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술로 말미암아 등장하는 새로운 책의 모습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디지털과 종이책의 행복한 만남』 『디지털 시대의 책 만들기』 『한국출판의 활로, 바로 이것이다』 『디지로그 시대 책의 행방』 등에서 이미 ‘날 것’(아날로그)도 아니고 ‘익힌 것’(디지털)도 아닌 ‘삭힌 것’(새로운 아날로그, 즉 디지로그)을 찾아보고자 노력했다. 이번에 내놓는 『책은 진화한다― 크로스미디어시대의 출판비즈니스』는 그 작업의 중간결산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책의 종말론이라는 공포감에서는 놓여났으며, 새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책을 펴내기만 한다면 책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본다. 또 출판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이 책이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거의 ‘유일한’ 해결책은 스토리텔링이다. 1부에서는 스토리텔링의 구체적인 모습, 팩션의 유행, 크로스미디어시대에 살아남을 이야기 등을 다룬다. 2부에서는 초편집, 제목, 머리말, 띠지, 손글씨, 블로그 활용 등 책을 만드는 구체적 방법론을 살펴보았다. 3부에서는 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만들 정도로 머니게임이 심각한 출판시장의 모습과 시니어출판의 가능성과 프로젝트리더형 기획의 중요성을 다뤘다. 4부에서는 출판시장의 한 역사라 할 수 있는 최근 출판시장의 흐름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