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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에 관해
2. 루만: 인물과 저작 3. 체계 이론 4. 체계 5. 사회적 체계 6. 커뮤니케이션 7. 후속 커뮤니케이션 8. 이중의 우연성과 매체 9. 의미 10. 언어 11. 문자 12. 인쇄술 13. 전자 매체 14. 매스미디어 15. 뉴스와 보도 16. 광고 17. 엔터테인먼트 18. 매스미디어, 그 이후 19. 여론 20. 결론 I: 구성으로서 사회의 자기 기술 21. 결론 II: 커뮤니케이션 진화와 사회 진화 |
두 사람(하버마스와 루만)은 사회학의 선구자인 막스 베버(Max Weber)와 탤컷 파슨스를 인용할 때도 완전히 대립하는 이론적 견해를 끌어냈고, 학문의 과제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른 입장을 취했다. 그들은 “체계”나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중심 개념도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했다. 그들은 늘 상대방의 저작과 논쟁했으며, 논쟁의 목적은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하버마스가 루만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체계-개념을 자신의 주저인 “의사소통적 행위이론”(1981)에 통합했다. --- p.25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커뮤니케이션한다.’ 틀렸다. 왜냐하면 ‘한 인간’은 사회적 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인간은 위에서 기술했듯이 절대로 체계가 아니다. ‘나는 나 자신과 커뮤니케이션한다.’ 틀렸다. 왜냐하면 여기서 “나”는 기껏해야 “인간의 의식”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식은 심리 체계이지 사회적 체계는 아니다. 의식은 인지하고 사고하고 느끼고 의도하고 주목할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할 수는 없다. 사회적 체계만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 p.90 합의는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전통적 사회철학에서도 오로지 긍정적인 내용으로 채워진 개념이다. 틀림없이 루만 역시 일상생활에서 이견 가운데 있을 때보다 조화와 합의 속에서 더 잘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사회이론에서 합의 개념의 효과와는 분명하게 분리해야 한다. 루만은 사회의 전체적인 분석과 또한 매스미디어의 분석에서 하버마스 식의 합의 이론을 호도로 간주한다. 그래서 루만의 분석에 따르면, 매스미디어는 사회를 안정화하지만 결코 합의의 생성을 통해서가 아니다. 매스미디어는 합의 외에 이견도 마찬가지로 허용되는 “대상들”을 공통의 주제로 공급하면서 사회를 안정화한다. 왜냐하면 이견 역시 연계 능력이 있고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시키기 때문이다. --- p.130 과거처럼 어떤 현실 구성이 올바르고 모범적이며 문화적으로 적절하고 함께 공유할 만한 것인지를 구속력 있게 만드는 귀족이나 도시나 현자 같은 뚜렷한 사회적 기관들이 오늘날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정향 기능을 매스미디어가 넘겨받았다. 그리고 매스미디어 안에서 광고가 그 고유한 부분을 담당한다. 광고에 근거를 둔 정보들이 유효한 지향을 만들어주는 현실 영역은 취향과 유행의 영역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이 현대적이며 멋진 취향인지를 도대체 어떻게 아는가? 광고에서 안다. 궁극적으로는 어느 누구도 취향이 없다거나 비현대적인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들은 원래 선별의 확실성을 얻어야 할 “취향 없는 사람들”이다. “이 취향을 대체하는 기능”과 그리하여 이 관점에서 “선별 확실성”을 제공하는 것은 광고이다. --- p.317 증가하는 화상 커뮤니케이션은 지금까지 문화적으로 아직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의미론을 요구한다. 그 의미론은 언어에만 기초를 둔 과거의 의미론을 대체해야 한다. …… 모든 언어적 기획은 가능한 현재적 기획을 가리키며, 모순을 허용하며 비판을 자극한다. 화상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다르다. 동영상의 화면들은 스스로 이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말하자면 구별, 선별, 부인, 비판-원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내는 것-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그때의 매체-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성을 제외하고 말이다. ……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될 수 있다’는 이 새로운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사회는 이미 이 “모든 것”에 대해 선별 모범을 마련했다. 그 기준은 명백하게 일차적이며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즉 가족과 이웃과 친구와 동료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확보된다. --- p.425 비언어 의사소통은 언어 의사소통의 고대적 기초이다. 진화가 마침내 언어를 만들어낸 다음, 그것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어쨌든 우리가 매일 관찰할 수 있는 것처럼, 비언어 의사소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눈 마주침, 미소, 이마 찡그림, 손짓, 몸짓 신호 등은 계속 이루어진다. 비슷한 어떤 것도 발생하지 않는 대면 상황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직접 대화에서 비언어적 신호는 언어적 통보와 믿을 만함, 능력, 기분, 그리고 통보자의 지위를 평가하는 데 기여한다. 비언어적인 것과 언어적인 것이 상호 모순적으로 작용하면, 우리들은 대개 명시적인 언어 진술보다 비언어 진술을 신뢰한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진술을 정식화할 수 있다. 언어의 발생과 함께,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은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통제 기관과 조종 기관으로 격상되었다. --- p.428 |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피해갈 수 없는 사상가 루만으로의 위트 넘치는 초대장!
내가 “루만(Luhmann)”이라는 단어를 컴퓨터에 처음 입력했을 때, 컴퓨터는 입력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해서, 모든 일을 망쳐버리는 도깨비 “부만(Buhmann)”으로 수정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 많은 사람들은 실제 루만이 매우 복잡해 보이기 때문에, 골칫덩어리 “부만(Buhmann)”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루만의 생각과 글은 유리처럼 투명하다. 처음에 낯설고, 입문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 해도 말이다. 내 컴퓨터는 그동안 루만 검색을 매우 자주 했다. 이 입문서의 독자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루만의 체계 이론의 핵심을 알려서 체계 이론에 쉽고 편안하게 접근하도록 돕는 데에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부만에서 루만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1970년대에 하버마스와 루만은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공동 강좌를 개설하고 책도 함께 출간하면서 세기의 논쟁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하버마스는 자신의 사상을 조금씩 수정해나간 반면 루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혹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버마스는 일생 동안 데리다, 푸코, 가다머 같은 석학들과 다양한 논쟁을 펼쳤는데, 그의 사상의 근간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진정한 숙적은 바로 루만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답의 학자’, ‘난해한 문제적 사상가’ 루만! 루만(Niklas Luhmann, 1927-1999)은 문제적인 사상가다. 그의 사상이 논쟁적이고 사후에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그의 ‘체계 이론’을 이해하기가 도무지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가 70권 이상의 저서와 400편에 달하는 논문을 남기고 하버마스와 쌍벽을 이루는 사회학자라는 묵직한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대중은 물론 학계에서까지 아직도 ‘미답의 학자’로 더 크게 남아 있는 데는 바로 그러한 ‘난해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몇 가지 언술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진다. “사회는 인간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사회적 체계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이 우리가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환경은 재생산에 참여하지도 유익하게 작용하지도 않으며 단지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뿐이다” …… 그의 사상에는 이렇게 우리의 통념을 뒤집어놓는 전복성이 있고, 이 때문에 우리가 루만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그림을 뒤집어서 보는 훈련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한번 커뮤니케이션에 빠져들면, 단순한 영혼의 천국으로 결코 돌아오지 못한다” 루만에 대해 듣고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한 번쯤 적당한 입문서를 찾곤 하는데, 대개는 그 입문서들조차 접근하기가 녹녹하지 않은 형편이다. 독일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10년 가까이 호평을 받아온 이 책 "쉽게 읽는 루만"은 위트 넘치는 삽화와 쉬운 해설로 대중이 루만과 더 쉽게 친숙해지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체계’,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루만의 핵심 개념은 물론, 구술 사회에서 현대의 전자 매체에 이르기까지 진화하는 매스미디어와 사회 체계를 루만의 시각에서 보도록 이끌어주는 유쾌한 초대장이다. 화가이기도 하며 일부 삽화를 직접 그려 넣은 저자 마르고트 베르크하우스는 루만이 ‘유리처럼 투명하다’고까지 말하며 그의 개념들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로 그러할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겠지만, 이 책의 삽화 중에는 부인할 수 없어 보이는 대목이 있다. “너희들, 어떤 입문서가 가장 좋으니?”, “물론 베르크하우스의 입문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