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도덕의 계보학(Zur Genealogie der Moral)』에서 “하나의 사물을 관찰하기 위해 더 많은 눈, 보다 다른 눈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 사물에 대한 우리의 개념, 즉 객관성은 더욱더 완벽해질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정책의 객관성은 올림포스 산 위에서 제우스의 눈 같은 과학으로 사회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질퍽한 세상 속의 관점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볼 때 얻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이 추구하는 과학이며 객관성이다.
---「제1장|정책사회학의 이론적 기초」중에서
이해관계 접근법에서 정책이란 이익집단 정치의 산물이며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이익집단의 이해가 정책에 반영된다. 이해관계 접근법은 정책 현장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정책행위자 혹은 사회집단들의 활동을 서술하는 데 적합하다. 정당정치와 사회운동 같은 정치의 실천에서 이해관계 접근법은 쓸모 있다. 왜냐하면 반대 집단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이 접근법이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 정책 관련 언론의 보도 또한 이해관계 접근법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이해관계 접근법의 연구 결과는 타 접근법에 비해 직관적 이해가 쉽고 사회적 활용도가 높다.
---「제1부|이해관계 접근법」중에서
제도적 접근법은 서로 다른 국가 및 조직들의 제도 간의 관계, 제도와 실천 간의 간극을 다룬다. 제도의 정의는 법률과 정책을 넘어 규범, 전통, 관습, 공유된 믿음을 포괄한다. 사람들은 제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제도를 따름으로써 동일한 사회적 행위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한다. 제도화란 특정한 사회적 과정과 의무가 법률 같은 지위를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인간의 주관적 사고 밖에 존재하는 객관적 사회구조로 제도를 인식한다. 이처럼 어떤 생각과 실천이 외부성과 객관성을 가질 때 제도화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개인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의지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벽’ 혹은 ‘창살’처럼 제도가 개인을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2부|제도적 접근법」중에서
해석적 접근법은 정책 담론 혹은 정책 관련 지식의 분석으로 사회적 의미를 해석하는 접근법이다. 담론(discourse)의 일반적인 개념은 논의, 소통, 말의 양식을 의미한다. 하지만 해석적 관점에서 담론은 단순히 소통의 기호 혹은 매개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위를 가능케 하고, 반대로 제약하기도 하는 권력을 가진 사회구조이다. 다시 말하면 담론에 따라 퍼포먼스(실천)가 일어나고, 특정 담론이 다른 담론의 생산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권력적이다. 담론은 사회(또는 사회적 의미)를 만든다. 다시 말하면 사회는 담론으로 구성된다. 사회적 의미란 사회를 지칭하는 모든 것들의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 관료, 시민, 기업가, 정치, 전문성, 국가, 민족, 시장, 집단, 젠더, 위험, 윤리 등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단어들을 무심코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져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정책 또한 이런 의미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3부|해석적 접근법」중에서
물질적 접근법은 공공정책의 물질적 실천에서 사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물질적 접근의 기본적인 요건은 정책 실천에서 사물을 다루는 것이다. 다만, 사물을 언급한다고 해서 물질적 접근법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니며, 신유물론에 기초한 독특한 서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물을 정책행위자의 수단과 자원으로 다룬다면 이해관계 접근법일 뿐이며, 사회적 상징과 재현으로 사물을 서술한다면 해석적 접근법에 해당한다. 반면 신유물론은 사물을 인간과 존재론적으로 동등한 (정치적) 행위자로 서술한다. 물질적 접근법은 기존 접근법들과 다른 새로운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해석적 접근법처럼 물질적 접근법도 담론분석만으로 이뤄질 수도 있으며 사회적 의미를 분석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의미를 형성하는 데 사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물질적 접근법도 해석적 접근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이 책에서 해석적 접근법과 물질적 접근법을 구분하는 이유는 사물의 역할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제4부|물질적 접근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