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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향, 조선의 맛을 글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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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향, 조선의 맛을 글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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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50쪽 | 226g | 145*210*10mm
ISBN13 9788934999959
ISBN10 8934999950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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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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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야단치는 대신 도리어 자신을 책망하는 노부인의 모습에서 이름 하나가 크고 가벼운 구름처럼 둥실 떠오른다. 계향. 계수나무 계(桂) 자에 향기 향(香) 자. 지난밤에 나를 꿈꾸었다던, 계란을 훔쳐서 먹은 사건으로 나를 오래 기억하고 있는 노부인의 이름이다. 노부인의 말을 신뢰한다면 아마도 나는 노부인의 여종이었을 터. 그런데 나는 어떻게 계향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 p.17

아이는 밥 한 숟가락을 퍼서 입에 넣은 후 곧바로 청어 젓갈을 집는다. 감정을 속일 줄 모르는 아이의 동작엔 머뭇거림이 없다. 상일보다 훨씬 더 경쾌하다. 한 아이에겐 그 아이만의 세계가 있다. 그래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는 밥과 젓갈을 씹은 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휘파람을 불 것 같은 즐거운 얼굴로 곧바로 청어 젓갈을 집어 다시 입에 넣는다. --- p.49

“음식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시도 쓰세요. 음식을 만드는 이가 시를 쓰면 안 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어요. 시 쓰던 손으로 음식을 만들면 음식이 상하기라도 한답니까?”
여인의 말은 옳다. 구구절절 옳다. 노부인 또한 그 사실을 내내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예기》를 읽기 시작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는 써본 적이 없다. 단 한 편, 단 한 줄 써본 적이 없다. 더러운 것도 아닌데, 무서운 것도 아닌데 오십 보 백 보 전부터 마주칠까 무서워 고개 숙이고 피해가기만 했다. --- p.70~71

붕어찜을 하는 김에 대구껍질 느르미도 함께 만들기로 한다. 여러 자식 중 어물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가 바로 휘일이니까. 물론 성품이 훌륭한 휘일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해 티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아무리 그래도 음식에 특히 민감한 노부인이 그 사실을 모를 리는 없다. 생선을 먹을 때면 휘일의 작은 눈은 유난히 빛났다. --- p.84

사람의 마음이란 위태롭기 그지없고, ‘도’의 의미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아 보니 정말 그랬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역시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럴 때 도의 존재는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마음의 위태로움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으나 도는 너무 멀리 있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도의 발견은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절실한 깨달음에서 비로소 구체적인 실천의 방법이 나온다. --- p.89~90

“살면서 처음 받아본 환대였어요. 남편도 버린 나를, 부모도 외면한 나를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은 마님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아이 이름을 보은이라고 지었어요. 받은 은혜를 세상에 돌려주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요.”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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