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순간부터 마음을 평화롭게 다스리고 아이에게 아름다운 음악, 듣기 좋은 말, 따뜻한 생각을 들려주고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임신 초기부터 아이를 낳는 40주까지 읽을 수 있는 이 글들이 아이를 가진 엄마 아빠의 마음에 때론 유쾌하고 때론 훈훈한 기운을 가득 불어넣고, 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_한정열 교수(제일병원 산부인과)
할머니가 소랑 다르다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얼른 자야겠다는 생각에 아무렇게나 둘러대었어. 코끼리 소리라고 말이야. ‘코끼리 소리가 뭐였더라?’ 도둑은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어.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코코, 끼리끼리, 코코, 끼리끼리.” 하고 코끼리 소리를 내었어.
그 소리에 방에서 난리가 났어.
“거 보우. 코리끼 소리 맞지.”
할아버지가 얘기하고 돌아누우려 하자 할머니가 펄쩍 뛰었어.
“아니, 영감. 우리 마을에 무슨 코끼리가 산단 말이에요. 밖에 누가 온 게 틀림없어요. 얼른 나가 봐요.”
그러자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가 부스럭부스럭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어.
놀란 도둑이 도망가기를 하필 부엌으로 들어갔지 뭐야. 부엌에 어디 숨을 데가 있나. 급한 김에 구석에 보이는 물독에 쏙 들어갔지. 얼굴까지 집어넣으면 켁켁 숨이 막혀 죽을 테니 물독에 동동 떠 있던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할아버지는 부엌까지 와 보았는데, 물독에 바가지만 달랑 나와 있더라고. 그래서 툭툭 두드려 보았지. “바가지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라며 혼잣말을 했어. 그랬더니 도둑이 얼른, “박박, 바각바각, 박박, 바각바각.” 한 거야.
그 소리에 할아버지가 틀림없는 바가지라며 도로 들어갔어.
도둑은 어떻게 되었냐고? 도둑질이고 뭐고 얼른 줄행랑을 쳤단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는데, 웃고 나면 단순해지고 소박해지지.
웃다 보면 걱정이나 욕심을 다 내려놓게 되나 봐. 너와 함께하는 날들,
엄마는 근심도 욕심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 그냥 웃어 보자. 몸이 가뿐해지도록, 살살.
---〈16주ㆍ엄마 배꼽이 간지러워_박박 바가지〉중에서
그렇게 또 시간이 거꾸로 흘러서 왕비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다시 맞이하게 되었어. 왕과 결혼을 하는 날이었지. 하지만 결혼식 다음 날, 두 사람은 다시 헤어져 서로를 알기 전으로 돌아갔지.
왕비는 점점 어려져서 이제 곧 엄마 배 속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 머지않았음을 느꼈어. 왕비는 오로지 젊어지고 싶은 욕심에 한 선택을 후회했어. 시계태엽을 감는 신하가 했던 말이 생각났어. 왕국의 시간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던 거야.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지금 주어지는 순간을 소중히 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걸 깨닫자마자 왕비는 엄마의 배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
너는 오늘 엄마 몸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비록 세상에 나올 땐 두고 와야 할 추억이지만 하루하루 멋진 추억을 만들었으면 해.
그러기 위해서 늘 지금 이 순간 충분히 행복하기를 바라! 지금을 충실하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이니까. ---〈26주ㆍ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_거꾸로 가는 시계〉중에서
“어머, 별들도 결혼해요?”
“그럼요, 아가씨.”
어떻게 별들이 결혼을 하는지 이야기해 주려고 하는데, 목동의 어깨로 구불구불하고 보드라운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어. 졸음에 겨워 목동에게 살며시 기대어 온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머리였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순한 양떼처럼 조용히 그들 주위를 운행하고 있었어. 목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다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어. 저 수많은 별들 중에서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 자신의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향한 목동의 마음을 별들은 이미 눈치챘겠지.
어쩌면 스테파네트 아가씨도 눈치챘을지 몰라. 마음의 귀를 열고 들었다면 말이야.
별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목동은 스테파네트 아가씨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수줍게 고백하고 있었으니까.
---〈33주ㆍ마음으로 귀 기울이면_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