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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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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걷다

: 중국 800년 수도의 신비를 찾아

주용 저 / 김양수 | 미래인 | 2008년 07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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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430g | 153*224*20mm
ISBN13 9788983944641
ISBN10 898394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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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양수
성균관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난징대학과 일본 도쿄대학에서 방문연구를 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공은 중국현대문학 연구이다. 중국과 타이완의 현대문학·영화에 관한 논문을 다수 썼고, 번역서로는 『100년간의 중국문학』『중국 신시기문학 입문』『황제의 나라』『현대중국, 영화로 가다』『오, 나의 잉글리쉬 보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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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때 외국의 한 공사(公使)가 북경에 와서 황제를 직접 알현하고자 했지만 무릎을 꿇는 건 거부했다. 그러자 예부(禮部)의 관원은 다른 방법으로 굴복시킬 요량으로 그를 정양문을 통해 성에 들어가도록 했다. 그건 분명히 불평등한 대화였다. 한쪽은 보잘것없는 개인이고, 다른 한쪽은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들이었으니까.
그가 대청문, 천보랑과 어도를 지나갈 때 천안문의 금색 겹처마 지붕과 진홍색 성루, 새하얀 섬돌 난간, 석사자 화표가 거대한 창공을 배경으로 하여 마치 꿈에 본 장면처럼 그를 매료시켰다. 단문을 지나자 요(凹) 자형의 오문은 동방 왕조의 신비로운 분위기로 충만했고, 오문 뒤의 확 트인 태화전 광장에 이르자 리듬은 완만하게 변했다. 그리고 금수하가 구불구불 흐르는 걸 보자 천국에 온 것처럼 평온하고 심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태화전에서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만 것은 궁전 내부 도로의 엄청난 스케일이 그의 몸을 감당할 수 없게 했을 뿐만 아니라, 중축선상에 드러난 왕의 기운이 그를 정복했기 때문이었으리라. --- 「도시 인상: 800년을 관통하는 신비의 선」 중에서

40여 년 전의 어느 여름날, 북경식물원 소속 부의(溥儀)라는 정원사가 고궁 입장표를 한 장 샀다. 그리고 그는 여러 관람객들과 함께 이 옛 궁전을 참관했다. 1924년 그는 폐위된 황제로서 이곳에서 쫓겨나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모든 것이 다 변한 것 같았지만, 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자금성, 이 호화로운 궁전은 청 대 말기에 이미 심하게 망가졌다. 태화전 광장 위의 잡초는 이미 사람 키보다 더 높이 자랐고, 황량한 바람 소리가 조의(朝儀)의 예악을 대신했으며, 백관이 줄지어 섰던 곳엔 쓰레기가 잔뜩 쌓였다. 우리는 마치 한 제도가 최종 마무리되었을 때의 그 황량하고 허물어진 표정을 본 것 같았다.
부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시든 잡초와 마른 버드나무와는 달리 보수 후의 고궁은 가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위풍당당한 궁전으로, 마치 꿈속의 세트장 같았다. 우리는 시간의 힘을 느낀다. 시간은 모든 견고한 건물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온전치 못한 옛 자취를 되살릴 수도 있다. --- 「궁성(상): 중앙의 성」 중에서

민국 성립 후 천안문광장은 바로 대중에게 개방되었다. …… 천보랑이 철거되고 수많은 신하가 조회에 나가는 장면이 사라진 후 그와 관련된 배경과 장치도 따라서 종적을 감추었다. 평범한 백성의 모습이 광장에 나타났다는 것은 황제 권력의 소멸을 뜻한다. …… 개조를 거친 천안문광장은 북경의 도시 중심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켰다. 구북경의 중심은 자금성이었고 도시의 주제는 ‘제왕지상(帝王至上)’이었다. 인민광장을 따라 신북경의 중심이 형성되면서 궁전은 후원(後院)의 위치로 밀려나 심원한 배경이 되었고, 새로운 시대의 주제가 확 트이고 드넓은 광장 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 「황가광장에서 인민의 광장으로」 중에서

북경성의 골목, 즉 호동(胡同)은 중국인 특유의 윤리적 관계를 표현한다. 사합원과 호동은, 바로 생활공간이자 공동 활동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간에는 헤어짐(分)이 있고 만남(合)이 있어 가정생활에 이롭기도 하고 가정 간의 소통에 유리하기도 하다. 사람들은 늘 함께 지내고 골목에서 정담을 나눌 수도 있다. 이는 오늘날의 고층 건물이 따라올 수 없는 점이다. 지금은 도처에서 도로를 확장하고 상가도 하나같이 사통팔달 대로에 위치하여, 언뜻 보기에는 현대화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경성 특유의 생명력과 역사성을 상실했다. …… 어느 이태리인은 북경의 호동을 베니스의 수로에 비유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호동을 허무는 것은 베니스의 수로를 평평하게 메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두 다 이유야 있겠지만, 누가 베니스의 물길을 평평하게 메우겠다고 머리를 쓰겠는가?”--- 「거리 교통」 중에서

사합원은 자금성의 축소판으로, 유교적 전통 사회의 질서를 표현해놓은 것이다. 세상은 조용히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 유교 질서의 핵심이 빠져버린 구시대의 정원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완전하고 질서 있는 저택의 구조는 부단히 해부되고 개조되었다. 그 결과 아무렇게나 날림으로 혼란스러운 공간이 마구 생겨났고, 사람들 관계에도 위기가 생겨났다. 유심무의 《종고루》, 유항의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 등의 소설에는 사합원의 구체적 상황이 깊이 있게 묘사되어 있다. …… 유심무는 소설 《종고루》에서 이러한 사합원의 생활상을 해학적으로 보여준다. 출국하려는 장기림 국장이 막 공항으로 향하려는 순간 배가 아파서 공중 화장실에 가려 한다. 하지만 옷이 더렵혀질 것이 겁나, “코트를 벗은 후 집으로 들어가 평상복과 신발을 갈아입고 갈아 신어야만 하는” 상황이 나온다. 그리고 일을 본 후에는 다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아주 실감나게 묘사했다.
--- 「사합원의 방정식을 풀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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