 토대로 하는 상상력과 무관하지 않다. 요즈음 서울의 젊은 시인들 시에는 바로 이것이 빠져 있어 심미적 감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광주의 젊은 시인 강나루의 시에는 체험에서 비롯되는 이미지사유, 곧 사물성에 기초한 상상력이 풍부하게 드러나 있어 크게 주목이 된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에는 삶과 자연의 형상들을 통해 포착해내는 크고 작은 발견이나 깨달음이 담겨 있어 좀 더 주목이 된다. “기타줄도 팽팽해야 소리가 나는 법”(「다시 노래를 불러야겠다」), “본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증거하는 일”(「감자가 눈을 뜰 때」), “못은 망치에게 뒤통수를 맞고/망치는 못에게 맞아야 하는 운명”(「철물점에서」) 등의 구절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강나루의 시는 서정시의 장르적 특성에 곧바로 육박해 들어가는 근본적 장점을 갖고 있다. 서정시에서도 형상의 선택은 세계관의 선택이거니와, 그의 시가 전개해내는 형상은 아주 새로울뿐더러 아주 잘 완성되어 있어 관심을 끈다.
- 이은봉 (시인, 광주대 명예교수, 대전문학관 관장)
강나루 시들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삶에 대한 치열성이다. 이러한 시들은 자칫 직선적 언어들을 휘두르기 쉬운데, 강나루의 치열성은 잔잔하다. 그의 시적 메시지는 서정적 상황을 제시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령 “한 철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씨감자는 / 얼마나 몸부림쳤는지 온몸이 파랗다”(「감자가 눈을 뜰 때」)에서처럼 ‘감자’가 마대 속에서 ‘하늘’을 보기 위해 빛을 향해 치열하게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을 제시한다. 그리고 시인은 곧 자신을 ‘감자’에 투사하면서 그 치열성의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옮겨 놓는다. “바닷물이 서릿발처럼 각을 세우며 일어섰다 / 물이 짜디짠 고집을 부리는데 / 빛의 염색체가 전이되었기 때문 / 그러므로 소금은 언제나 불덩이 같아 / 살아있는 것들의 뜨거운 피가 된다”(「염부」)는 ‘소금’의 정체성을 완성하기 위한 치열성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곧 ‘염부’의 치열성으로 전이된다. 이와 같은 강나루가 보여주는 치열성의 시적 현현 방법은 그의 시정신이 자연스럽게 독자의 정신에 물들게 하는 마성을 가지고 있다.
- 백수인 (시인,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시집 『감자가 눈을 뜰 때』는 단순히 시인 강나루의 개별적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중대한 의미들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현실에 기반을 둔 예술작품은, 일상의 생활사 영역에서 발견해내는 삶의 모습과 풍경을 그대로 옮겨내는 사실 현실에 충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나루 시인은 세대를 잇는 우리 삶의 경로에서 스스로의 삶을 검토하고 성찰하며 표현하는 의미 현실에 무게의 중심추를 둔다. 우리는 여전히 지금 우리의 삶이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며, 이전의 가치 규범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강나루의 시가 놓여있다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시집 『감자가 눈을 뜰 때』가 중대한 의미들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 김병호 (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