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가장 생각이 깊어진다고 하지요. 그러고 보면 진정한 사색이란 내 삶이 얼마나 감사한 일로 넘쳐 나는지를 헤아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꽃향기를 맡을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도, 날 걱정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참 고마운 일입니다. 그래서 thank, ‘감사’의 어원이 think, ‘생각’에서 온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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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 놀이는 삶을 능동적으로 살라고 가르쳐 준 인생의 스승이었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고, 마음을 다해야 즐거울 수 있다는 것. 그 능동성을 우리는 놀이에서 배웠습니다.
--- p.25
사람과 사람이 같이 있고 싶은 마음, 그것이 사랑의 본질입니다. 서로 바라보며 나란히 앉고 싶고, 밤이 오면 현관에 신발을 나란히 벗고 싶고, 같이 등불을 켜고 같이 소등하고 싶은 것. 그리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같이 바라보고, 나란히 함께 앉아서 석양을 보고, 어깨에 기대앉아 별과 달을 보고 싶은 것. 그것이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가장 슬픈 사랑은 일상을 같이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 p.30
벼룩은 키의 수십 배나 되는 50센티미터를 뛰어넘는 점프력을 자랑합니다. 벼룩도 그런데 우리라고 못할까요? 생각하는 것 이상의 잠재력이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다만 그것을 쓰느냐 포기하느냐, 선택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 p.42
그 어떤 상황이든 열등감에 젖기보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열등감에 빠질수록 인생은 늪에 빠지고 말아요. 내 인생의 늪은 내가 만듭니다. 내 인생의 감옥도 내가 만듭니다. 늪에 빠지지 않는 방법도, 감옥의 열쇠도, 결국 타인이 아닌 내가 쥐고 있습니다.
--- p.55
잔인한 사랑의 갑을 관계는 이제 노 땡큐.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 상처 내는 고슴도치 사랑은, 뜨거운 줄도 모르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사랑은 이제 부담스럽습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사랑, 감기약 먹을 때의 물 온도를 지닌 그저 따뜻한 사랑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그저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줄 수 있는 영혼의 교류자, 소울메이트가 그립습니다.
--- p.67
이 세상에 같이 계시든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셨든 어머니는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죽어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영원합니다.
--- p.92
매일 동네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씩 고르는 재미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요. 책의 독특한 냄새가 좋습니다. 내가 읽어서 좋은 책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주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는 일, 그것은 내가 다섯 손가락에 꼽는 일상의 행복 중 하나입니다.
--- p.108
시를 읽으면 밥이 나오고 재물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시는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시를 읽는 동안 문득 삶의 순간을 멈춰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동안 통 만날 수 없었던 자기 자신과 해후할 수 있습니다.
--- p.122
인생의 진정한 해피엔드는 단 한 순간이라도 진실한 사랑을 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사랑해 본 이는 삶의 행운을 얻은 사람입니다. 아직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행운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 p.144
어쩌면 우리에게 닥치는 슬픔은 인생의 연금술인지도 모릅니다. 슬픔 덕분에 아름답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되니까요. 슬픔 속에서 더 강해져 가는 사람…… 눈물을 흘린 후 더 깊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한때 눈물을 흘렸지만 그 슬픔에 지지 않고 웃는 사람, 그 사람은 강한 사람이고 그래서 정말 매력적입니다.
--- p.163
산다는 일의 기본은 어쩌면 외롭고 쓸쓸한 어둠의 색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점차 밝은 빛을 덧칠해 가면서 아름다운 그림 한 점 완성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르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완성 작품이지만 늘 다 그린 그림처럼 세워 둬야 하는 것……. 그것이 유화와 인생의 공통점인지도 모릅니다.
--- p.197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 타기, 우체통에 직접 쓴 편지 집어넣기, 편안하게 낮잠 자기, 우산 쓰지 않고 비 맞아 보기, 아버지를 두 팔에 안아 보기, 어머니를 업고 일곱 걸음 걸어가기…….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이렇게 아주 사소하고 쉽습니다.
--- p.227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도 그렇게 살아오셨겠지요. 들꽃처럼……. 시멘트 도로 사이 아주 작은 흙의 공간에 피어난 작은 들꽃……. 우리의 어머니는 바로 그런 들꽃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그저 자신의 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아주 겸손하게 피어난 꽃……. 그래서 그 꽃은 작지만 결코 작아 보이지 않습니다. 한 순간 한 순간, 다가오는 생의 고난을 넘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들꽃의 생은, 그 어떤 크고 화려한 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그 어떤 용감한 맹수보다 더 위대합니다.
--- pp.297~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