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은 아직도 심각합니다.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집안에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쉬쉬하며,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장애와 관련한 정보를 얻을 방법도 없습니다. 바로 옆집에 비슷한 경험을 겪은 이웃이 산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보아도, 유용한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종종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정신병원에 대한 공포심만 가중시키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치료를 거부하게 되기도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 p.5

심각한 신체질환이라면 더욱 열심히 정보를 찾고, 최선의 진료를 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느 병원이 유명한지, 어떤 의사가 권위자인지 수소문합니다. 가족들은 가족 일원의 신체적 질병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협력합니다. 심지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종양이나 심장 질환의 경우에도, 대개는 자신의 질병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병원과 주치의에게 자신의 몸, 그리고 생명을 맡기게 됩니다. 한 사람의 질병이 가족 전체의 관심사가 되기도 하고, 환자는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가족애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족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은 아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심각한 정신증상에 시달리면서도 장기간 치료받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흔하며, 정신병원에 환자를 데리고 갈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 본인이 자신의 정신질환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뿐만 아니라, 가족들마저도 정신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혹은 대수로운 병이 아니라고 애써 눈감으려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종종 이러한 태도는 가정불화로 이어집니다. 가족 일원의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 서로에게 탓을 돌리고, 그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가족 내에 정신질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자신의 체면을 더럽혔다고 여기면서 분노하고,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혼란스러워 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보이는 이상한 정신증상과 더불어, 가족구성원 간의 갈등과 불안, 분노, 죄책감 등이 어지럽게 얽히면서 온 집안이 만신창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수용하여야 합니다. 정신장애는 다른 신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점점 더 나빠집니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생각이 들겠지만, 가능한 빨리 가까운 정신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의외로 빨리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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