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결정된 후 우선 머리에 떠오른 건 월세였다. 주거 문제는 크다. 파트너도, 수도권에 집도 없는 나는 월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지금껏 해온 일과 경력을 내세운 구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월세는 이 세상의 자릿세인가?
---「서른아홉 백수 일기, ‘8월의 3분의 2가 지난 날’」중에서
근황을 보고하고 요새 신경이 쓰이는 사건, TV 드라마, 칼럼 기사, 지인의 소문이나 시시한 우스갯소리 등을 했다. 아아, 역시 이런 대화는 재미있어. 잡담이 고팠다. 회사에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거의 없다.
---「사원은 괴로워, ‘4월’」중에서
서서히 목숨을 깎아먹듯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는 마티스 씨와의 업무, 야스후지 씨의 끝없는 전화, 대답은 잘하는 지토세 씨의 발전 없는 원고. 그런 것에 쫓기다 보니 월세와 맞바꾼 내 시간을 시궁창에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사원은 괴로워, ‘12월’」중에서
회의를 하고 며칠 후, 평소에는 칼퇴근을 하는 다케 씨가 공모를 위해 밤을 새우며 자료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와, 수고했어! 어제 사무실에서 밤 새웠어?” “어머나, 수고가 많았어요.” “오늘은 빨리 퇴근해요.” 수많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1년데 한두 번 회사에서 밤을 새우면 평가가 높아진다.
---「사원은 괴로워, ‘12월’」중에서
마리 씨는 그만두는 사람들이 어떤 이유, 상태로 회사를 떠났는지 이야기했다. 공통점은 대부분 업무 내용에 불만은 없었다는 점, 문제는 그 외의 것에 있었다는 점, 지시와 분배. 한마디로 상사나 동료와의 인간관계로 결부된다. 각자의 능력, 자존심이 얽혀서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무엇을 위한 일이란 말인가.
---「사원은 괴로워, ‘12월’」중에서
정직원으로 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그건 회사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 대출을 받아야 할 때처럼 말이다. 사회에 내 신용을 보증해야 할 필요가 없는 한 내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일하고 싶은지를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사원은 괴로워, ‘12월’」중에서
마치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듯 언제나 밝은 미조노쿠치 씨가 조금 걱정됐던 나는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해.”라고 말했다. 나는 내 시간을 시궁창에 버리지 않기로 했다. 무리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을 소중히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잘 지내.
---「사원은 괴로워, ‘2월’」중에서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면 백수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무 일도 없이 지났으므로 오늘부터 백수다. 13개월 만에 다시 실직자가 되었다. 특별히 인생 설계를 하며 사는 건 아니지만, 이 나이쯤 되면 나름대로 일은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에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이 상황이 당혹스럽다. 비정규직 인생에서 기념할 만한 첫 정직원이었는데도 1년 만에 그만두었다. 사실 결정한 것은 입사한 지 2주가 지날 무렵이었다. 그 마음이 결국 뒤집히는 일 없이 시간은 흘렀다.
---「마흔하나 백수 일기, ‘3월 1일’」중에서
평일인데도 시간을 원하는 대로 보낼 수 있는 방탕한 삶이라니. 이 얼마나 사치인가.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있는 힘껏 논다. 정기휴일 없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음먹고 내는 휴일이기 때문이다.
---「마흔하나 백수 일기, ‘3월 XX일’」중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느는 지출과 백수이기 때문에 줄어드는 지출이 있다.
---「마흔하나 백수 일기, ‘4월 XX일’」중에서
이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사람 앞에 있으니, 왠지 내가 없어져도 될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흔하나 백수 일기, ‘7월 XX일’」중에서
그러고 보니 헬로워크나 친구와 약속이 없는 한 집 주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외출하면 돈이 드니까. 여름 햇볕은 별로 쬐지도 못했는데 가을이 왔다.
---「마흔하나 백수 일기, ‘9월 1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