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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켤레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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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켤레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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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18g | 130*195*13mm
ISBN13 9791161571003
ISBN10 116157100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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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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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소설을 요청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랑에 관한 글을 써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 여러 경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읽고, 보고, 들었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 지구에 오십억이 넘는 사람이 있다면 존재하는 사랑의 종류 또한 오십억 개라는 것. 삶과 죽음 사이에 들어 있는 사람의 모든 일이 또한 사랑 안에 들어 있다. 사랑은 저마다의 사랑이어서, 개별적이고 유일하다. 그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들어 있다. 사랑은 때로 아프고, 때로 삶의 위에 군림하며, 또 때로 폐허로 이끌었다. 사랑할 때 우리는 누구나 그 사랑이 행복할 거라 믿지만 결국 사랑은 다만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맨발 위에 짙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럼에도 또 우리는, 사람이어서, 사랑을 하게 된다. 오십억 개의 사랑. 그것을 한꺼번에 뭉뚱그려서 사랑, 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아무려나. 사랑이니까.
--- 「작가의 말」 중에서

온몸 구석구석에 긴장감이 퍼지면서 온몸이 꽉 조여드는 느낌. 그 불편한 긴장감이 무엇을 불러일으킬지를 또한 상상하게 되었다.
이제 남경희에게 구두는 과거의 자신을 갱신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였다. 구두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었으니까. 삶에 대해 너무 가볍지도,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은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달까. 남경희는 구두를 신고 그 중간쯤 어디서 서성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pp.48-49

쏠라즈는 한 번에 한 명씩 예약 고객만 받는 시스템이므로 윤찬경은 거의 모든 고객을 파악하고 있다. 고객들이 쏠라즈에 들어설 때의 차림이나 표정으로 고객을 파악하고 먼저 둘러보게 내버려둔 다음 고객에게 맞춤한 구두를 추천한다. 그래서 스스로 구두 소믈리에라고 말한다. 구두 레시피라고 할까?
고객의 심리를 적당히 언급하면서 외로울 때는 채도 낮은 옐로가 좋아요, 썸남을 매혹시키려면 마젠타색의 스웨이드 뮬이 좋지요, 보랏빛을 살짝 품은 붉은색이 어쩐지 신비롭거든요.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는 심플하고 클래식한 모노톤이지만 뾰족한 10센티의 에나멜 굽이 달린 펌프스가 어떨까요? 하는 식으로.
--- p.61

처음엔 누구나 그래요. 천천히, 익숙해질 때까지 걸어봐요.
처음. 윤찬경이 처음이라 말한 것처럼 태어나 30년을 걷고 살았으면서도 임수진은 마치 처음 걸음을 배우는 것 같았다. 발을 뗄 때마다 그 발이 첫발인 것 같았다. 어색하고 발이 아프고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또박또박 한 마디씩 말을 하듯, 임수진은 한 발 한 발 힘주어 걸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척추가 금세 뻣뻣해졌다.
--- p.67

정하은은 이동섭이 왜 화내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최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의 창가 자리에 앉아 서울 시내 야경을 내려다보며 값비싼 음식을 먹고 과장된 이동섭의 웃음을 지켜보면
서 내내 의아했다. 연인이 바람을 피웠다는데 어떻게 웃을 수 있지? 저 나이가 되면 그런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걸까. 정하은은 문득 오싹해졌다. 이동섭의 관대한 태도는 오히려 안간힘? 혹은 절박함에서 발현된 매달리기쯤이 아닐까 싶었다. 정하은은 이동섭이 화를 내고 소리 지르고 서로 싸우기를 원했으면 싶었다. 생각해보니 둘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매번 이동섭이 다 받아주었으니까.
--- p.121

윤찬경은 두 가지 스타일의 니하이 부츠를 두고 잠시 고민했다. 첫 번째 구두는 블랙 에나멜 재질의 고관절 바로 아래까지 도달하는 길이의 부츠. 부츠로서 가장 긴 길이에서 최고의 에로티시즘이 흘러나온다. 이 부츠는 마치 부츠를 신은 여자가 손에 가죽 채찍을 쥐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의 마조히즘적 환상을 부채질할 것이다. 그녀는 사디스트고 그녀의 희생자들은 마조히스트며 그녀의 전반적인 태도와 매너는 쾌락-고통의 연상을 동반한 성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겠지. 까불지 마라. 수틀리면 찍어버린다. 이런 느낌이겠지.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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