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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등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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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등여행기

: 도쿄에서 파리까지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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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00g | 128*188*20mm
ISBN13 9791185153162
ISBN10 118515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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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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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안은미
강원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어학을 공부했다. 2004년부터 편집자로 일하는 한편 만화, 방송물 등의 일본 관련 콘텐츠를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는 『우표, 역사를 부치다』, 『로산진의 요리왕국』, 『하루 한 식물』, 『어느 물리학자의 일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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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가는 데 삼등칸을 추천합니다
여기서 일단 내 객실을 묘사해볼까요. 한 객실에 네 명씩 들어가고 그런 객실이 한 열차에 여덟 개 있습니다. 일등칸과 이등칸도 들여다봤지만 시베리아 가는 데는 삼등칸을 추천합니다. 결코 머무르기에 불편하지 않습니다. 열차 보이에겐 일본 돈으로 3엔을 주면 된다고 합니다. 요컨대 하루 50전의 비율인데 나는 뭔 생각을 했는지 엉겁결에 5엔을 건네고 말았습니다. 몹시 시원한 씀씀이를 보여준 꼴입니다. 루블로 팁을 주면 보이는 절대로 고마운 얼굴을 하지 않는답니다. 일본 돈을 받아야 국외에서 값이 낮은 루블을 살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시베리아 횡단열차」중에서

삼등 열차에는 가난한 사람들뿐입니다
유럽행 삼등 열차는 마치 일본의 나룻배처럼 많은 사람이 떼 지어 줄줄이 걸터앉아 있습니다. 새벽에는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가족과 네댓 명의 룸펜 제군이 탔습니다. 그들은 금세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철포처럼 길쭉한 빵을 우적우적 베어 먹다가 불경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듭니다. 개중에는 고풍스런 아코디언을 어깨에 둘러맨 예술가도 있는가 하면 붉은 목도리를 두른 아파슈풍의 노동자, 발 한쪽이 없는 남자, 볼에 탄흔이 있는 노인, 귀여운 아이 등등 다들 가난한 사람들뿐입니다.
---「파리까지 맑은 하늘」중에서

내 하숙집은 당페르 블라르 가 10번지
지금의 하숙집을 비둘기와 고양이의 보금자리라고 하면 뭔가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사실 파리의 고양이만큼 기분 나쁜 것도 없습니다. 털실 뭉치처럼 불룩해서는 밤이면 뚜벅뚜벅 집으로 들어오다가 어두운 천장에서 내 등으로 불쑥 떨어집니다. 하숙집에는 도둑고양이가 일곱 마리나 둥지를 틀고 있고 개도 두 마리나 있습니다. 비둘기 두 마리는 아마 식용일 텐데 내 방 창 아래 정원에 있는 철망 속에서 아침이면 구구 하고 고운 목소리로 울어댑니다. 凸형, 이것이 내 방 모습입니다. 무섭고 복잡해 조금 돈을 벌면 네모반듯한 방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봄까지는 움직일 수 없겠지요.
---「게다 신고 걸은 파리」중에서

일본 주부가 부엌에서 해방되는 날은 언제쯤일까요?
파리 주택은 거의 아파트라서 일본처럼 그렇게 널찍하고 틀에 박힌 부엌을 소유한 집은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집 밖의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가족이 많은 탓에 굳이 엄청난 부엌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일본에서 레스토랑을 여전히 사치스런 존재로 여기는 동안에는 한 가정의 주부가 부엌에서 해방되는 일은 아주 먼 이야기이겠지요. 잠시 유럽에 살다 돌아오고 나서야 깨닫고 놀란 것은, 내 주변 여인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부엌에서 줄곧 일한다는 사실입니다.
---「파리 부엌, 도쿄 부엌」중에서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밀레의 집을 가다
밀레의 화실은 감탄스러웠습니다. 여학생 방에 어김없이 걸려 있는 「만종」이나 「이삭 줍는 여인들」도 그의 가난한 만년 이야기를 들으니 저기 어디쯤 널린 프로 화가에 비할 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밀레의 집안은 소작인으로 상당히 가빈했던 모양입니다. 화실 흙마루 입구에는 일인용 침대가 있었는데, 밀레는 비에 젖어가며 그림을 그리다 감기에 걸려 이윽고 그 침대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방 안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커다란 거울이 한 개, 흙 인형이 일고여덟 개 나뒹굴고 밀레가 엉덩이로 꿰뚫기라도 한 듯 볏짚 의자가 너덜너덜했습니다. 현재 밀레의 자손은 밀레의 위조품까지 만들어 판다고 합니다.
---「퐁덴블로 숲을 거닐다」중에서

네, 누구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법입니다
세계대전 이후 대체 어디에 평화가 왔나요? 각국의 인민은 녹초가 됐습니다. 유럽을 걸어보면 지금도 베르됭의 피비린내가 납니다. 발 없는 남자, 한 손 없는 남자, 한쪽 눈 없는 남자, 이런 베르됭의 유물이 무얼 하고 있냐면 대개 샌드위치맨이거나 걸인 또는 비올라 켜는 광대입니다. 과거 인기가 높던 어느 인간의 말로末路, 그 모습의 사람들이 유럽 각국에서 우글거리며 배출구를 찾고 있어요. 파리 직업소개소도 그랬지만, 런던 직업소개소도 시루에 콩나물 박히듯 어느 곳이나 매일 아침 실업자가 행렬을 짓고 차례를 기다립니다. 전 세계가 굶주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나홀로 런던 여행기」중에서

고향, 고향! 우편선 안은 전부 나그네!
배가 항에서 출발하는 순간까지 홀로 마르세유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배에 올라탄 것이 출항 십 분 전. 요란하게 출항의 징이 울렸습니다. 이제부터 삼십사 일간의 항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습니다. “어찌 지내야 하나” 창문이 하나 달린 얕은 찬합 같은 침상에 드러누웠지만 기분은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언제까지나 무거운 마음으로 있어 봤자 소용없는 일. 움막처럼 생긴 삼등실에 짐을 내팽개친 채 B갑판으로 나왔습니다. 새파란 하늘에 새파란 바다입니다. 부두는 부활의 거리. 아듀, 마르세유! 아듀, 프랑스! 이 배는 우편선 하루나마루 호, 30파운드에 나를 마르세유부터 고베까지 데려다주겠지요.
---「아듀 마르세유, 아듀 프랑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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