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1991년부터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경제에는 치명적입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시발점이 바로 29년 시작된 주가 대폭락이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본의 니케이지수 최고치는 91년에 기록한 38,915엔이었습니다. 그리고 20년 동안 니케이지수는 무려 80%나 폭락을 했습니다. 일본의 주가, 정확히 말해서 일본의 증권시장에 상장된 일본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1991년, 일본경제의 악몽이 시작되다’ 중에서
아베노믹스의 실체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정부의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 복구, 노후화된 도로와 다리의 보수, 저출산 대책으로 지출되는 보조금을 더 늘린다는 정책입니다. 물론 이렇게 사용하는 돈은 국채를 더 발행해서 충당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이런 아베 총리의정책은 새로 일본은행 총재가 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가능했습니다. 일본의 정부와 일본은행은 화폐를 보다 많이 발행해서 물가상승률을 2%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내용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법률로는 금지된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은 이미 공공연히 실행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은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2장에서 따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적극적인 수출정책을 통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무역정책도 실행 중입니다. 무역 경쟁자인 한국과 중국은 기피하는 정책인데, 미국의 지원 속에 엔화 약세와 수출지원정책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라는 기이한 실험’ 중에서
미국을 제외하고는 국채가 GDP의 두 배가 넘은 나라들에서는 모두 디폴트(채무불이행 혹은 국가부도) 선언을 하거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도 전쟁특수와 같은 아주 극단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가장 최근에 일어난 나라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였습니다. 2007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터지기 직전 짐바브웨의 국가 채무는 GDP의 218%였고, 이는 2013년 일본의 상황과 그리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일본정부를 하나의 기업으로 바꿔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입니다. ‘주식회사 일본’의 1년 매출액은 GDP에 비유할 수 있는데, 이것은 약 478조 엔 수준입니다. 또한 주식회사 일본의 순수익은 1년 동안의 조세수입인 42조 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년 동안 이 회사가 지출하는 경비는 85조 엔으로, 부족한 돈 42조 엔가량을 매년 새로 빚을 내고 있으며, 누적된 빚은 연 매출액의 두 배인 959조 엔에 도달했습니다.
---‘국가의 빚이 GDP의 두 배가 넘어가는 순간’ 중에서
지난 역사를 보면 정부가 과도한 국채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사용했던 수단이 서너 가지쯤 됩니다. 우선 정석대로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 그 세금으로 국채를 상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의 아베노믹스가 취하고 있는 대내외적인 입장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과연 1,000조 엔이나 되는 채무를 이런 정석대로의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독일이나 짐바브웨처럼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통해서 국채 규모를 경감하는 방법입니다. 1,000조 엔이 큰돈이기는 하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한두 해만 계속되면 별것 아닌 돈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 과정에서 일본 국민들은 고통을 감수해야겠지만, 적어도 일본정부는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방법으로는 채무불이행 선언 혹은 일본식 덕정령을 통해서 빚을 그냥 나 몰라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본 국채를 가지고 있는 개인, 보험사, 은행은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겠지요. 마지막으로 영국식의 영구채권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본의 국채는 일본 미래세대를 겨냥한 흉기’ 중에서
일본의 국채가 이토록 엄청난 금액으로 누적된 것은 일본정부가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세금을 걷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낮은 수준의 조세부담률을 영구히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정부는 서서히 국민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밖에 없다고 설득에 나설 것입니다. 아무리 낮은 이율이라고 하더라도 국채 규모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이자 부담이 생길 테니 말이죠. 은행이나 증권회사 그리고 외환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이미 이와 같은 연구를 오래전에 끝내놓고 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엔화자산과 일본의 국채에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투자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같은 연구소에서 발표한 〈미국의 재정절벽 가능성과 경기 불확실성〉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경우 조세부담률을 단 2%만 높이면 정부의 채무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해놓았습니다. 조세부담률을 18%에서 20%로 올리기만 해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화당 보수파 정치인들이 부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을 뿐이죠. 미국의 경우 민주당 정권이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하게 되면 매우 자연스럽게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경제학자도 많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국채가 아니야’ 중에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