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고전 번역은 어떤 번역일까? 여러 가지 기준이 가능하겠지만, 고전 번역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동시성(同時性)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번역이 좋은 번역이다. 여기에서 동시성이란 가능한 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 언어에 가까운 것을 뜻한다. 이른바 '현대인을 위한', '젊은 세대를 위한', 이런 등속의 표현이 들어간 고전 번역서 제목들은 동시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수 천년 전에 성립된 고전의 문구를 읽으면서 마치 오늘날의 어느 작가나 사상가가 집필한 글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번역. 그런 번역이 동시성의 극치가 아닐까 한다.

이러한 번역의 동시성 측면에서 보면 서지문 교수의<영어로 배우는 논어>는 기본 점수를 따고 들어갈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논어 영역본 14종을 비교, 분석, 대조하여 논어 구절을 풀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세기 최고의 중국 고전 번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아서 웨일리는 논어의 첫 구절을 이렇게 번역했다. The Master said, To learn and at due times to repeat what one has learnt, is that not after all a pleasure? 이 말이 공자의 말인 줄 모르고 접한 영미권 독자라면, 배운다는 것의 즐거움을 강조하여 말하는 문장이겠거니 하고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서지문 교수의 풀이도 그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공자께서 말씀하기를, 배우고 제때에 그것을 실행하면 진실로 즐겁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걸로 끝인가? 서지문 교수는 논어 영역본이 확보한 동시성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과연 그걸로 끝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동시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제대로 하자면 무척 어렵다. 무턱대고 동시성에만 주안점을 두다가는 역사성을 상실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고전 문장의 역사적인 맥락을 무시해버릴 위험성이 매우 크다. 예컨대 대입 수험생들에게 배우는 것이 즐겁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진실로 즐겁다고 답하는 수험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늘날의 대학 입시 공부와 공자 시대의 공부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동시성의 착오 현상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논어의 첫 구절에서, 공자 시대의 사람들은 배운다고 할 때 과연 무엇을 어떻게 배웠을까? 서지문 교수의 풀이대로 '실행한다'고 했을 때, 과연 무엇을 실행했다는 말인가? 이런 질문이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서지문 교수의 책에서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힘들다. 영역본 논어가 확보한 동시성을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전하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논어의 역사성을 천착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서지문 교수가 전문적인 중국 고전학 연구자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사성을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이 서점에서 '외국어>영어>영한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은 불행 중 다행이다.

논어에 대한 고금의 주석을 망라하고 있는 엄영봉 선생 편찬의 '무구비재논어집성'을 섭렵해야만 논어 번역 해설서를 집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논어 번역에서 역사성을 확보하려면 유보남의 '논어정의'나 정수덕의 <논어집석> 정도는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마저 번거롭다면, 최소한 십삼경주소의 논어와 주자 주석의 논어는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누구라도 논어 번역에 도전할 수는 있다. 단, 논어 번역에 도전하는 그 누구라도 거쳐야 할 기본적인 통과의례로서의 공부가 있다. '여름방학 두 달 동안 하루 12시간씩' 이 책의 집필에 전념했다는 서지문 교수의 고투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번 방학 때는 하루 12시간씩 옛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논어 주석을 공부하는데 전념해보시라고 권한다면 무례한 처사일까? 굳이 영어가 아니라도 논어를 배울 수 있는 길로 <논어의 문법적 이해>, <논어>등이 있다.

인간 공자 위에 덧씌워진 2500년 고정관념의 각질덮개를 <br/>모조리 벗겨내고 공자의 참모습을 신선하게 되살려낸 혁신적인 논어 해설서!<br/><br/>1.엄숙한 도덕군자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다가가기가 두려웠던 공자에게 선입견 없이 접근해 그의 솔직한 인품과 사상의 민주적, 혁신적 면모를 간파한 서양의 학자, 번역자들과 함께 공자의 가르침을 새롭게 되새겨보는 온 국민의 교양 필독서!<br/><br/>2.한문과 무관한 신세대에서 한문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쉰세대까지 누구나 공자님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게, 기본적인 漢字도 한글자 한글자 풀이했고, 각 구절마다 14권의 영역서 중에서 뽑은 영역문장도 그 뜻을 국어로 다시 새겨놓아 공자님의 말씀에서 삶을 살아갈 지혜와 용기를 얻으면서 동시에 한문 공부, 영어 공부가 저절로 되는 책!<br/><br/>3.이 책은 시대와 사회의 어지러움에 울분하며 고민하는 어른들, '나'의 무게중심을 잡아 확고하게 설 길을 모색하는 장년, 진보와 권위의 갈등 속에서 발전적 가치를 도출하고자 하는 청년, 인간의 모순에 눈뜨면서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찾아 방황하는 십대, 그리고 영어의 원리와 생리를 알아서 영어 실력을 늘리고자 하는 모든 세대에게 <논어>를 사랑하며 영어와 일생 씨름해 온 서지문 교수가 드리는 간절한 선물이다.<br/><br/>4.이 책은 모든 사람에게 다정한 벗, 자애로운 스승이 될 것이고, 외국인에게 동양의 문화와 한국인의 윤리의식의 뿌리를 설명해주고 싶은 사람들, 공자님의 지혜를 배워 논술시험에서 고지를 점령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두고두고 고맙고 믿음직한 책이 될 것이다.<br/><br/>서지문 교수는 영문학자이면서 또한 공자를 비롯한 동양문화에도 조예가 깊다. 공자에 대해 공부할수록 공자의 인간미와 숭고함, 예술적 안목, 내면적인 엄격함 등에 매료되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진 공자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안타까움을 늘 가슴속에만 지니고 있다가 KBS의 도올의 <논어이야기>에서 공자가 형편없이 비하되는 것에 참지 못하고 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br/><br/>그러면서, 대다수 국민들이 의외로 <논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매력적인 공자의 모습을 직접 대해볼 기회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금은 딱딱해 보이고 어려워 보이는 논어의 정다운 길잡이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논어를 영역한 서양 학자들의 객관적인 해석들을 비교하고 검토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책을 내며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공자의 선입견과 달리 인간으로서의 공자의 참모습을 담아보려 애썼다. 잠시 저자 서문의 한 토막.<br/><br/>내 자신 익히 알고 있던 <논어>의 구절들도 영어로 읽으니까 새로운 맛도 나고, 역자에 따른 해석의 차이를 보면서 해석도 더 정밀해지고,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재미있었다. 물론, 내 자신이 한국 문학의 영역(英譯)을 하나의 사명으로 삼고 영역을 많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지만 영어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양적인 가르침과 개념들의 다양한 영역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며 삶을 영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br/><br/>공자님은 제자들을 지치지 않고 열심히 가르치셨지만 지식을 손에 쥐어주시지 않고 스스로 탐구하도록 촉발해주셨을 뿐 스스로 열심히 찾다가 알듯말듯해서 안타까워하는 부분만 틔어주셨다. 그러나 나는, 나같이 게으른 둔재라도 마음 편히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우러러볼 수 있게, 옥편을 거의 찾지 않고도 원문을 이해하고, 영한사전을 거의 찾지 않고도 어떤 뜻으로 옮겨졌는지 알 수 있도록 친절하게 한문도 한자 한자 해설을 했고, 영역문도 그 뜻을 한글로 다시 풀어 놓았다. <br/><br/>그리고 <논어>의 말씀들은 정말 근본적이고 당연한 진리이기 때문에 사실 해석이 필요없지만, 다른 사람은 그 구절에서 어떤 감흥을 받았는지를 알면 좀더 쉽게 이해, 수용할 것 같아서 나의 사설도 조금 곁들였다. 그러니까 내 잔소리는 공자님의 보석 같은 말씀을 드러내는 세팅 같은 것으로 보아주었으면 한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