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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게 버려진 악당을 구하는 방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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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게 버려진 악당을 구하는 방법 1

연비 | 동아 | 2020년 07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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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570g | 147*210*22mm
ISBN13 9791163023678
ISBN10 1163023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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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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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공니믈 구했으니까 무섭지 않게 해 주세요…….”
“날 구했다고? 그래서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엇……!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럼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까.”
그가 낮아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소름이 등줄기를 쫙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게요…….”
미안해. 내가 세기말 악당에게 너무 강하게 굴었지?
다시 마음이 약해진 나는 반쯤 눈을 감고는 생각에 잠긴 얼굴을 했다. 그러자 페르제가 답을 재촉해왔다.
“대답해야지?”
네, 선생님. 선생님이 아니라 대공님! 저렇게 나긋나긋한 어조로 물으니 더 무섭잖아!
덜컥 겁을 집어먹고 말실수하기 전에 할 말을 정리했다.
내가 원하는 건 금화야.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양의 금화를 달라면 너무 욕심일 테니까, 날 자르지 않는 조건에 덤으로 금화를 내어 주는 건 어떨까?
이걸 말하기엔 표정 하나 없는 대공의 시선이 너무 차가웠다. 그래서 최대한 순화해서 말하기로 했다.
“어, 저는 노랗고 동그랗고 사람드리 조아하는 그런 걸 원하지만요. 대공님께서 원치 아느시면, 목숨 건 제 노력은 무시하시고 아무런 보상도 안 해 주셔도 대요!”
“보상?”
페르제는 정확히 내가 원하는 바를 짚어 냈다. 그의 길쭉한 두 손가락이 탁, 경쾌한 마찰음을 내는 걸 보면 말이다. 발음이 서툰데도 용케 알아들었나 보다.
대공은 지극히 낮아진 목소리로 “보상을 원하는 거로군”이라고 중얼거렸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가 원하는 만큼 하사하도록 하지.”
“헉, 감쟈함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했다.
(중략)
“하압?!”
기적이라도 쥐어짜 내고자 마력을 쓰는 마법사처럼 기합을 주었다.
……예상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목숨이 간당간당하다는 건 확실했다.
챙, 단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마물의 발톱에 내 마지막 무기가 날아가고 말았다.
민망한 기분에 나는 뺨을 긁적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유스티아는 그럼 그렇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파파.”
가짜로 눈물을 쥐어짜 내던 때와 달리 지금은 정말로 눈물이 쏙 나왔다.
내가 의지할 곳이라곤 얼마 전까지 괴물이라고 말했던 비센나의 가족들뿐이었다.
툭. 눈동자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어느새 검을 든 두 명의 남자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꼬맹아, 그럴 땐 이 오라버니를 불렀어야지.”
“도움을 청할 상대가 잘못되었다, 시엘.”
오른쪽엔 페르제가, 왼쪽엔 샤르키스가 있었다. 나를 등지고 서 있는 훤칠한 두 남자의 키는 엇비슷했다.
왼쪽 손에 검을 든 샤르키스가 겁에 질린 나를 보며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페르제는 그보다 무거운 낯빛으로 내가 다친 건 아닌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피고 있었다.
더 커다랗고 까다로워 보이는, 잘생긴 먹이 두 명의 등장에 마물이 그르렁거렸다. 얼마나 굶겼는지 침을 뚝뚝 흘렸다. 두 놈 중 뭘 잡아먹어도 맛있겠다는 얼굴을 한 채.
내 양오라버니나 가짜 약혼자가 먹잇감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밀려오는 초조함에 나는 먹다 남은 쿠키를 꾹 쥐었다. 역시 마물을 해치우는 쪽에게 하나 남은 쿠키를 줘야겠다.
“둘 다 비키거라.”
그때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 일어난 건지 몰라도, 유스티아가 마력이 깃든 활을 마물에게 겨누고 있었다. 마력으로 둘러싸인 시커먼 활은 누가 봐도 위협적이었다.
“이건 내가 처리할 테니.”
여차하면 마물과 함께 통째로 날려 버리겠단 경고였다. 그런데도 내 앞을 가로막은 두 명의 남자는 비켜서지 않았다.
“비센나의 개들. 황족으로서 명령을 내리마. 끼어들지 마라!”
방심한 사이 페르제가 먼저 마물에게 검을 든 채로 달려들었다.
‘역시 아직까진 지위가 다인가 봐.’
그런 생각을 하던 차, 날카로운 물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피융.
유스티아의 손에서 날아간 화살이 페르제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마물을 해치우려는 건지, 내 가짜 약혼자를 보내 버리려는 건지 공작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서슬 퍼런 화살에 의해 마물의 몸이 단번에 꿰뚫렸다. 단말마를 느끼기도 전에 늑대형 마물은 숨을 거두었다.
“아직 내 딸을 주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만, 대공 전하.”
페르제가 마물을 앞에 두고 뒤를 돌아보는 사이, 느긋하게 걸어온 유스티아가 나를 품에 안았다.
“유스탸 공작님, 아직 파파로 인정한 적 없숩니다만.”
얼떨결에 공작의 품에 안긴 나는 화가 뻗쳐서 그의 결 좋은 검은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네가 나 죽이려고 했던 거 다 알아.
“이 악당! 우리 대공님 개롭히지 마요!”
나는 페르제가 보든 말든 공작의 머리채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움켜쥐었다.
뒤늦게 마물의 사체를 정리하러 온 공작가의 기사들이 그 광경을 보고 얼어붙었다.
세상에 이런 말이 있다. 겁이 없으면 천수를 못 누리고 단명한다고.
지금의 상황에 딱 맞는 말이었다.
사방이 고요해진 순간, 난 본능적으로 깨닫고 말았다. 양녀로서 관에 묻히게 될 거란 사실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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