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펴본 결과, 어미개는 한 마디로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잡종개'였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똥개'. 어느 하나 균형잡힌 것이 없었다. 우선 오른쪽 귀는 서고, 왼쪽 귀는 접혀있는 짝귀가 가장 눈에 띄었고, 꼬리 길이 또한 어정쩡, 긴 허리에 비해서 다리는 너무 짧았다. 털 또한 부드러움이라고는 전혀 없이 거칠거칠 뻣뻣해 보였고, 목욕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듯한 털은 회색빛으로 고약한 냄새도 나고 있었다.
--- p.16
치로리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아이들이 함께 웃었다. 실제로 치로리는 기분이 좋으면 실눈을 뜨면서 입꼬리를 치켜 올리고 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말 백만 금을 주어도 볼 수 없는 사랑스런 광경이었다. 아이들은 살아 있는 것을 돌본다는 뿌듯함과 개와 마음을 나눈다는 경이로움에 스스로 감동을 받고 있었다.
--- p.21
라쿠 할머니는 거의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치로리를 만나고부터 조금씩 말하는 데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치로리에게 자기 말을 전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자 말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말하기에 힘이 붙자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치로리는 할머니에게 말만 돌려준 것이 아니다. 치로리를 만나는 날은 몇 주에 한 번뿐이고, 몇 시간 함께 있는 게 고작이지만 할머니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었다. 라쿠 할머니에게 치로리와 보내는 몇 시간은 다이아몬드와도 바꿀 수 없는 보석 같은 삶의 순간이 된 것이다.
--- p.109
갈 곳 없이 떠돌다가 더럽고 으스스한 도깨비집에 숨어 살던 치로리가 지금 이렇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처음 훈련소에 왔을 때 허리는 길고, 다리는 짧고, 귀는 짝짝이인 치로리의 볼품없는 모습을 보고 조련사들이 웃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독특하고 멋지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참으로 삶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동물보호센터에 끌려가 조금만 늦었어도 안락사 될뻔한 유기견 치로리. 그랬던 치로리가 이제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감사의 말을 듣고, 다른 치료견들에게는 모범이 되는 우수한 치료견이 되어 있다. 바로 이게 '기적'이 아니면 무엇일까.
---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