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根本)이 바로 서야 인간의 도리(道理)를 안다
본립도생(本立道生)! “근본(根本)이 바로 서야 인간의 도리(道理)를 안다.”는 『논어』의 구절입니다. 요즘 인문학 열풍은 인간의 기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지식과 스펙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양산되어 사회에 쏟아져 나오지만 각 기업과 조직에서는 인간의 기본과 도리를 배운 인재가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결코 지식만으로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없으며, 인간의 도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강자는 약자 위에 군림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권력으로 부정한 이득을 취하고,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사회입니다.
개인의 인생이 큰 치욕과 화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학벌이나 재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신에 대한 성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분수를 알고 기본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언제든지 고달플 수 있고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높은 기술력이나 획기적인 신제품만이 아닙니다. 고객에 대한 신뢰, 사회와의 소통, 협력업체와의 상생, 정도를 걷겠다는 윤리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다면 매출의 성과와 성장은 언제든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국가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세계 속에 당당한 일원으로 영속하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경제성장이나 국방력 증강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공평하고 투명한 정책, 국민들의 행복을 위한 위정자의 노력 없이는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이 올라간다 해도 그 국가의 미래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당연한 구호처럼 돼버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옳다는 당위성 때문이 아니라 기본이 충실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필요성 때문에 더욱 절실한 것입니다.
어느 농사 잘 짓기로 유명한 농부의 농사짓는 방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농사짓는 무슨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 농부에게 질문하는데, 세상에 그런 비법은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햇볕을 잘 들게 해주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해주고, 물 잘 주는 것이 농사를 잘 짓는 방법인데,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시시하다고 하면서 자꾸 비법을 묻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어려운 지식이 세상을 구원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부 어떤 사람만 이해하는 특별한 지식과 논리보다는 평범하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기본이 담긴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3분 古典 2』, 기본과 쉬움을 최대한 담아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짧고 쉽지만 소중한 인간의 기본과 도리를 매일 한 구절씩 읽고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pp.4~7
같은 소리를 가진 사람을 만나라 동성상응(同聲相應) ― 『주역(周易)』
39층 높이의 고층빌딩이 진동으로 흔들리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정밀조사 및 연구 결과,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의 공진 현상에 의한 진동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즉, 그곳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의 뜀뛰기 주기와 건물의 상하 진동 주기가 완벽하게 일치함으로써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공진(共振) 현상’이라고 하는데, 『주역』에서는 ‘동성상응(同聲相應)’이라고 합니다. 같은 소리는 서로 반응한다는 뜻입니다. 사람도 비슷한 생각과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면 서로 반응하여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 명의 소리는 약하지만 그 소리들이 함께 반응하여 집단화하면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경영학에서는 이것을 ‘시너지(synergy)’라고 합니다. 『주역』의 건괘(乾卦)편에 나오는 공명이론은 간단합니다.
同聲相應 同氣相求
동성상응 동기상구
지도자가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을 만나 세상을 바꿀 만한 위대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이 바로 ‘공명이론’입니다. 지도자는 다양한 소리들을 조율하여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도 같습니다. 서로 다른 소리들을 조율하여 같은 소리로 만들어내고, 같은 에너지를 반응하게 함으로써 위대한 꿈과 목표를 실현해가는 리더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함께 떨쳐라, 공진(共振). 함께 울게 하라, 공명(共鳴). 서로 반응하게 하라, 상응(相應). 함께 살게 하라, 공생(共生). 이 시대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위대한 덕목입니다.
한 사람의 소리는 그저 소리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합쳐진 소리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함께 뛰면 얼마든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pp. 22~23
돈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속수지례(束脩之禮) ― 『논어(論語)』
예로부터 배움을 청하기 위해 스승을 찾아갈 때 조그만 예를 표하는 것을 ‘속수지례’라고 했습니다. 또한 옛사람들은 지식을 전수받고 올바른 인성을 기르도록 도와줄 스승을 찾아갈 때 최소한의 물질적 예를 갖추는 것을 “속수의 예를 차린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논어』의 「술이편」에 나오는 말로 배움을 청하는 학생은 최소한의 물질적인 예를 준비하여 선생을 찾아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속(束)’은 열 개의 묶음 단위이고, ‘수(脩)’는 말린 고기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속수의 예’는 선생을 뵐 때 말린 고기 열 개 한 묶음 정도의 예물을 준비하여 찾아가야 도리에 맞는다는 뜻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최소한의 예의만 표하면 누구든 배움을 허락하겠다는 뜻입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말린 육포 한 묶음 정도만 가지고 자신에게 배움을 청하러 온다면 그가 어떤 사람이든 학생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관대한 입학 규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自行束脩以上 吾未嘗無誨焉
나에게 말린 육포 한 묶음 이상 가지고 찾아온 모든 사람에게
나는 가르침을 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 말 속에는 공자는 누구든 최소한의 성의만 갖춘다면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 대학 등록금이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사교육비가 가정경제를 가장 위협하는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돈이 없으면 공부의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말린 고기 한 묶음 정도만 있으면 누구나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논어』의 구절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단지 돈 때문에 배움을 원하는 사람에게 배움의 기회를 빼앗아서는 결코 안 됩니다. 말린 고기 한 묶음 정도의 등록금, 즉 스승에게 ‘속수의 예’만 갖추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pp. 24~25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득도다조(得道多助) ― 『맹자(孟子)』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힘이 센 사람도 아니고,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닙니다. 또한 엄청난 부를 소유하거나 학력이 높은 사람도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도와주는(助) 사람이 많은(多) 사람입니다. 아무리 힘이 센 사람이라도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고, 그 사람이 쓰러지지 않기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으면 그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맹자』는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많게 되기 위해서는 인심(人心)을 얻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평소에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만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득도다조(得道多助)’라고 합니다. 즉, ‘도를 얻은 사람은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라는 뜻입니다. 평소에 남에게 베풀고 인간답게 살았기에 그가 잘되기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得道多助
득도다조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여기서 ‘도(道)’란 사람의 마음입니다. 득도(得道)란 산에 가서 도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는 뜻입니다. 지도자가 ‘도’를 얻었다는 것은 민심을 얻었다는 뜻이 됩니다. 기업가가 도를 얻었다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평소에 주위사람을 따뜻하게 대하고 배려해주었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에 보면 주위 사람의 마음을 잃은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사람들까지 등을 돌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평소에 그만큼 그들을 모질게 대했기에 결정적일 때 등을 돌리는 것이겠지요. 평소에 사람의 마음을 얻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 되어도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pp. 50~51
날면 반드시 저 하늘 높이 날아오르리라 〈b 비필충천(飛必?天) ― 『한비자(韓非子)』
어려운 경제 상황에 젊은이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취업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에 직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 세대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당장 취직을 하지 못한다고 그들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들은 더 큰 미래를 위하여 내공을 쌓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직장을 못 구해 월급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미래의 자신을 위해여 지금의 고통을 감내하고 꿈을 키워나가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한비자』에 보면 “높이 날기 위해서는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비필충천(飛必?天) ’, ‘날면 반드시 저 하늘 높이 날아오르리라’는 뜻입니다. 초나라 장왕은 왕 위에 오른 후 3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았습니다. 보다 못한 신하들이 왕이 되신 몸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국정을 챙겨야지 태만하게 놀기만 해서 되겠느냐고 직언을 하였습니다. 그때 장왕의 대답이 참 걸작입니다.
不飛不鳴
飛必?天
一鳴驚人
지금 어떤 새가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새가 한번 날기 시작하면 저 하늘까지 올라갈 것이다.
이 새가 한번 울면 온 천하의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울지도 않고 날지도 않는 새가 한 번 날기 시작하면 저 하늘까지 솟아오를 것이란 말은 자기 자신을 비유하며 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장왕은 자신의 호언장담대로 국정에 전념하여 당시 춘추시대 최고의 지도자로 급부상하였습니다.
잘 놀아야 성공한다고 합니다. 때를 기다리며 더 높이 솟아오르기 위해 내공을 쌓을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지금 주변에 당장 취직하지 않고 있는 젊은이가 있더라도 너무 몰아세우지는 마십시오. 누가 압니까! 그 젊은이가 초 장왕처럼 한 번 날기 시작하면 저 높은 하늘까지 솟구쳐 오르는 그 붕새가 될지. 높이 날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pp. 138~139
자신에게 먼저 책임을 물어라 반구저신(反求諸身) ― 『중용(中庸)』
세상의 모든 잘못이 결국 나에게 있다는 생각은 아름답습니다.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는 것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진정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자신의 책임을 당당하게 인정하고 내 탓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용』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에게 먼저 책임을 물을 줄 아는 사람을 군자라고 말합니다. 군자는 남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책임을 먼저 물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공자는 군자의 책임의식을 ‘활쏘기’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지 못했을 때 결국 모든 책임은 활 쏘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射有似乎君子
사유사호군자
失諸正鵠
실저정곡
反求諸其身
반구저기신
활(射)을 쏘는 것은 군자(君子)의 모습과 닮은 점이 있다(有).
내가 활을 쏘아 정확한(正) 과녁(鵠)에서 벗어(失)나면
돌이켜(反) 자신(身)에게서
그 책임을 구해야(求) 하기 때문이다.
‘반구저신(反求諸身)’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오는 『중용』의 구절입니다. ‘반구저신’, 돌이켜 나에게 그 책임을 물어라. 결국 모든 잘못의 시작은 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활을 쏠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 과녁을 빗나갈 수도 있고 활의 성능이 좋지 않아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옆에 있는 사람이 성가시게 구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과녁이 너무 멀어 적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활 쏘는 사수의 문제입니다. 내 탓이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수가 진정 군자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라는 자세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이 시대 군자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입니다.
---pp. 208~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