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마스는 자본주의 경제와 국가 행정으로 대표되는 체계 영역 내 기술 합리성 원리가 생활 세계로 확장해 일상적 삶의 소통적 토대를 침식하고 있는 현상 속에 문제의 근원적 원인이 놓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버마스의 관점에 서면, 사람들은 자연, 도시 환경, 사회적 관계가 파괴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답은 자신이 말하는 “의사소통 합리성”의 회복 속에 있다.
---「1장 하버마스의 사회 철학과 『의사소통 행위 이론』」중에서
베버는 이러한 범주로 구현된 서구의 합리주의를 가시적이고 다양한 현상 속에서만 관찰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그러한 합리주의 현상들을 가로지르는 궁극의 원리를 찾아간다. 그것은 베버가 자신의 사회학에서 사회적 행위를 전통적 행위, 감정적 행위, 합리적 행위(목적 합리적 행위, 가치 합리적 행위)로 구분한 것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앞의 두 행위가 비합리적 행위이기 때문에 서구의 합리주의는 결국 목적 합리적 행위와 가치 합리적 행위 속에서 그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
---「2장 베버의 서구 근대 해석: 목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미래」중에서
이처럼 하버마스는 형식적 실증성과 절차적 규범성의 교차 지점에서 법의 근대적 원리를 사유함으로써 근대를 합리성의 두 차원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근대는, 베버가 말하는 것처럼 법의 실증성과 도덕성이 나뉘면서 정당성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두 차원의 합리성이 결합하는 방식 위에서 확보되는 것이다. 이것은 베버 사상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서구의 근대정신에 대한 문명사적 해석을 시도한 초기 비판 이론의 한계이기도 하다.
---「3장 베버의 합리적 행위자 모델 비판과 대안: 고독한 주체에서 소통하는 주체로」중에서
하버마스는 베버의 비관적 예견을 근대 문명과 자본주의에 대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그리고 루카치의 사유와 연결 지으면서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합리성 패러다임을 토대로, 그들이 제시하는 희망 없는 미래를 넘어설 사상적 대안을 디자인한다. … 하버마스는 서구 근대에 대한 베버의 비판적 사유를 ‘의미 상실’과 ‘자유 상실’이라는 두 가지 명제로 압축하고, 그 논리 위에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그리고 루카치의 비판적 사상을 검토해 나간다.
---「4장 서구적 합리성의 파국적 결과와 대안의 문제: 비극적 전망을 넘어」중에서
하버마스는 최초에 미드의 기획을 통해 상호 작용을 통한 사회적 규칙의 원리를 밝히고, 뒤르켐의 사회학에서 사회적 규칙의 규범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시 미드가 중시하는, 언어가 매개하는 상호 작용 과정을 통해 규범으로서 도덕의 구체적인 형성을 밝히려 했다. … 하지만 하버마스의 패러다임 기획은 단순히 미드와 뒤르켐 이론의 수동적 재구성은 아니다. 이는 ‘체계와 생활 세계’라는, 사회에 대한 하버마스의 관점 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5장 미드와 뒤르켐 사회학의 해석: 의사소통 행위가 만들어 내는 도덕」중에서
체계와 생활 세계는 두 개의 상이한 합리성을 표상하는 분석적 개념이지만, 현실에서 이 두 세계는 결합되어 있다. 그러니까 국가 행정은 생활 세계 구성원들의 일상적 삶을 관리하고 통제하며, 그 대가로 구성원들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세금을 제공한다. 그리고 경제는 그들의 노동력을 동원하고, 그 대가로 물질적 재화를 제공한다(브랜트 2000, 99). 이것이 바로 하버마스가 『공론장의 구조 변동』에서 추적한, 그리고 『의사소통 행위 이론』의 결론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 19세기 후반 이후 서구 근대 사회의 모습이었다.
---「6장 근대 사회의 두 원리: 체계와 생활 세계」중에서
우선 파슨스의 모델은 “제도화된 개인주의”(하버마스 2권, 448) 위에 토대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기적 합리성을 따라 행위하는 개인들이 체계 원리에 완벽하게 조응한다는 개념이다. 결국, 그 지점에서 하버마스는 베버의 근대화 개념이 고독한 개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신의 비판을 파슨스에게도 동일하게 제기하고 있다. 물론, 파슨스의 체계 속 행위자는 이기성만으로 규정되는 존재는 아니지만 두 사람 모두 근대적 사회 질서를 창출하는 데 작동하는 상호성의 토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7장 파슨스의 질서 이론 비판과 대안: 사회 통합의 진정한 무대로서 생활 세계」중에서
의사소통 행위 이론은 복지 국가에서 드러나고 있는 새로운 사회적 요구와 운동의 등장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그 새로움은 “제도화된 분배 갈등의 유형으로부터 여러모로 벗어나 있는” 그러니까 “오히려 문화적 재생산, 사회 통합, 그리고 사회화의 영역에서 생겨나는” 양상이다. … 이러한 운동들은 체계의 생활 세계 식민지화에 대한 저항의 양식이다. 그것은 체계 효율성에 맞서서 생활 세계 내에서 새로운 형식의 관계와 가치를 회복하려는 운동이다.
---「8장 의사소통 행위와 민주주의 실천: 새로운 사회 운동의 조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