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늙음과 죽음, 그리고 우울이라는 감정입니다. 이 우울한 기분은 오래가지 않고 곧 나아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울감’이라고 쉽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여자 네 명 중 한 명, 남자 여섯 명 중 한 명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적 우울증으로 진행됩니다. 우울증은 생각보다 심각하고 만성적이어서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년 간에 걸쳐 지속되기도 합니다. (…)
이 책의 메시지는 감동적입니다. 우울증은 만성적이기도 하지만, 도망가거나 피하려고 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합니다. 우울증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웃음을 짓기도 하고 스스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추천의 말, p. 8」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가면서도 심하게 상처받아 완전히 산산조각 날 때까지 그 문제를 고치려 들지 않는 버릇이 있습니다. 제 인생의 전환점은 2001년에 일어난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이었습니다. 불운하게도 저는 첫 번째 건물이 무너질 때, 그 건물들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서 있었습니다. 얼마나 끔찍한 날이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날, “인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짧다”는 교훈을 하나 얻었습니다.
---「프롤로그, p.12 」중에서
그때까지 저는 인생을 산다기보다는 그저 견딜 뿐이었습니다. 18년 넘게 블랙독과 함께 살았지만 어떻게든 비밀로 숨겨왔던 거지요. 저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에 지쳐버렸고, 진실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오후, 자리에 앉아 이 책을 쓰기 시작했고 4시간쯤 지난 후에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은 바로 그날 오후에 탄생한 것입니다. (…) 저는 우울증을 감추는 데 소모한 에너지의 일부만이라도 치료하는 데 썼다면 두 배는 더 빨리 회복되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프롤로그, p.13 」중에서
돌이켜보면, 이십대 초반부터 블랙독은 내 삶에 나타나 끊임없이 들락날락거렸다. 녀석이 나타나면 내 기분은 축 쳐져버렸고, 삶은 한없이 더디게 흘러만 갔다. 블랙독, 이 녀석은 별 이유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놀라게 하곤 했다. 녀석은 원래 내 나이보다 나를 더 늙어 보이게 했고, 나 스스로 확 늙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세상 모두가 인생을 마음껏 즐기고 있을 때, 나만이 블랙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나의 삶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 p.16
사람들이 수근 대며 내 흉을 보는 것 같아 늘 걱정스러웠다. 나는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나는 집이나 직장에서 나를 감추는 데 급급했다. 그리고 멋지고 괜찮은 사람인 척 사람들을 속이게 되었다. 블랙독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내 감정을 숨기고 사람들을 대하려니 너무 힘이 들었다. 마치 간질이나 심장발작, 당뇨병 같은 병을 숨기는 것처럼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 p.34
우울한 시대입니다. 세상에 많은 것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현재의 현실이 우울하고 미래도 암울하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혹시 나도 우울증인가’ 하며 우울과 우울증을 혼돈하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블랙독이라고 말한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기분과는 다릅니다. 누구나 우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블랙독을 키우지는 않습니다. 만약 블랙독 때문에 일상의 삶이 힘들고 고통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심각한 우울증입니다. 그럴 때는 서둘러 주위에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존중해야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 p. 98」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