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국내에서 본격적인 관심을 끌었던 지난 2017년부터 가장 흔하게 불렸던 ‘가상화폐’라는 단어는, ‘cryptocurrency’라는 영어 표현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굳이 ‘가상’이라는 부정적 수식어와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의도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때의 가상화폐는 우리가 실제 경제활동에서 사용하는 법정화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진짜가 아닌데도 진짜인 것처럼 행세하는 가짜돈’이라는 인상을 주다 보니 가상화폐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선입견을 조장하기도 했습니다. --- pp.20-21
‘화폐 주조차익(Seigniorage?시뇨리지)’이라는 경제용어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법정화폐를 발행해 얻게 되는 이익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한국은행이 단돈 300원도 안 되는 제조원가를 들여 1만 원권이라고 쓰인 지폐 한 장을 찍으면 최소 9,700원에 이르는 이익을 단숨에 얻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중앙은행이 가지는 독점적 발권력 또는 화폐주조권을 부정하는 가상화폐는 중앙은행에 대한 도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당국의 계속되는 가상화폐 견제와 핍박은 이런 배경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 p.30
블록체인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해주는 기술이 바로 해시(hash)입니다. 거래내역이 기록된 블록에 함께 들어가는 해시는 아무 의미 없는 일정한 길이의 정보 값으로, 암호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Tom이다’라는 문장을 ‘13DGI%ETN!35g’처럼 의미 없는 문자열로 표시하는 식이죠. 만약 ‘나는 Tam이다’라는 비슷한 문장이라도 해시값은 ‘34&ehTIDF22GS’처럼 완전히 다른 문자열로 표시됩니다. 이러니 해시값을 조합해 원문을 절대 유추할 수 없기 때문에 보안성을 높여주게 됩니다. --- pp.42-43
많은 분들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을 텐데,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은 하나하나가 다 다르죠. 주식은 그것을 발행한 기업을 대표하는 증서인 만큼 해당 기업 상황에 다른 논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다만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는 다양한 분류법으로 특성이 비슷한 주식들을 묶어주곤 합니다. 스타일 관점에서 성장주와 가치주로 나누기도 하고, 시가총액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형주와 소형주로, 업종에 따라 반도체주와 자동차주와 소비재주 등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상화폐시장에서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종에 이르는 코인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코인들은 주식과 같이 각자 발행 주체가 다르고, 가지고 있는 특성이 다릅니다. 그렇다 보니 주식처럼 어떤 기준으로 이 코인들을 분류할 수 없을까 시도합니다. --- p.72
다들 생각하듯이 가상화폐투자는 위험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투자자들은 가상화폐를 위험자산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대표적인 위험자산 중 하나인 주식과 비슷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위험자산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수익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높다(High risk, High return)’는 점을 떠올릴 것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닌 한 원금이 보전되는 채권이나 예금 등과는 달리, 주식과 가상화폐는 투자원금이 허공으로 모두 다 사라지는 일이 드물지 않은 편입니다. 물론 그런 리스크가 가져다주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은 이들 위험자산에 투자하게 만드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 pp.97-98
가상화폐에 처음 투자할 때부터 거액을 투자하지 말고, 일단은 소액으로만 시작했으면 합니다. 이때 투자하는 돈도 다른 용도가 있는 자금이 아닌, 철저히 여윳돈이면 더 좋습니다. 최대한의 손실을 내더라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성격의 자금을 소액으로만 우선 투자하라는 얘깁니다. 참고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자사 고객들에게 “자신의 투자자산 중 5%만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비율은 개인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통상 많아야 5%, 적게는 2% 정도를 적정 비율로 봅니다. --- pp.114-115
가상화폐 24시간 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자들이 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투자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가상화폐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이나 총 거래량, 거래대금과 주식시장에서의 이런 지표를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이, 가상화폐를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는 건 높은 시장 접근성과 유동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낮에 강의를 듣거나 회사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들이 밤에 해외주식이나 비트코인투자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이런 높은 시장 접근성 덕에, 만약 투자를 잘만 한다면 제한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 p.134
지금은 뭐니 뭐니 해도 가상화폐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각국 정부와 당국의 규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처럼 특정 국가가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거래소를 폐쇄하거나 채굴을 금지하는 경우, 또한 미국과 우리나라처럼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과세를 강화할 경우 투자심리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상화폐를 움직이는 변수들이 많지만, 보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축통화의 대체재 또는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도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달러화 가치가 흔들리거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겪거나 금융위기가 생길 때 그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갈수록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신경 써야 할 변수들은 더 다양해지고 있으니 그만큼 많은 관심과 학습이 필요합니다. --- pp.140-141
주식시장에서의 PER은 특정 주식의 가격을 그 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얻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지를 따져보는 지표입니다. 이 PER이 높은 기업은 만들어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는 뜻이고, 반대로 PER이 낮은 기업은 창출하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싸게 형성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일반 기업과 달리 수익을 창출하지 않습니다. 거래는 발생하지만 이 거래가 수익을 내진 못하는 것이죠. 대신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 거래량이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결국 NVT는 비트코인 가치를 평가할 때 비트코인이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 거래량을 기준으로 삼아, 특정 시점에서의 비트코인 가격이 고평가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181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격의 변동성이라고 말할 때, 변동성은 기본적으로 해당 자산 가격의 통계적인 표준편차를 말합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크다는 건 그만큼 가격이 위나 아래로 크게 변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투자할 때 따르는 위험이 크다는 뜻입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가격 변동성을 말할 때 대개는 연간 일별 로그 수익의 30일 표준편차로 정의합니다. 그 내용이 어렵다 보니 굳이 산출 방식까지는 구할 필요가 없는데, 우리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높은 시기를 100% 이상으로, 중간 변동성을 50~100%로, 낮은 변동성을 50% 미만으로 설정한다는 정도만 염두에 두고 넘어가면 될 듯합니다. --- p.218
만약 미국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가 등장하게 될 경우 가상화폐 시세에도 큰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SPDR 골드셰어즈’라는 첫 금 ETF는 출시 사흘 만에 10억 달러를 끌어 모았고, 지금은 5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4조 3천억 원이라는 초대형 ETF로 성장했습니다. 이후 수많은 금 ETF가 출시되어 현재 미국 내에서만 1천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ETF를 통해 금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현재 금 현물 최대 보유처는 미국, 독일, 국제통화기금(IMF) 순인데, 4위가 금 ETF입니다. 이런 ETF의 자금력 덕에 금의 시가총액은 네 배나 폭발적으로 불어났습니다. 물론 비트코인이 이와 똑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라 기대할 순 없지만, 분명 수급 상으로 엄청난 호재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 pp.241-242
“비트코인은 인류에게 알려진 그 어떤 다른 방식보다도 더 많은 거래 당 전기를 소비합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더 인기를 끌수록 그것은 더 많은 탄소발자국(개인이나 기업 등이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을 남기게 될 겁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기후변화 문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존재입니다.” 2021년 초 가상화폐가 한창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를 보일 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는 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비트코인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가상화폐 상승세가 워낙 뜨겁다 보니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그로부터 몇 달 뒤부터 기후변화 이슈는 가상화폐 가격에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 p.262
조세정책을 세우는 기획재정부도 2020년 세법 개정안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방침을 확정했고, 그 내용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투자자들도 2022년 1월 1일부터 이뤄지는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고, 그에 해당하는 세금을 매년 납부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부터 개인투자자들은 가상화폐를 거래하면서 생긴 수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매년 한 차례 신고?납부해야 합니다. 거래할 때마다 세금을 미리 원천징수하지 않고 분리과세*하는 만큼, 한 해 동안 거래한 뒤 자신이 이용하는 거래소로부터 수익 내역서를 받아서 그 다음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전년도 거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합산해 신고하면 됩니다. --- pp.275-276
그동안 은행 계좌조차 가지지 못했던 엘살바도르 국민들은 저축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이제 비트코인 월렛을 가지게 되면 저축률이 크게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현금 보유에 따른 분실이나 가치 하락의 리스크도 상쇄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저축으로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있으니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법정화폐가 된 비트코인으로는 세금이나 각종 공과금도 납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이나 상인들도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비트코인으로 매길 수 있습니다. --- pp.296-297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가상화폐를 개발하되 그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화 등 법정화폐와 연동시키는 스테이블 코인을 고민하고 있고, 그 스테이블 코인을 구입할 수 있는 토큰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일정 교환 비율을 갖도록 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통용 가능한 결제수단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가상화폐의 가치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가려질 수 있다고 한다면, 결국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일부 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알트코인들은 이들 대기업 코인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이 디지털 화폐 경쟁은 투자자들에게도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습니다.
--- p.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