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청련은 짤막하게 날숨을 토해내며 애써 눈을 감고 뒤꼍을 핥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기생의 초야란 것이 그리 민망하고 맹랑할 것을 알고 못 마시는 술까지 취하도록 마신 것인데, 네 짝 분합문 너머로 바람소리가 귓속에 가닥가닥 새어들었다. 바람결에는 나뭇가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들창문이 흔들리는 소리, 문풍지가 우는 소리가 아슴푸레 섞여 있었다.
“먼 옛날, 이름이 도(桃)라고 하는 한 소녀가 살고 있었단다. 그녀는 얼굴이 아름다울 뿐만이 아니라 사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만큼 허리가 아주 가늘고 다리 또한 긴 소녀였지. 그런데 도(桃)는 성격이 아주 강직한 죽(竹)이라고 하는 머슴아이를 남몰래 연모하고 있었단다. 그러나 소녀의 아비가 그 사실을 알고 죽을 끌어내어 거적에 말아 때려죽이고 말았지. 죽이 비명횡사를 당하고 말자, 도 역시 죽과의 애련(哀戀)을 한탄하며 결국 목숨을 끊고 말았다. 결국 두 남녀의 혼령이 모두가 저승의 명부(冥府)로 가게 되었는데, 하늘의 상제께서 두 사람의 진정에 감동을 받아 두 사람에게 소원 한 가지씩을 들어주기로 하였단다. 도(桃)는 일생동안 도화(桃花)처럼 순결하게 살기를 원했고, 죽(竹)은 자신의 대나무와 같은 지조를 지키며 살기를 원했단다. 그 후 이 세상에 잎은 대나무와 비슷하고 꽃은 도화를 닮은···, 협죽도(夾竹桃)라는 꽃나무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래전 협죽도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보였을 당시에는 꽃잎이 하얀색, 아주 순결한 순백색이었단다. 그 무렵, 궁중에 한 아름다운 공주가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조정의 젊은 관리를 연모하여 그에게 자신의 일생을 맡기기로 정했단다. 그런데 공주 역시 왕과 왕비 등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지. 심성이 천진했던 공주는 여러 날 동안을 고민을 하다가 마침내 그 젊은 관리와 함께 정사(情死: 사랑하는 남녀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여 함께 자살함)를 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단다. 공주는 또한 자신을 깊이 연모하고 있어서 함께 죽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지. 그러나 그 젊은 관리는 공주를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입신출세에 이용하기 위해 사랑하는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지. 결국 정인의 거짓 마음을 알게 된 공주는 그를 원망하며 지내다가 끝내 협죽도 꽃나무 밑에서 비수로 제 몸을 찔러 자진을 하고 말았단다. 공주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는 꽃가지에 스며들어 협죽도는 그 후 눈처럼 하얀 꽃 외에도 피처럼 붉은 꽃을 뒤섞어 피우게 되었단다. 공주는 지하에서도 자신을 속인 사내에 대해 원망과 저주를 멈추지 않았고, 그녀의 원한은 협죽도의 뿌리와 줄기에 독가시로 자라나오게 되었단다. 이런 연유로 협죽도가 자태가 곱고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로 경계심을 갖게 하는 꽃나무로 변모하게 되었지. 그 뒤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 그 조정의 관리가 공주의 무덤을 지나가다가 묘석 앞에 자라고 있는 기이한 화목(花木)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단다. 물론 그 꽃나무는 잎은 푸른 대나무 잎이고 꽃은 홍색과 백색의 도화를 닮은 협죽도였지. 공주의 옛 정인이었던 사내는 제 눈앞의 매혹적으로 웃고 있는 꽃잎에 도취되어 입맞춤을 하였다가 그만··· 중독이 되어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단다.”
“하아···!”
이윽고 여인이 오랜 접문으로 숨이 막힌 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가느다란 교음(嬌吟)을 내뱉었다. 그 사이 사내의 두 손은 여인의 동체 여기저기를 마치 꽃을 찾는 나비처럼 옮겨 다녔다. 여인은 결국 끓어오르는 욕념을 참지 못하겠는지 제 손으로 자리옷을 벗어 던졌다. 촛불에 드러난 여인의 살결은 아주 희었고 흐벅진 육덕을 갖고 있었다. 곧바로 매화잠(梅花簪)이 쪽머리에서 뽑혀 방바닥에 떨어지고 여인의 길고 흐드러진 머릿결이 완곡(婉曲)으로 휘어져 내려간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여인은 이내 사내의 두루마기를 스스럼없이 벗겨 넘기고는 내처 바지괴춤까지 풀어 내렸다. 이윽고 여인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사내의 뿔끈거리는 근육질 몸체를 어루만지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손끝이 닿는 곳마다 사내의 근육이 맥동 치듯 불뚝거렸다. 여인이 이내 젖무덤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사내의 가슴팍으로 와락 안겨들었다. 여인의 흐벅진 젖무덤이 사내의 가슴에 닿아 뭉클 눌려지는 모습이 보였다. 두 남녀는 곧바로 대방의 몸속으로 녹아들어갈 것처럼 서로를 으스러져라 껴안고는 비단금침 위로 물 흐르듯 쓰러졌다.
검을 쓸 때는 정(定)이 들어 있어야 하고, 격(格)이 있어야 하며, 변(變)이 따라야 한다. 검을 뽑기 전에 자신을 파악하고, 세법을 펼치기 전에 상대를 가늠하고, 격(格)을 할 때는 변(變)이 감춰져 있어야하며, 격을 끝낼 때는 다시 정(定)을 갖춰져 있어야 한다. 즉 정, 격, 변을 무한히 반복하며 최대치의 이(利)를 취할 줄 알아야 하지. 하지만 이 세 가지 요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세(氣勢)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