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는 자기치유의 원천적 생명력이 있다
정신과의사를 하다 보니 “매일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으면 오히려 힘들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물론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항상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계속 힘들다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찾아오는 이들의 내면에 치유가 일어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전보다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에 보람과 기쁨을 느낄 때가 더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 안의 상처도 함께 아물고 인생의 어려움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를 배웁니다. 올해로 정신과의사가 된 지 18년, 돌아보면 정신과의사가 아니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인생의 지혜들을 참 많이 깨달았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입니다.
이 책은 일대일로만 전하기에는 아까운 경험들을 모아 메일링 한〈에너지 플러스〉중에서도 치유와 성장의 메시지를 담은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한 권의 책이지만 이 안에 정신과의사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깨달은 인생처방전을 수록했습니다. 18년 상담의 진액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인생의 어려움을 잘 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은 물론, 그동안 상담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께도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서문」 중에서
당신은 문제가 아니다, 그저 문제를 만난 것뿐!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괜히 냉장고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할 때, 혹은 무엇이든 꼭 먹어야 마음이 놓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느끼는 허기를 자세히 보면 사실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우리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소하는 셈입니다. 정신적 허기와 신체적 허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러나 문제는 음식으로 채운 포만감이 정신적 허기를 일시적으로 잊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결코 채워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애초에 허기진다고 느끼게 했던 정신적 문제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전 국가대표 축구 감독 히딩크의 말처럼 배고픔은 하나의 은유입니다. 배고픔은 우리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 욕구를 대변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허기가 무엇에서 비롯되는지 들여다보고 필요한 것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무작정 음식을 채워 넣을 것이 아니라 문제가 외로움이라면 친밀감을, 존재의 결핍이라면 자기를 채워 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세션: 마음 뒤의 마음을 보라∥01 마음의 허기」 중에서
어른들 역시 스트레스로 힘들어지면 불편한 마음을 느끼지 않으려고 중독적인 행동에 쉽게 빠져들고 맙니다. 게임?음식?쇼핑?TV?알코올?스마트폰 등은 어른들이 흔히 사용하는 공갈젖꼭지인 셈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마음과 현실을 접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문제를 외면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공갈젖꼭지입니다. 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도구가 아니라 결국 문제를 외면하고 악화시키는 가짜 위안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갈젖꼭지를 떼고 자신의 내면과 대면해야 합니다. 힘들지만 스스로를 보살피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묻는다면, 우리는 공갈젖꼭지를 떠나보내고 진짜 위안을 주는 새로운 활동이나 대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삶을 원하는 근본적인 향상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세션: 마음 뒤의 마음을 보라∥15 공갈젖꼭지는 가짜 위안일 뿐」 중에서
건빵을 먹는다면, 큰아이는 상대적으로 맛없는 건빵부터 먹고 나중에 맛있는 별사탕을 먹지만 둘째는 별사탕부터 먹고 나중에 건빵을 먹습니다. 결국 동생은 나중에 형이 먹는 별사탕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꼭 어떤 방식이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맛있는 것을 먼저 먹으면 나중에 맛없는 것을 먹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됩니다. 인생에도 건빵과 별사탕처럼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좋은 일이 많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고, 안 좋은 일이 많다고 해서 계속 그러할 것이라고 비관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비관 때문에 뒤늦게 찾아올 좋은 일을 맞이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많은 법입니다.
---「두 번째 세션: 모든 생명은 힘껏 살아간다∥36 공갈젖꼭지는 가짜 위안일 뿐」 중에서
시간이 지나 자신의 노력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멈춰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잘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행동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쏟은 노력이 아까워서입니다. 말 그대로 본전 생각이 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꾸 ‘조금 더 하면 나아지겠지’라는 마음을 품고 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맙니다.
물론 문제가 있는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데 잘되지 않을 때, 무조건 ‘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노력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일 삽질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더 열심히 삽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삽질부터 중단해야 합니다. 그러한 자세가 문제해결에 필요합니다. 본전 생각이 날 때 그만둘 수 있는 것이야말로 자제력이고 지혜입니다. 모든 노력이 값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세션: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40 삽질부터 중단하라」 중에서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부탁을 거절당하더라도 ‘상대의 사정으로 내 제안이 거절당했다’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를 존재로 확대시키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라는 사람 자체를 거절했다’라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문제와 존재를 구분해 칸막이 역할을 해주는 마음의 장치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은 심리적 면역체계의 기둥 역할을 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문제에서 실패를 겪거나 거절을 당했다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나라는 사람 자체로 가치 있다’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를 만납니다. 그러나 나 자신이 문제를 만났을 뿐, 그 문제가?바로 ‘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그러므로 우리는 문제와 존재 사이에 칸막이를 두어야 합니다. 당신이?문제를 만난 것이지 당신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 잊지 않길 바랍니다.
―[세 번째 세션: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49 나는 단지 문제를 만났을 뿐이다」 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만을 추구하다 보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싸우는 삶이 되기 쉽다는 의미입니다. 고통을 덜려고 하고, 게으름과 싸우려고 하고, 중독을 끊으려고 하고, 비만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다 보니 삶은 열정과 의미 대신 투쟁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힘겨룸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무언가에서 제대로 벗어나고 싶거나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벗어나는 자유’가 아니라 ‘지향하는 자유’를 꿈꾸어야 합니다. 고통이 아닌 의미를,
게으름이 아닌 충실함을, 중독이 아닌 몰입을 꿈꾸어야 합니다.
즉, 원하지 않는 마음을 밖으로 밀어내려고 힘쓰지 말고
원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마음의 중심에 흐르게 해서,
원하지 않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밀려나게 해야 합니다.
당신은 어떤 자유를 추구합니까?
―[네 번째 세션: 실험하라, 인생은 당신 편이다∥68 원하는 것을 마음의 중심에 흐르게 하라」 중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아 깊은 좌절감에 빠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굳게 믿었던 사람들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실망감과 좌절감을 훨씬 크게 느낍니다. 그러나 건강한 믿음이란 자신이 계획한 대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이라기보다, 때로는 혼돈과 불확실함 때문에 흔들리고 멈춰 서지만 결국 그 길의 끝에 자신이 원하는 삶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마음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꼬이는 일도 많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로 인해서 인생이 참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생이 내 편이 아니라고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마흔이 되면서 인생에 대한 새로운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이루어지려면 때가 있고 지금까지 겪은 모든 경험과 방황들이 결국 내가 가야할 곳으로 나를 안내하는 이정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네 번째 세션: 실험하라, 인생은 당신 편이다∥78 인생은 언제나 내 편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