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웍슬로닷컴 walkslow.com, 그리고 공감 일기장
2000년 5월, 천천히 걸으며 반성하는 삶을 살자고 결심한 윤선민은 웹상에서 쓸 이름을 ‘웍슬로(walkslow)’라 짓고, walkslow.com이라는 공간을 열었다. 웍슬로닷컴은 웍슬로가 매일매일 올리는 일기, 그리고 시와 사진, 음악, 손님들의 발자취로 천천히 채워졌다. 그러는 사이, 일기에서 드러나는 그만의 독특한 사유와 매력적인 문장들, 한참 동안 듣게 만드는 다양한 장르의 BGM(배경음악)으로 웍슬로닷컴은 서서히 입소문을 탔다. 오픈 이래 줄곧 랭키닷컴의 개인 홈페이지 분야에서 5위권을 유지했고, 분류가 바뀐 요즘은 문학작품 분야에서 당당히 1위 사이트로 올라 있다. 2008년 12월 11일 현재 누적 방문객 2,220,395명. 또 해마다 연말이면 웍슬로닷컴 방문객들과 함께 오프라인 미니콘서트 겸 자선바자회 ‘웍슬로페어’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자를 위해 기부해왔다.
‘본업은 반성, 부업은 브랜딩’이라고 조용히 밝히는 웍슬로에게 일기는, 스스로 철들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었다. 이제는 그 일기장이 웍슬로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웍슬로닷컴을 다녀가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共感 일기장’이 되어서 속전속결 인터넷 문화 속에 여유로운 향기를 전하고 있다. 책으로 태어난 『웍슬로 다이어리』는 그간 웍슬로닷컴에 올린 일기의 정수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시간을 먹고 자란 웍슬로의 일기를 곱씹어볼 수 있는 작은 휴식의 기회를 선사한다.
★ 깊이 우려낸 한 잔의 차를 닮은 일기
- 키워드로 이어지는 일기의 미학
2000년 5월부터 2008년 현재까지 웍슬로닷컴에 올라온 일기는 3,000여 편에 달한다. 8년 동안 웍슬로는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이 방대한 분량의 일기들과 그 속에 담긴 웍슬로의 사유를 어떻게 책 한 권에 담을 수 있을까? 그 답은 바로 ‘키워드’였다. 일기란‘시간 순서대로 나열되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키워드를 통해 연결하여 텍스트끼리 서로 긴밀한 대화를 나누도록 편집했다. 첫 글의 키워드가 다음 글에 등장하고, 다음 글에서는 새로운 키워드가 탄생하여 그 다음 글로 이어진다. 이렇게 키워드들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면서 마치 하나의 선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3,000여 편 가운데 엄선한 100여 편의 일기는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웍슬로의 일기는 대부분 열 문장을 넘지 않는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서 범상치 않은 사유의 깊이와 넓이가 엿보이는 것은, 한 단어 한 단어를 수십 번 고민해서 우려낸 글들이기 때문이다. 분별증류하여 가장 마지막에 남은 정제된 단어를 선택한 듯한 웍슬로의 일기는 ‘텍스트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브랜드네이밍을 하고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텍스트로 세상과 소통하는 웍슬로의 언어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 바로 그의 ‘일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웍슬로의 일기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참으로 평범하고 소박하다. 일상적인 표현들로 그토록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삶의 매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순간의 가장 솔직한 생각을 ‘진심’으로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100%’라는 키워드로 출발한 일기는 ‘봄’으로 끝을 맺는다. ‘100%’에서 ‘봄’에 이르기까지 ‘재미’‘인생’‘사람’‘내일’‘행복’‘감사’‘추억’ 등 100여 개의 키워드를 타고 흐른다. 같은 키워드를 공유하는 일기들은 서로 닮은 듯하지만 다른 주제를 보여준다. 마치 똑같은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실은 모든 날들이 조금씩 다른 우리의 ‘일상’처럼 말이다.
★ 가장 일상적인, 그래서 가장 소중한
삶, 사랑, 사람, 일에 관한 작은 깨달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까맣게 잊고 살기 쉬운 ‘일기’. 요즘은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일상의 기록들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웍슬로의 일기가 그 가운데서도 꾸준히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느끼는 감정들과 고민, 희로애락이 꾸임 없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키워드를 통해 드러나듯이 그의 일기는 삶, 사랑, 사람, 일, 추억, 가족, 꿈 등 가장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무심하게 잊어버릴 수도 있는 작은 사건들에 집중하고, 스쳐 흘러가버릴 수도 있었던 감정을 꼼꼼히 잡아두고 기록해둔 그의 일기 속에는 우리가 놓쳐버리고, 잃어버리고, 잊어버렸던 것들에 대한 세밀한 시선이 녹아 있다. 그 기억을 환기시켜주는 웍슬로의 일기는 어느 낯선 사람의 일기가 아니라 바로 자기 안에 담겨 있던 작은 깨달음이기에 좀 더 오래 시선이 머무른다.
★ 간결한 일러스트로 전하는 선의 미학
『웍슬로 다이어리』는 일기와 함께 쿀러스트를 곁들여 홈페이지 walkslow.com과는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일러스트레이터 김홍이 기발한 재치로 텍스트를 재해석한 간결한 선의 일러스트는 키워드와 마찬가지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성을 구현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