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뽀 강은 삐아쎈짜에서 시작되고, 이 이야기의 배경인 '조그마한 세상'도 삐아쎈짜에서 시작되는데, 이 조그마한 세상은 뽀 강과 아뻬닌 산맥 사이에 펼쳐져 있는 평야의 한 모퉁이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 '조그마한 세상'이 내 고향은 아니다. 이 마을은 딱히 어디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곳이다. 이 '조그마한 세상'은 뽀 강과 아뻬닌 산맥 사이의 들판을 따라 흐르는 강물의 한 모퉁이에 있는 아담하고 구석진 마을이다. 그곳이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인 빼뽀네나 스미르쪼 같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기후도 변함없고 산천도 의구하다. 기후가 그러한 곳에서는 길가에 서서 강냉이밭과 삼밭에 가리워져 잘 보이지 않는 초가집만 바라보면 된다. 그러면 벌써 이야기거리가 생겨난다. 정말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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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까밀로는 비지오가 도둑마냥 인민을 착취해 돈을 벌었다고, 하루에 서너 번씩 그것도 일주일이나 떠들고 다닌 끝에 사제관 벽을 싼 값에 칠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따금 사제관 뜰의 의자에 앉아 여송연을 피우며 하얀 벽과 재스민 가지가 늘어진 초록빛 창문을 느긋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정말 흐뭇한 일이었다. 그러나 돈 까밀로는 종루를 바라보며 게르뜨루데 생각을 할 때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독일군이 그에게서 게르뜨루데를 빼앗아 가버렸다. 그 일로 돈 까밀로는 3년 동안이나 화가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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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그사람 편이 두번, 군쪽이 한번 진 겁니다'
돈까밀로가 웃었다. '왜냐하면 시합이 그것으로 끝난게 아니거든요. 빼뽀네가 쓰러지자마자 또 어떤 사내가 링에 올라왔답니다. 이웃 마을에서 온 사람인 듯하다고 하는데 코밑과 턱에 수염을 길게 기른 커다란 사내가 자세를 취하고 군 대표선수를 노리며 달려들었답니다'
'물론 그 사람도 군 대표선수한테 당해서 수염과 함께 길게 드러누웠겠지. 그렇게 해서 그 시합이 끝났단 말이겠지?'
예수님이 물었다.
'아닙니다. 그 사내는 바위처럼 단단했습니다. 그래서 군대표선수는 기회를 노리느라고 주위를 빙빙 돌다가 기회가 오자 오른손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나는 왼손으로 피하고 오른손으로 번개처럼 한방 날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재빨리 링에서 사라졌답니다.'
'네가 어떻게 했다고?'
'제가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방금, 나는 왼손으로 피하고 오른손으로 번개처럼 한방 날렸습니다, 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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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년쯤 지나고 난 뒤에 사람들은 땅 속 40미터쯤 되는 지층에서 수도꼭지 하나와 피아트 차 운전대 하나를 발견하고서 '놀라운 유물'을 발굴했다고 떠들어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또 똑같이 온갖 재주를 피워 그들의 옛 조상들이 저질렀던 어리석은 짓을 따라갈 것이다. 인간은 불행하게도 진보하도록 저주받은 창조물인데 그 진보라는 것이 그들을 잘못 인도해서 마침내는 오랫동안 믿어 온 하느님 아버지를 내팽개치고 그 대신에 새로 발견한 화학 공식을 믿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늙으신 하느님도 심사가 뒤틀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인자한 하느님은 왼손 새끼 손가락 마지막 마디를 10분의 1 밀리미터쯤 까딱하리라. 그 순간 세계는 박살이 나고 모든 것은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말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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