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게이조의 고향은 니가타 현의 나가오카 시였는데, 출정하는 날 밤에 나가오카 역까지 배웅을 나온 전처가 남편이 너무도 끈덕지게 딸아이를 부디부디 잘 부탁한다고 말하자 아주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걱정할 거 없어. 얘는 당신 아이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시아버지가 기차에 타기 직전에 새들새들 웃는 얼굴로?.
“그 시절에 전쟁텅 나간다는 건 곧 죽으러 간다는 뜻이었잖니. 하칠 출정 열차를 타고 떠나는 날에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잔인한 짓이었지 뭐야. 저 사람에게는 그 일이 평생 상처로 남은 것 같아.---p.30
아내가 문제의 시각에 대학생과 한 침대에 있었다는 게 확실해진 이상, 나오코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게 그 두 사람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 된 겁니다. 두 사람이 침대에서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리바이랍시고 당당히 주장한 것은 내게는 그 두 사람이 나오코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를 큰소리로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전에도 아내는 똑같은 죄를 범해서 한 남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앞에서 2시 41분이라는 시각에 대해 말했지만, 그건 6년 전 어느 날, 한 남자가……, 다름 아닌 내가 미타카 역 플랫폼을 통과하는 열차에……, 신혼 초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타고 있던 열차에 몸을 던지려고 했던 시각입니다. ---p.55
내 손보다 히라타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를 침대에 쓰러뜨리고, 그 순간 지독히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밑은 명백하게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죽인 건 너야. 내가 다 알아…….
지난 한 달 동안,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그 눈빛이었다. 다케히코의 눈도 언니의 눈도 아니고, 히라타의 그 눈이었다. 왜냐하면 나오코를 죽인 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그날, 호텔 방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 때문에 지독히 불안했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사건을 일으킨 건 바로 나였으니까. 그렇다 그날 나는 분명 내 딸을 죽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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