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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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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없는 아이들

: 뿌리를 찾는 존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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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128*188*20mm
ISBN13 9791197878312
ISBN10 119787831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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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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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언어는 아닌데, 입양인 중에 한 분이 그림을 그린 게 있었어요. 나무를 그렸는데, 나무 밑동에 뿌리가 있어야 되는데, 뿌리가 없어요, 나무가. 그렇게 표현해 줬더라고요. 저는 그게 입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과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뿌리가 없는 나무가 존재할 수 있어? 그럼 쟤는 어떻게 자라지? 영양분을 어딘가에서 흡수해야 할 텐데 뿌리가 없다는 얘기는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매개도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대개 그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 존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가는 곳마다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런 삶. 제가 만났던 입양인들도 그 강도는 다르겠지만 대체로 그런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누군가와 인연을 맺으면 그 인연을 맺은 자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또는 이렇게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많이 희생하려고 하고, 양보하려고 하고, 성격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게 보였어요.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노력한다」중에서

아이 입장에서 입양은 트라우마예요. 제 경우에는 그때 옛날에 북한, 러시아 때문에 한국에서 출발하고 덴마크에 도착할 때까지 서른여섯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그렇게 긴 이동, 어린아이들한테 하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입양은 처음부터 아이를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없어요. 모르는 사람한테 맡겨서 서른여섯 시간, 그다음에 또 모르는 사람한테 맡기죠. 이렇게 입양을 트라우마로 생각하면, 그냥 모르는 사람한테 편하게 물어볼 수 없어요. 이건 물어보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로 생각하면 물어보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좀 더 조심스럽게. 이 뿌리찾기 개념은 너무너무 어려워서 상상할 수 없는 아픔도 생기니까요. 입양기관이나 아동보호시설에서 새로운 identity(신분)를 만들면서, 한순간에 identity가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누군가가 마음대로 한 사람의 신분을 다 지우는 거예요. 어떤 권한도 없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identity를 붙이는 거죠. 영국의 법학교수인 Alice Diver가 “the right to avoid origin deprivation(사라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하면서, 모든 identity는 중요하다고 했어요. 입양된 아이들도 다른 사람처럼 태어날 때의 이름, 부모님, 역사 다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identity를 보호해주는 법 조항도, 기구도 거의 없대요.
---「사라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권리」중에서

출생정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사회에 대한 신뢰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나의 존재가 왜 이렇게 쉽게 취급된 거지, 왜 이렇게 소중하게 취급되지 않은 거지. 이 사회의 공적인 영역에서 왜 이걸 이렇게밖에 못 한 것인지, 나의 정보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가 국가 내지는 사회로 향하는 화살이 된 거죠. 도대체 이 나라는, 이 사회는 어떻게 사람의 존재를 이렇게 허투루 다룰 수 있을까,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런 분노가 되게 컸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열일곱 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런 부조리한 것들, 강압적인 문화, 이런 것들을 좀 일찍부터 겪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건 뭐가 잘못돼도 많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분노의 화살이 개인적인 몇몇한테 간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이게 결국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공동체 내지는 사회, 국가 시스템의 문제이지 나만의, 혹은 나의 부모님들만의 문제는 아니었구나, 생각하면서 화살의 방향이 바뀐 거죠.
---「나의 존재가 왜 이렇게 소중하게 취급되지 않은 거지?」중에서

출생등록은 모든 사회적 존재가 권리를 향유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매우 역설적이게도 그 자체만으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 쉽게 와 닿지 않을뿐더러 반대의 경우 거기서 파생되는 어려움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출생등록이란 대체 무엇이고, 그 의미는 어떠한가? (……)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출생을 등록할 때 최소한 출생 당시 아동의 이름, 성별, 출생일, 출생장소, 부모의 이름과 주소, 부모의 국적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출생이 등록되는 것과 더불어 이름을 가질 권리, 국적을 가질 권리, 부모를 알 권리 및 부모에 의하여 양육될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헤이그국제입양협약도 아동의 출생에 관한 정보 보존과 출생정보에 대한 아동의 알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출생등록은 그 자체가 모든 사람의 권리인 동시에,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누려야 하는 다른 기본권의 전제가 된다. 출생이 등록되지 않은 경우에는 권리의 주체로서 자기 자신을 내세울 수 없다. 모든 이후의 삶이 켜켜이 장벽과 장애에 가로막힌다. 어떤 국가에서건 국적을 불문하고, 출생등록이 인권의 출발선으로 수호되어야 할 권리인 이유이다.
---「출생등록은 인권의 출발점이다」중에서

부모를 알 권리는 단지 친생부모가 누구인지 아는 것 이상으로 많은 내용을 요구하는 개념이다. 부모를 알 권리는 아동의 수많은 권리와 끈끈하게 연결되어 구현된다. 아동권리협약 제7조가 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와 더불어 ‘모든 아동은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고,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가 있다’고 길게 열거한 이유이다. 국가는 아동의 출생등록에 따른 시민적 권리 보장의 전제로서 부모의 인적사항을 제대로 기록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부모가 양육하는 원가정에서 자라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과정적 의미도 있다. 여기에는 부모가 아동을 키울 수 있게끔 적절하게 지원할 공적 의무도 포함된다. 즉, 아동에게 있어 부모를 알 권리란 단순히 부모의 이름이나 신원에 대한 정보 획득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동을 중심에 둔 부모를 알 권리란, ‘나에 대한 기록을 알 권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간 우리 사회가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를 어떻게 제대로 지키고 노력했는지 돌이켜보는 것은 출생등록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왜 굳이 부모를 알아야 하지?」중에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베이비박스의 시작은 아동보호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미혼모에 대한 낙인, 여성에 대한 폭력, 아동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대물림이라는 점에서 같다. 베이비박스의 아동 유기는 결국 국가가 보호하지 못한 여성과 아동의 권리 침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본질을 제대로 포착하고,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베이비박스가 정녕 아이의 생명을, 온전한 삶의 기반을 지키고자 한다면,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최우선으로 찾고, 양육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공적 자원을 연계하여 아이와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본래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처음 부모된 이들이 해야 할 의무이지만,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고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왜 베이비박스를 찾아갔느냐 묻기 전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먼저 들여다보고 법·제도의 장벽을 허물지 못한 사회의 무관심에 비판의 잣대를 세워야 한다. 가족과 친구, 이웃의 따뜻함이 살아있도록 기반을 정비하지 못한 사회에서 아이를 보호해야 할 부모가 존중받지 못했고, 그것이 곧 아이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을 모두가 함께 자각해야 한다.
---「어른의,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공간, 베이비박스」중에서

모든 노력은 국가가 아동 최상의 이익을 지원하고, 보장하는 결과를 바라는 마음에 있다. 그 마음을 토대로,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적극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출생등록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의 사정과 목소리를 걷어내고, 아동의 눈으로 출생등록을 바라봐야 한다. 베이비박스에 맡겨져 나의 역사가 지워진 채 별다른 대안 없이 시설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 국가의 관리·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신고시설에서 부모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시설장을 부모라 부르며 살아가야 하는 것, 부모의 상황과 부모의 사정으로 출생신고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필요한 병원 치료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것,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증을 통해 허위로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아 출생신고 되면서 갑자기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되어버린 것. 이 모두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가 한 사람의 존재를 등록하기 위해 발로 뛰며 마주한 장면들이다. 단순히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넘어 아동에게는 나의 존엄이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출생등록은 아동을 위한, 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이행하는 길의 출발점이자 중심에 있다.
---「국가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되는 출발점 ‘출생등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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