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감비아를 다스린 야햐 자메(Yahya Jammeh)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에이즈(AIDS) 치료제를 발견했다. 정말로 이 대통령은 목요일에는 에이즈를, 일요일에는 천식을 취급하는 가게를 열기도 했다. 나머지 요일에는 정치 문제에 전념하면서 말이다. 〈스카이 뉴스Sky News〉 진행자 엠마 허드(Emma Hurd)에 따르면, 그 치료란 “크림을 한 번 문지르고 얼굴에 어떤 약을 한 번 뿌리고 탁한 액체를 한 번 마시는” 것이다. 이 치료법은 당연히 감비아의 보건부에서 승인을 받았고 자메 대통령은 그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탐시르 음보웨(Tamsir Mbowe)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께서는 모든 이를 100퍼센트 확실하게 치료하실 수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된 것입니다.” - 3장 사이비과학
---pp.91~92
1997년 3월 26일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상류층 공동체인 란초 산타페에서 39명의 사람이 집단으로 의식을 치르듯 자살했다. (…) 이들은 ‘천국의 문(Heaven’s Gate)’이라는 UFO 컬트 조직의 회원으로서 지도자는 마셜 애플화이트(Marshall Applewhite)와 보니 네틀스(Bonnie Nettles)였다. 이 조직의 예전 회원 2명도 나중에 동료의 발자국을 따라 자살했다. (…) ‘천국의 문’ 회원은 그들 말에 따르면 다른 행성에서 존재하기 위해 지구를 떠났다. 왜냐하면 그들은 UFO가 (당시 지구 근처를 지나고 있던) 헤일밥 혜성을 뒤쫓다가 자신들을 태워서 그 행성에 데려다 준다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 3장 사이비과학
---pp.106~107
정식 과학자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언론이 그 사안을 자세히 조사해 보지 않은 데 대한 변명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이미 여러 번 살펴보았듯이, 번듯한 자격을 갖춘 학자들조차 온갖 기이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종종 그것을 정말로 믿는다. 과학자 중에 창조론을 믿는 이도 있고, 석유가 화석연료임을 부정하는 이도 있으며,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여기는 이도 있다. 심지어 텔레파시와 신통력을 믿기도 하며 에이즈바이러스가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 박사학위를 갖고서 대학에서 연구한다는 겉모습이 어떤 분야이든 간에 확고한 권위를 갖추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 거듭 제기하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권위 있는 듯 보인다고 해도 실제로 쉽게 권위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 4장 미디어 탓이다?
---p.139
2004년 10월에 교과 선정 위원회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 결정문을 작성했다. 교육청이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행동한 방식을 보면 여러 가지 변칙과 꽤 특이한 점들이 있다. 일례로 교사들―즉 생물학에 관해 실제로 아는 사람들―에겐 결정문의 여러 가지 초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보다 더 개탄스러운 점은 결정문에 찬성한 교육청 위원들은 버킹엄을 필두로 지적설계론이 무언지 알지도 못했고, 『판다와 인간에 관하여』를 참고 도서로 채택하는 문제에 관해 제대로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았음을 솔직히 시인했다는 사실이다. 존스 판사가 소송의 최종 판결문에서 지적하듯이,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나 미국국립생물학교사협회와 같은 진지한 과학단체나 교육단체에 상담을 해 주는 교육청 위원들에게도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직 지적설계론 싱크탱크인 디스커버리 연구소에만 의견을 물었다. - 7장 법정의 과학
---p.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