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은 조니 바이블이 있다. 언론은 재빨리 그 이름을 붙였다. 여자 셋, 구타, 강간, 교살. 존 바이블과 비교될 요소를 전부 갖추었다. 피해자 중 두 명은 나이트클럽과 디스코텍에서 골랐다. 피해자들과 춤을 췄던 남자에 대해서는 모호한 인상착의만 있었다. 옷을 잘 차려입었고 숫기가 없었다는. 오리지널 바이블 존과 똑같았다. 바이블 존이 아직 살아 있다면 50대겠지만 새로운 살인자는 20대 중반에서 후반이라는 점만 달랐다. 그래서 조니 바이블이 된 것이다. 바이블 존의 정신적인 아들.
물론 차이점이 있었지만 언론은 무시했다. 차이점을 하나만 들자면, 바이블 존의 피해자들은 모두 같은 댄스홀에서 춤을 췄다. 반면, 조니 바이블은 피해자를 사냥하러 스코틀랜드를 두루 훑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추론이 도출되었다. 장거리 트럭 운전사거나 영업사원. 경찰은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사반세기 전의 바이블 존 자신일 수도 있다. 20대 중 후반이라는 설명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 목격자의 확실한 증언이 없는 한 단정은 금물이다. 경찰은 바이블 존 때와 마찬가지로 조니 바이블에 대해서도 몇 가지를 숨겼다. 덕분에 수없이 많은 허위 자백들을 걸러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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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인가요?”
“그 비슷해.” 리버스가 말했다. “의자에 묶여 있었어. 머리에는 봉지를 씌웠고 입은 테이프로 막았고. 밀어버렸을 수 있어. 스스로 뛰어내렸거나 추락했을 수도 있고. 같이 있던 놈들은 서둘러 떠났어. 술을 산 봉지를 가져가는 것도 잊었지.”
“약쟁이일까요? 아니면 노숙자?”
리버스는 고개를 저었다. “새 청바지를 입고 새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어. 지갑에는 현금도 많고 체크카드에 신용카드도 있었어.”
“그럼 신원은 알아냈군요.”
리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앨런 미치슨이야. 주소는 모리슨 스트리트고.” 그는 차 열쇠를 흔들었다. “같이 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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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는 피해자들은 잘 알았지만, 조니 바이블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무력했고, 그저 수사하는 시늉만 할 뿐이었다. 이것은 조니 바이블의 연극이었다. 경찰은 그가 과도한 자신감이나 지루함이나 또는 체포되고 싶은 단순한 욕망, 무엇이 맞고 틀린지를 알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기만 기다렸다. 친구, 이웃, 애인의 신고, 어쩌면 익명의 제보-단순한 악의 때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를 기다렸다. 다들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리버스는 앤지 리델의 가장 큰 사진 위에 손가락을 짚었다. 아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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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는 누굽니까?”
“엉클 조의 아들이야. 본명은 아닌데 취미 때문에 다들 스탠리라고 부르지.”
“무슨 취미인데요?”
“스탠리 나이프를 수집해.”
“스탠리가 토니 엘을 없앴다고 생각하십니까?”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네. 그 정도면 어떻게 됐는지 뻔하지.”
“토니 엘은 멀쩡히 살아 있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여기 있었습니다.”
“그렇군.” 안크램은 잠시 말이 없었다. 리버스는 그 뒤에서 분주한 목소리, 무선 통신, 경찰서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머리 위에 비닐봉지를 씌웠나?”
“어떻게 아셨죠?”
“토니 엘의 트레이드마크지. 그놈이 이 바닥에 돌아왔군. 만나서 얘기 좀 하는 게 좋겠어,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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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존은 수사 당국에 없는 것을 자신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연쇄살인범의 범행 방법, 생각, 생활, 해야 하는 거짓말, 속임수와 위장, 일상의 얼굴 뒤에 숨은 비밀스러운 삶 등이었다. 이런 것들 덕분에 게임에서 앞서갈 수 있었다. 운만 따라준다면 경찰보다 먼저 조니 바이블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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