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월파(月坡). 경기 연천(漣川) 출생. 1917년 경성제일고보에 입학, 2년 후 보성고보로 전학하여 1921년에 졸업하였다.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릿쿄(立敎)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이화여전 교수가 되었다. 일제 말엽 영문학 강의가 폐지되자 1943년 이화여전을 사임하였다. 8·15광복 후 군정하에서 강원도 도지사에 임명되었으나 며칠 만에 사임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복귀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에서 영문학을 연구하고 1949년에 돌아왔다. 1930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무상(無常)》 《그러나 거문고의 줄은 없고나》를 《동아일보》에 발표하는 한편 E.A.포와 J.키츠의 작품 등을 번역하였다. 그의 시가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35년 《시원(詩苑)》에 《나》·《무제》·《마음의 조각》등 몇 편의 기작을 발표하고 나서부터이다. 1939년 문장사(文章社)에서 간행한 첫 시집 《망향(望鄕)》에 유명한 《남으로 창을 내겠소》·《서글픈 꿈》등이 수록되어있으며 인생을 관조하며 살아가는 담담한 심정이 동양적 허무를 느끼게 하는 독특한 세계를 지녔다. 1950년 나온 수필집으로 《무하선생방랑기》가 있는데 사회에 대한 비판적 풍자를 담고 있다. 또한, 영문학자로서 포(Poe, E. A.)의 《애너벨리》, 키츠(Keats, J.)의 《희랍고옹부》, 램(Lamb, C.)의 《낯익던 얼굴》, 데이비스(Davies, W. H.)의 《무제》등을 번역하여 해외문학의 소개에도 이바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