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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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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 서양의 대표 철학자 40인과 시작하는 철학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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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668g | 153*224*30mm
ISBN13 9791160560114
ISBN10 11605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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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되던 해, 이 엘리트 청년은 소크라테스를 만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귀족 청년은 소크라테스에게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 같다’는 말이 곧 못생겼다는 뜻으로 통할 정도로 외모가 추했는데도 말이다. ‘플라토닉 러브 (Platonic Love)’라는 말은 남녀 간의 정신적인 사랑을 뜻한다. 플라톤에게서 비롯된 이 말은 지적으로 성숙한 성인에 대한 소년의 정신적인 동경이라는 뜻에 더 가깝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에게 플라토닉 러브라 할 만한 감정을 느꼈다. 모두가 타락한 듯한 아테네 현실에서 끊임없이 정의와 진리를 찾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젊은 정치 지망생 플라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을 터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뒤로 석수장이 출신의 못생긴 선생과 걸출한 귀족 제자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이 두 사람은 8년 동안이나 붙어 다니며 진리를 구했다. ---「4장 플라토닉 러브, 이데아를 추구하라 플라톤」중에서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토마스 아퀴나스는 냉철하게 학술 작업을 계속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신학 대전』을 한창 쓰고 있을 무렵, 프랑스 국왕 루이 9세가 그를 연회에 초대했단다. 왕 곁에 앉은 토마스는 말없이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식탁을 꽝 치며 외쳤다. “그렇다, 이것으로 마니교는 끝장이 났다!” 옆에 있던 수도원장이 쿡쿡 찌르면서 여기가 어디인지를 일러주었을 때야 토마스는 제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자, 왕은 오히려 사람을 시켜 떠오른 생각을 잊기 전에 받아 적게 했다. 그의 집중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그리고 왕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그가 얼마나 존경받는 학자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10장 신앙과 이성, 신에게로 가는 두 갈래 길 토마스 아퀴나스」중에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근대 서양 사상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진리의 근거는 신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 사고에 놓이게 되었다. 나아가 이 명제는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로 봄으로써, 자연 속의 그 어떤 것보다 한 차원 높은 위치에 올려놓았다. (...) 이런 그의 생각은 이성과 합리성으로 요약되는 서양 근대 문명의 뿌리, 곧 합리론이라는 사상의 흐름을 낳았다. (...) 그러나 그의 사상은 수많은 부작용도 낳았다. 이성을 지닌 인간이 존엄하다면 그렇지 못한 자연의 모든 것은 한낱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 역사는 돌고 돈다. 서양 사상사를 지배하던 데카르트의 합리론 전통은 360여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14장 이성이 중심이 된 세상을 열다 데카르트」중에서

칸트는 흄의 사상 덕분에 이성의 합리성이 세계의 모든 것을 밝히리라는 독단의 잠에서 깨어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흄의 회의론을 극복하고 과학의 확실성을 세우기 위해 무려 11년 동안 고민했다. 그 결과 마침내 1781년, 51세의 나이에 『순수이성비판』을 펴냈다. (...) 흄은 경험의 확실성을 바깥 대상에 두어서 회의론에 빠졌다면, 칸트는 그 확실성을 우리의 정신이 경험을 만들어 내는 구조에서 찾았다. (...) 인간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감성 형식과 열두 개의 범주라는 지성의 구조를 사용하여 인간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구성한다. 그리고 이 지성의 구조는 경험 이전에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확실하다. 여기서 경험이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경험도 확실할 수밖에 없다. ---「21장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마음 속 도덕 법칙 칸트」중에서

러셀은 죽을 때까지 중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1952년, 여든 살에 그는 세 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마흔 살 연하의 여성과 네 번째 결혼을 감행했다. 70여 권의 저서 중 20권이 여든 살 이후에 나온 것일 정도로 저술 활동도 끊임없이 계속했으며, 1970년 아흔여덟 살의 나이로 눈을 감기 전까지 잔혹한 학살극이 될 것이 분명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 운동을 폈다. 옳지 않은 일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철학자의 역할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다.
『자서전』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사로잡았던 것은 ‘사랑에 대한 동경, 지적 욕구,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었다고 고백한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은 이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31장 현재 프랑스 왕은 대머리이다? 러셀」중에서

1918년, 제국이 패하여 이탈리아 전선에서 포로가 되기까지 전쟁터에서 보낸 5년 동안,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작업을 계속하여 한 권의 책을 써냈다. 이 책이 그 유명한 『논리철학 논고』다. (…) 그는 이 책에서 ‘그림 이론’이라고 불리는 주장을 내세웠다. 파리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에 관한 재판 기사가 그에게 영감을 주었단다. 재판에서는 사건 현장을 설명하기 위해서 모형 차와 인형 등이 동원되었다. 그런데 그 모형들을 가지고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각각의 모형들이 실제의 차와 사람 등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이와 같다. 언어가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쓰이는 말들이 실제 상황들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명제로 이루어져 있고, 세계는 가능한 상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명제들과 상황들은 각각 일대일로 대응하고 있으며, 똑같은 논리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언어는 세계를 그림처럼 그려 주고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갖는다. ---「32장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침묵 비트겐슈타인」중에서

사르트르는 인간이 놓인 극단적인 허무의 현실을 완전한 긍정으로 탈바꿈시켰다. 1943년에 발표한 『존재와 무』에서, 이유 없이 세상에 던져져 목적 없이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오히려 그 때문에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창조적 존재로 거듭난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도구에는 나름의 본질이 있다. 예를 들면, 톱의 본질은 썰기 위한 것이다. 이런 본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톱을 만든다. 썰지 못하는 톱은 톱이 아니다. 사르트르의 용어를 빌리자면, 사물에서 ‘본질은 실존에 앞선다’. 하지만 인간은 반대다. 인간에게는 본질이 없다. 인간은 세상에 그냥 던져져 있을 뿐이다. 또한 다른 사물과 달리, 자신이 아무 이유 없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다. 이 극단적인 허무를 깨닫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펼칠 수 있다. (...) 인간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 존재이다. 유명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는 말은 이런 뜻이다.
---「35장 사상계의 제임스 딘 사르트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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