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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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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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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30g | 127*195*26mm
ISBN13 9788932912776
ISBN10 8932912777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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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출간 20220625, 판형 128x188(B6), 쪽수 336
  •  특이사항 : 열린책들 세계문학 277-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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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인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던 것이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광대 짓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나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나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했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을 도저히 떨쳐 버릴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 p.17 「인간 실격」 중에서

피차 거짓말을 하고,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실로 번듯하면서도 그야말로 깔끔하고 밝고 뒤끝 없는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충만해 있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 p.26 「인간 실격」 중에서

아아, 인간은 피차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잘못 보고 있으면서 둘도 없는 친구라 여기고, 평생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눈물을 흘리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낭독하는 것이 아닐까요?
--- p.92~93 「인간 실격」 중에서

지금 내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지르듯 처참하게 살아온 〈인간〉 세상에서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딱 한 가지는 그것뿐입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 p.134 「인간 실격」 중에서

어머니, 제가 얼마 전에 이런 생각을 했는데요, 인간이 다른 동물과 전혀 다른 점은 뭘까, 언어도, 지혜도, 사고도, 사회 질서도, 각기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다른 동물 역시 모두 갖고 있잖아요? 종교도 있을지 모르고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거리지만, 다른 동물과 본질적인 차이가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그런데 말이죠, 어머니, 딱 한 가지가 있어요. 모르시겠죠. 다른 생물에게는 없는데 인간에게만 있는 것. 그건요, 비밀이라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 p.188 「사양」 중에서

기다림. 아아, 인간 생활에는 기쁨과 분노, 슬픔, 증오, 여러 감정이 있지만, 그건 인간 생활의 불과 1퍼센트를 차지하는 감정일 뿐,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사는 것이 아닐는지요. 행복한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리기를 이제나저제나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기다리는 허허로움. 아아, 인간의 생활이란 너무 비참해요.
--- p.232 「사양」 중에서

대체 나는 그동안 뭘 했던 걸까. 혁명을 꿈꾼 적도 없고 사랑조차 몰랐다. 지금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을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배척해야 할 것으로 가르쳤고, 전쟁 전이든 전쟁 중이든 우리는 그 가르침을 그대로 믿었지만, 전쟁에서 패하자 세상 어른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고, 무슨 일에서든 그들이 하는 말과 반대되는 쪽에 진정한 살길이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 맛있는 것, 너무 좋은 것이라서 어른들이 일부러 우리에게 덜 익어 신 포도라고 가르쳐 준 것이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났다고.
--- p.246~247 「사양」 중에서

나는 문득 어머니가 지금 행복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행복이란 비애의 강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 p.255 「사양」 중에서

하지만 나는 살아가야 한다. 어린아이일지 몰라도, 그러나 이제는 응석을 부릴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세상과 싸워야 한다. 아아, 어머니처럼 사람과 싸우지 않고, 사람을 미워하지도 부러워하지도 않다가 아름답고 슬프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 죽어 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산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나는 알을 배어 땅에 구멍을 파는 뱀의 모습을 다다미 위에 그려 보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다. 천박하다 여겨져도 상관없다, 나는 살아남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하기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자.
--- p.256~257 「사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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