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리 날다
2013년 8월, 매년 있는 건축박람회가 시작될 무렵 주택을 설계하고자 하는 건축주들을 위한 조그마한 모임을 생각했습니다. 카페나 블로그와 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자료를 수집하는 이들과 건축박람회 견학 및 세미나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그 이름이 바로 병오리반. 건축을 준비하고 시작한다는 의미인 ‘병아리반’에서, 첫모임 기념품으로 준비한 노란색 오리 저금통으로 인하여 ‘병오리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입니다.
건축주들은 각자의 사정과 여러 가지 사연을 가슴에 담고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우려하는 목소리로 집짓기를 반대하는 친인척들, 일반적인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선택하는 것을 남다르게 보는 주위의 시선들... 집짓기를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저런 큰 산을 넘은 이들이 많았지만 ‘우리 가족이 살기 좋은 집을 짓자’는 생각만은 한결같았습니다.
파워포인트나 한글 문서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오는 분, 스케치-업을 마스터하고 평면과 외관을 3D로 보여주는 분, 주택 관련 서적을 모두 섭렵하고 새로운 의견을 물어보는 분, 해외직구로 건축부속자재와 아이템을 차근차근 구매하는 분, 발품을 팔아 목조주택 자재시장의 가격정보를 알아온 분 등등 서로의 자료를 공개하고 교환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병오리반은 우등생도 모범생도 있겠지만 늦게 시작한 건축주도, 물어볼 곳이 간절히 필요한 건축주도 많았습니다. 그 분들이 부지, 규모, 디자인, 외관, 인테리어, 창호, 공법, 시공사 등등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매 순간마다 저희는 건축주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데 아낌없이 지원하였고, 잘못된 부분들은 당근과 채찍으로 설득하는 데 망설임이 없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집이 모양새를 갖추면서는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준공까지 감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완공 후 선배 건축주들은 병오리반 모임이 끝난 뒤에도 집짓는 과정을 블로그에 담아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후배 건축주들에게 험난하지만 즐거운 집짓기 여정에 힘이 되어주고 계십니다. 저희 또한 병오리반 1기들의 감리를 무사히 마쳤고, 건축주가 집이 예쁘다고 칭찬하면서 밥 한번 먹자고 하실 때마다 진심으로 감사하며 다음 설계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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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 여정이 쉽지 않은 만큼 그 여정에서 배우는 것도 사람으로부터이고, 남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을 정말 새삼스럽게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여러 건축주 가족을 만나고, 좋은 인연을 만들고, 이렇게 아름다운 집이 완성되고, 그 이야기들을 모아 정리한 설계집을 기다리게 되어서 감사한 날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설계집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저희와 함께해주신 건축주들의 발자취를
이어받아 작게나마 졸업 작품집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 한번 병오리반과 홈플랜의 모든 건축주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책을 드립니다.
- 홈플랜건축사사무소 김소연+이동진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